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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사는 길(24)

윤화숙 |2009.05.22 10:31
조회 101 |추천 0

“이제 다 나으셨는데 한 잔만 더 드시죠!”


요즘, 내가 가장 곤혹스럽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말이다.


하기야, 내가 나를 볼 때도 혈색은 아파서 드러눕기 전보다 오히려, 더 좋은 편이다.


그리고 체력(활동성)이야 눈에 보이질 않으니 외부인들이 알 리 만무한 것이다.



통상, 진행성 병기(3~4기)의 암 환자는 설사, 완전관해가 되었다 하드라도 항암제의 반응유지기간이 최소한 5년(또는 8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판정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언제든지 그 상태가 풀리어 재발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한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옳은 것이다.



특히, 혈액 암의 경우에는 몸속의 미세 암까지 말끔히 사라지고 없어도 암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까지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재발하고 만다는 이론이 최근에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 줄기세포(염증줄기세포든, 치료줄기세포든)를 제거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 이론이 정설이라면 혈액 암에서 완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혈액암은 일반 고형암과는 달리, 진행방향을 곧 잘 바꾸곤 한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를 돌이켜봐도, 암이 일정기간 진행되다가도 나의 강력한 체내면역 체계에 눌려, 후퇴하여 쉬기를 수없이 반복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암의 입장에서도, 숙주인 환자가 죽어버리면 그 자신도 따라서 사라질 것이니까, 죽이지 않거나 최소한 오래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유리할 것 아닌가?.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같은 악성림프종 중에서도 많이 진화(?)된 아종을 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체내면역이 강력해도 결국은 암이 이기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차치료 후 29개월 내에 일단, 항암제에 반응을 보였던 환자의 반수가 다시 재발을 하게 되고 발병 후, 8~12년 사이에 거의 예외 없이 사망하고 마는 것이다.


내가 참여한 일상실험조차도 그 목적이 근치가 아니라, 항암제에 대한 반응 율을 높이고 반응유지기간을 보다 더 길게 연장하는 것뿐이었다.


즉, 이제까지의 반응유지기간은 2~70 개월이었는데 임상실험을 통해서, 그 기간을 얼만 큼 더 늘일 수 있는가가 실험의 핵심 과제인 것이다.



또, 혹자는 ‘이제 다 나았으니 더 이상, 암 환자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들 한다.


그 속에 끼어있다 보면 자칫, 패배의식에 젖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 내가 아직도 환자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망각하고 말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점차, 이제까지 잘 지켜오던 섭생이 흐트러져 버리고 또, 매사에 무리를 하는 등으로 필경, 여명을 단축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도 여전히, 암 환우들의 사이버 커뮤니티를 찾고 암 환우들과도 빈번히 접촉하고 있는 것도 다  그러한 나름대로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금방 맺고, 필요없다고 해서 금방 끊을 수 있는 노끈이나 매듭은 아닌 것이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암이든, 환자가 일단 진행성 병기에 접어들면 거기서 헤어나기가 지극히 힘든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의에 빠져 좌절하고 삶을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지만 그 반대로, 그 어떤 것을 통해서 단박에 나을 수 있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모름지기, 암은 단 한시도 방심하지 말고 오로지, 끈질기게 오래토록 투쟁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처법이란 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암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든가, ‘금방 낫게 해 준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반드시 경계를 할 일이다.


암 치료가 그들의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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