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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직접 들려주는 영화 "박쥐"의 숨겨진 비밀!

최다함 |2009.05.14 13:20
조회 2,537 |추천 0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제 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가 개봉 당일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극과 극의 상반되고 다양한 평가를 얻은 영화 .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들려준 의 숨겨진 의미와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한다.


 

자료제공 | 모호필름, 구성 | 네이버영화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의 모든 것

 

 

등장인물의 이름에 얽힌 비밀!

송강호가 맡은 뱀파이어가 된 신부 '현상현'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창작한 이름이다. 앞뒤로 읽어도 똑 같은 이 회문(回文)은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줄타기 하며 고뇌하는 캐릭터의 운명을 설명한다. 즉 인간-선, 흡혈귀-악으로 이분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인간이고 선이며, 어느 쪽이 뱀파이어고 악인지 알 수 없는 경계에서 인간과 뱀파이어, 선과 악이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신부 상현을 위험한 사랑으로 이끄는 여인 '태주'(김옥빈)와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병약한 남편 '강우'(신하균), 아들 강우에 대한 집착으로 태주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라여사'(김해숙)의 이름은 에 영감을 준 에밀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 연유했다. 테레즈 라캥(Therese Raquin)은 고모 '라캥'에게 맡겨져 자란 '테레즈'가 병약한 고모의 아들 '카미유'와 결혼하지만 권태로운 삶에 불만족을 느껴, 남편 친구인 '로랑'과 불륜에 빠진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테레즈는 태주로, 카미유는 강우로, 라캥은 라여사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한글로 최대한 가깝게 음차해 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실제로는 없다, 에만 있다.
박찬욱 감독-정서경 작가가 창작한 상현의 기도문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허락하소서.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 입술과 혀를 짓찧으시어 그것으로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손톱과 발톱을 뽑아내어 아주 작은 것도 움켜쥘 수 없고 어깨와 등뼈가 굽어져 어떤 짐도 질 수 없게 하소서. 머리에 종양이 든 환자처럼 올바른 지력을 갖지 못하게 하시고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게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 아무도 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게 하시고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만이 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하소서" 라는 상현의 기도문은 의 시나리오를 쓴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직접 창작한,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도문이다.

 

 

일반적인 기도문은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죄를 부정하면서 시작하지만, 상현의 기도문은 이미 죄인임을 인정하면서 자기 자신이 처참해질 것을 기도한다. 순교를 갈망하는 듯한 내용의 이 기도문은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현이 죽음 직전과 소생 직후 읊는 장면에서 인상 깊게 등장하는데, 이후 뱀파이어가 될 상현의 운명을 암시하며 그가 겪을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선곡한 바흐의 칸타타 No.82과 이난영, 남인수의 트로트

에서 송강호가 리코더로 부르는 '바흐의 칸타타 No.82'와 태주의 집안에서 유유히 흐르는 남인수, 이난영의 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곡들로서, 각본 집필 단계에서부터 이미 선곡해놓은 노래들이다.

"나는 만족하나이다(Ich habe genug)"라는 제목을 가진 바흐의 82번 칸타타는,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죽음마저도 영원한 안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성서의 구절을 가사로 한 곡이다. 이 곡은 상현이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로하고, 백신 개발 실험에 참여해 죽음을 앞두고 쓸쓸히 연주하는 장면에서 등장, 상현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 1930~40년대 유행한 남인수 이난영의 노래는 히스테리컬 한 시어머니와 병약한 남편에게 욕망을 억눌린 채 살아가는 여주인공 태주의 삶을 권태롭고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바흐의 칸타타가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서양의 문화를 대표한다면, 이난영과 남인수의 옛 노래는 한국인 특유의 애상이 담긴 전통문화를 대표한다. 이 두 음악의 충돌은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라여사의 세계에 속한 태주와, 외부의 침입자 상현이 불러 일으키는 갈등을 청각적으로 표현한다.

