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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교수님께 올리는 마지막 편지

김재엽 |2009.05.10 04:32
조회 280 |추천 2

존경하는 장영희 교수님께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쯤, 교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계시겠죠. 15년 만에 선친 장왕록 교수님을 다시 만나셨을 것이고, 아마도 마가렛 미첼이나 알프레드 테니슨과 난상토론을 벌이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교수님의 부음을 처음 들은 것은 저녁 운동을 마치고 들어온 어젯밤 10시였습니다. 어머니의 전화로 처음 그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교수님의 퇴원 소식을 외조카가 다음카페에 올렸을 때만 해도, 그저 회복이 늦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지 이렇게 빨리 교수님을 하늘나라로 보내게 되리라고는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빈소에 도착하고서야 저는 도저히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어, 재엽이 왔구나?"하시며 맞아 주시던 교수님의 모습은 커다란 영정사진과 조화들이 대신했고, 옆에는 유가족 분들이 슬픔에 잠긴 모습으로 계셨습니다.

 

저는 이런 기막힌 순간에서조차 눈물이 나오지 않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중얼거렸습니다. "하느님, 너무 하십니다. 왜 장 교수님께 좀 더 시간을 주지 않으셨나요? 아직 정년퇴임도 하지 못하셨는데..."

 

지금도 저는 교수님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답신조차 기대하지 못할 이 편지를 올리고 있습니다. 곧 나올 교수님의 새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이 자리에서 처음 받았습니다. 예전같으면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을 텐데, 이젠 그럴 수도 없었더군요.

 

저는 교수님이 이제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하실 수 없는 먼 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엄연한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아직도 교수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얻고 싶은 가르침이 많이 남아 있는데... 언젠가 장가갈 때 교수님께 제일 먼저 신부감될 친구를 소개하고, 결혼식에도 초대하고 싶었는데... 이제 이냐시오 성당으로 성탄 전야미사를 가도 더 이상 교수님께 인사드릴 수 없다니...

 

하지만 교수님.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지는 않겠습니다. 생전(정말 착찹하군요. 교수님께 이런 표현을 쓸 날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요...)의 교수님은 꾸밈없이 진솔한, 아무리 힘들어도 한번 읽고나면 용기가 생기는 글들로 사랑받으셨습니다. 글뿐만 아니라 수업시간, 학교 밖에서의 만남에서도 교수님은 항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시는 주인공이셨죠. 소아마비 장애인, 암투병 환자에게서 연상되는 어둠과 슬픔은 결코 교수님께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교수님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그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교수님은 당신께서 항상 좋아하셨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처럼, 아니 스칼라보다 더 밝고 강인하게 주변의 어려움을 이겨내시며 '살아온 기적'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비록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계시지 못한 것은 슬프지만, 이제 저희들이 교수님께서 남겨주신 '살아갈 기적'을 실천하겠습니다.

 

부디 주님의 은총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아무 불편이나 고통 없이 늘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2009년 5월 10일

 

교수님을 존경하는 김재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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