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종교 간 평화공존 촉구에 담긴 뜻
중동을 순방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예수가 살았던 이스라엘의 나사렛에서 모든 종교의 평화적 공존을 촉구했다. 교황은 수태고지 교회에 모인 유대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여러 종교지도자가 서로 존중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꿈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사렛은 주민 6만6000여명 중 30%가 기독교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무슬림이다.
교황이 된 후 처음 중동을 방문한 그의 말은 평범하지만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숱한 분쟁들 가운데는 서로 믿는 종교가 다르다는 사실이 중요 요인이 된 것들이 많다.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과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도 끝없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했다가 이슬람권은 물론 세계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 전쟁에 종교성을 부여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부시가 재임기간 내내 보인 독선적 모습을 근본주의적 기독교관과 연결하는 시각도 많았다. 종교가 배타적, 독선적으로 기울 때 광신주의와 폭력으로 귀결되는 사례는 많다. 평화와 관용이란 종교의 본뜻과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교황의 말은 한국 종교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 종교와 종교인들은 배타성, 독선성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정치는 특정 종교에 편향적이지 않은가. 가끔 거리에서 접하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구호 같은 것은 특정 종파의 극단적 사례라고 본다. 그러나 헌법상 정교가 분리된 한국에서 정치 권력이 어떤 종교 쪽으로 기운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리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 등의 기독교 편향 정책과 발언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그리고 종교의 영역까지 정치가 관여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2009년 5월 16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