 

뱀파이어가 락앤락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간적인 뱀파이어를 그리다

는 지금껏 보아온 외국영화 속 뱀파이어와는 다른 새로운 뱀파이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대개의 영화에서 인간은 뱀파이어의 피를 직접 섭취하거나 뱀파이어에게 물리게 될 경우 인간은 뱀파이어가 된다. 하지만 의 주인공 신부 상현은 백신 개발 실험에서 투여받은 '엠마누엘 바이러스(약칭 '이브E.V.)'의 발병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되살아난다.

일정한 잠복기가 지난 후 상현은 뱀파이어로 변한다. 그러나 충분히 피를 섭취하지 못하면 이브가 일으키는 질병의 증세가 도로 살아나 피부에 수포가 마구 자라나고 피를 토하게 된다. 상현은 최대한 살인을 피하기 위해 의식불명의 환자로부터 죽지 않을 만큼의 피만 뽑아 마시거나 자의로 피를 내어주는 사람의 피만을 섭취하고, 여분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저장해 두고두고 나눠 마신다. '수혈'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기술에 의해서 뱀파이어가 되고 피를 주스처럼 마시는 상현의 모습은 초현실적인 뱀파이어가 일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친숙한 존재로 보이게 한다.

영화 속 가장 로맨틱한 순간, 상현의 낡은 구두

 

일반적으로 많은 영화들 속에서 신발은 등장인물의 삶을 고스란히 설명하는 도구가 되고, 연인의 발을 보듬어 주는 행위는 가장 헌신적인 애정의 표현방법으로 사용되었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맨발로 밤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태주에게 불현듯 다가온 상현은 태주의 부르튼 발을 보고 자신의 따뜻한 체온이 담긴 낡은 구두를 고이 벗어 신겨준다. 이 장면은 신부의 정체성과 인간적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현과 태주의 첫 번째 신체 접촉이 이루어지는 장면으로 태주에게 큰 신발처럼 상현의 차고 넘치는 큰 사랑을 표현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한번 낡은 구두가 등장하는데, 덩그러니 남아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낡은 구두는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악으로 유혹하는 천사 vs 선으로 인도하는 악마
박찬욱 감독이 직접 컨셉을 잡은 미공개 캐릭터 컷

 

천사와 악마 컨셉의 이 캐릭터 컷은 박찬욱 감독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이 컷은 송강호의 목을 조르는 김옥빈의 모습이 거꾸로 매달린 박쥐의 모습을 연상시켰던 화제의 티저 포스터와 함께 촬영됐다.

천사가 선인지 악마가 악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하는 이 이미지들은 천사와 악마사이 어딘가에 박쥐라는 존재가 있음을 암시한다. 밝은 빛 속에서 촬영된 김옥빈은 천사인듯 보이지만 신부를 안아 유혹하는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악마 같은 느낌을 주고, 악마처럼 어둠에 묻혀 있지만 송강호의 눈빛은 어떤 고뇌와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 이처럼 천사와 악마 캐릭터 컷은 사제로서의 신앙심과 뱀파이어로서의 생존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과 그를 위험한 사랑으로 이끄는 여인 태주(김옥빈)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3色 템테이션 - 박찬욱 감독이 만든 비밀영상

 

 

송강호의 'WHITE' 뮤직비디오, 김옥빈 'RED' 파격 스틸에 이은 3色 템테이션 3탄에 이어 최종편 'BLUE' 비밀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이 비밀 영상은 푸른빛이 감도는 병실 안, 죽어가는 신자에게 병자성사를 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베로니카의…모든 죄를 사합니다."라는 성사의 말 줄임표 간극 속에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이 앞으로 겪게 될 파란만장한 운명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특히 짧게 스쳐가는 영상 안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센세이셔널한 미공개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3色 템테이션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BLUE 비밀영상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박찬욱 감독이 직접 편집했다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욕망에 탐닉하고 금지된 사랑에 빠져 친구까지 살인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명하며, 죽어가는 신자를 앞에 두고 차마 '너의 죄를 사하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의 고뇌와 갈등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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