출처 | [스크랩]사랑
잡지를 펼쳐도 그랬고, 이런저런 사랑을 이야기하는 지침서에서도 그랬고,
내 주변 친구들도 그랬다.
사랑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말라고
그러면 안된다고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아껴두어야 한다고.
과도한 사랑 표현은 No,No 라고
심지어 나의 과외 학생은 나를 붙잡고, 마치 계몽이 덜 된,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어리숙한 여자아이를 보는 듯한
안타까운 표정과 답답한 어조로 말했다.
"쌔앰! 여자는 진짜 튕겨야 한다니깐요."
나는 그들이 하도 답답해 하기에 그 때만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여주긴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연애의 기교와 계략과 비법과 묘책이 난무하는
연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그 모듭 정보가 나에게는 별의미가 없는
무용지물,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랑을 하려던 거였으므로.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는 마음이면, 감정이면 충분하므로.
그리고 그것을 하루하루 더 절실히 느끼고 있으므로 말이다.
우리의 마음이 움직여 진다면, 그 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자연스레, 저절소,
어떠한 의도와 의구심 없이 움직이게 만들어준다.
영어로도 감정'Emotion' 이라는 말의 어원을 따라가보면
이건 Energy In Motion 이다. 즉, 움직임의 동력체라는 거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움직임이란
사랑을 얻고 사랑을 주기 위한 애닯은 제스쳐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연애를 하는 세상의 모든 늑대와 여우의 성공적인 처세술이라는
밀고 당기기, 튕기기와 찌르기 공식을 폐기처분하고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감정을 따라
그 때 그 때 이런저런 제스쳐를 취한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 사랑을 그에게 다 전할 수 있을 가에 집중하지
어떻게 하면 내 사랑을 적립시키고, 저금하고, 예금하고, 인출하고,
잔액확인을 할 수 있을 가를 계산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렇게 적립하고 저금한다고해서
그 사랑이 그대로 적립되고 저금되지 않는 것도 알고 있고
그 때 그 때 표현하지 않으면
그저 낭비되고 날아갈 뿐이며
사랑을 낭비하고 흘려보내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표현하지 않으면,
지금 이 사람을 잡지 않으면,
결국 나는 사랑에서 더 멀어지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저 다 표현하고 그를 꽉 붙잡아 버린다.
표현에 있어서의 문제는 항상 /너무 많이 표현해 버렸다/가 아니라
'아무리 찾아도 내 마음을 그에게 잘 전하게 해주는 표현을 도대체가 찾을 수 가 없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연애 지침서를 뒤적거리며 어떻게 하면 밀고,
어떻게 하면 당길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여자는 무조건 튕겨야 한다/라는 전제를 보석처럼 신봉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런 지식이 난무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아마 더 많은 사람의 일시적인 관심과 흥미를 끌어
이런저런 연애를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는 평생 동안
있는 드대로 사랑을 주고 받는 가슴 벅찬 경험을 단 한 사람과 오롯이 나누기를 힘들 거라고.
사랑이라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굴리며 계략을 짜게 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언제나 /어떻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