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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s Of Love, #8

김동선 |2009.05.25 01:50
조회 52 |추천 0

거울 앞에서 몇 번이고 포즈를 잡고

머리를 다시 만지고, 옷을 다시확인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맘에들지 않는 머리모양 때문에

어깨가 움츠러 들었어

하지만,

약속시간에 늦을 순 없기에 서둘러 집을 나왔지 뭐

니가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었다는걸 위안삼아서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만큼이나

앞머리를 만져대면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때묻지 않아서 좋은 친구라며 오늘도 날 불러냈는데,

나 사실 때가 묻어도 한참 묻은 아이라는걸 넌 알까?

 

음,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이미 오래전부터 니가 좋아하는 타입의 옷들로 채워지고있는

내 옷장이 있겠다. 내 취향이랑은 거리가 먼 알록달록한 셔츠들!

그리고 니가 미니홈피 음악을 바꿀때마다

매번 교체되는 내 MP3의 음악들!

그리고는 정말 우연인듯,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며

너에게 한쪽 이어폰을 나누어 주는거야.

 

니가 신기하게 여기는 내 취향들,

사실 전부 거짓말이야

 

난 원래 커피같은건 쓰디써서 마시지도 못했고,

분위기 좋은 식당이나 카페같은건 알지도 못했어

그리고 니가 투명하다며 좋아하는 일본소설은

밋밋해서 취급도 하지 않는 장르였어

 

그런데 요즘은,

니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너와 갈 카페와 근사한 식당을 생각해보고

매일매일 일본소설을 읽으며 잠들고 있어

 

니 취향 하나하나를 알아갈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내 몸에 옮겨오는거야

똑같아지도록,

니가 날 좋아하기 쉬워지도록 말이야

나 그렇게 계산하고 행동했어, 실망이지?

 

그래서 나 너무 서두르거나 하지 않을거야

니가 모든걸 눈치채고 놀라거나 부담스럽지 않도록,

그저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널 닮아가면서 기다릴거야.

니 삶에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물들고 스며들 수 있게

 

오늘도 시커먼 속을 숨기고 능청스럽게

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할거고,

며칠 전 서점에서 만지작거렸던 책을 샀다고 자랑할거야

못이기는 듯 너에게 빌려줄 수 있게!

그리고 니 취향의 가게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겠지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러다 너랑 멀어지기라도 하면

그땐 난 뭘 좋아해야 하지? 뭘 먹고 뭘 마셔야 하지?

그럴 일은 없겠지?

 

Colors Of Love, 여덟번째 이야기

2009. 5. 25

music. by 성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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