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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법관의 명예로운 결단을 기대한다

배규상 |2009.05.23 09:35
조회 28 |추천 0

 

신 대법관의 명예로운 결단을 기대한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으로 촉발된 판사회의가 어제 서울고등법원 판사들의 모임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전국 17개 법원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뜨겁게 논란을 벌인 것 자체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그대로 말해준다. 전국의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과 관련된 본질적인 사안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신 대법관이 특정 방향으로 결론을 유도하는 e메일 발송과 ‘몰아주기 배당’ 등을 통해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장의 사후 조치가 미흡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다만 신 대법관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린 것은 외부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 대법관 사태를 막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재판개입이라는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권의 보루인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다. 법관의 본분은 권력과 개인이 대립할 때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법관이 압력에 휘둘린다면 누가 그 판결을 믿겠는가. 어제 용공조작사건으로 알려진 ‘아람회’ 사건의 재심판결에서 재판부는 “법원이 진실을 말하는 소수의 편이 되지 못하고 이들의 호소를 외면했다”고 사죄하기도 했다. 사법부가 독립성도 없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판결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사법부의 존립은 국민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신 대법관은 사법행정이라는 허울을 씌워 재판에 개입함으로써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 이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 재판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한 것이다. 판사회의는 이러한 사법부의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대법관은 존경과 명예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신 대법관뿐 아니라 모든 법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회에서의 탄핵 논의 등 외부의 압력 조짐도 보인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부가 자정(自淨) 능력을 발휘해 스스로 바로 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 대법관의 현명하고도 명예로운 결단을 촉구한다.

 

 

 

2009년 5월 23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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