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마더>자식을 위하는 엄마의 맹목적인 사랑이 처하게 되는 딜레마를 다룬 스릴러

박철원 |2009.05.26 17:03
조회 218 |추천 0

 

지난 20일 박찬욱 감독의 보다 기대를 더 모았던 봉준호 감독의 가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1000만 신화 봉준호 감독과 한류스타 원빈, '국민엄마' 김혜자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지난 두 편의 장편영화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것과 엄마가 아들에게 가지는 모정이란 흔한 소재를 봉준호 감독만의 색깔로 그려낸다는 점, 국민엄마 김혜자에게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것 이라는 봉준호감독의 자신감까지 관객이 거는 기대감은 기다림까지 흥분하게 만들었다.  

  처음 '마더'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 최다 관객을 동원한 블록버스터 '괴물'과 원작의 특성으로 볼 때 블록버스터가 될 '설국열차' 사이에 쉬어가는 작품으로 만드는 일종의 소품이리라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게다가 무심한 공권력 앞에서 살인죄로 누명을 쓴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엄마의 사투라는 소재 역시 얼마든지 익숙할 수 있기에 다소 봉준호 감독의 명성에 비해 약한 소재와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봉준호는 모든 이의 상상을 넘어서 자신의 필모그라피 중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는 영화를 만들었다.   사실 봉준호는 작가주의적 색깔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 을 통해 관객과의 편안한 소통을 하지만 국내 박찬욱감독과 비교해도 무리가 없는 자신만의 색깔이 짙은 감독중에 하나이다. 이번 영화를 보면 봉준호 감독이 대중성과 예술성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면 상업영화적 특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자신만의 소신있는 스토리와 반전, 모정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봉준호 감독만의 작가주의적 색깔이 이 전작에 비해 많이 돋보인다. 그것이 바로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이 도달한 정점이며 이야기와 스타일을 다루는 예술적 야심이다.  

  관객들이 기다리던 는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말하는 모성 찬가가 아니다. 요즘같이 각박한 시대에 위대한 모정을 통해 따뜻하게 위로받고 싶은 관객이라면 다른 작품을 고려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은 모성을 이상화하는 대신, 자식을 위하는 어미의 맹목적인 사랑이 처하게 되는 딜레마를 부릅뜬 눈으로 관찰한다.    '국민엄마'로의 김혜자에게서 섬뜩한 모습을 보았다는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 자체를 김혜자를 염두해놓고 써내려갔다고 한다. 늘 자상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캐릭터를 맡았던 김혜자는 이번 작품에서 그녀의 첫 스크린 진출작 1982년 의 혜림의 연장선에 선 느낌이다. 영화 에서 남편 살해죄로 10년 복역한 혜림의 여행기를 통해 가을 뒷자락의 쓸쓸한 모습을 보여줬다. 27년이 흐른 지금 혜림에게 아들이 있다면 바로 의 도준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음악소리와 함께 혜자가 갈대밭 사이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흐트러진 옷차림에 무표정으로 춤을 추는 김혜자의 모습에서 국민엄마를 찾아볼 수 없다. 춤을 추지만 마음으로는 춤을 출 수 없는, 가슴 속에 돌덩이처럼 얹힌 무엇인가를 풀어내고 싶어 한 춤사위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혜자는 아들 도준을 위해 자신이 손가락이 잘리는 것도 모르는 엄마다. 극 초반 약재를 썰다가 아들의 교통사고에 자신의 손가락마저 자르지만 혜자는 아픔을 잊어버린 채 오로지 도준만을 찾는다. 엄마(김혜자)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끔찍하다. 일을 하면서도 아들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아들 ‘도준’(원빈)은 아직까지도 품 안의 자식이다. 28살의 도준은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고 철부지 아들이다. 그렇기에 모정은 더 각별하다.  

  모자가 사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보란 듯 옥상에 시체를 걸어놓고 달아났다. 누가 어떻게 왜 죽였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은 그러나 손쉽게 종결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도준의 물건을 근거로 경찰은 그를 범인으로 몰고간다.   도준은 사건 당일 그 현장에 있었다. 만취 상태로 여고생을 쫓아가며 치근댔다는 사실까지도 진실이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도통 기억하지 못한다. 남의 죄를 대신 덮어쓸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도준이다. 남들은 그를 바보라 업신여기지만, “바보”란 말만 나오면 도준은 자동반사적으로 흥분한다. 비과학적인 시골 경찰의 수사가 전작 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살인사건 수사의 관례와도 같은 과정조차 무시하고 사소한 현장 증거로만 도준을 범인으로 몬채 수사는 종결된다.     하지만 엄마는 알고 있다. 아들인 도준이 결코 살인사건의 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아들이 어리숙하고 바보이기에 살인누명을 썼다고 울부 짖는다. 경찰이 하지 않는다면, 변호사도 돕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범인을 찾겠노라 동분서주한다. 동네 꼬마와 청년들, 피해자의 친구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피해 여고생의 가정 환경, 남자 관계 등은 얽힐대로 얽혀 있었다.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휴대폰 사진도 존재했다.   아들의 무고를 증명하고자 엄마는 빗 속에서 전쟁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용의자들을 추적해 나간다. 도준 역시 교도소 안에서 관자놀이를 눌러가며 기억을 더듬는다. 스치며 지나가는 모든 인물들이 사건 의 관련자들이었다. 이렇게 영화는 반전 같은 결말로 마무리된다.   스포일러기에 더 이상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적 장점은 이 영화의 후반부를 통해 느낄 수 있으며 그 전까지의 영화적 흐름은 대부분 김혜자 혼자 이끌어 간다. 초반부 화장터에서 고개를 들고 입을 꽉 다물어 뻔뻔한 느낌까지 주며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 세살 사람들이 다 그래도 여러분들은 헷갈려선 안돼"라고 외치는 장면은 아들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이다. 중반부가 넘어갈 수록 광기라 할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에서 모성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이 처럼 영화 '마더'는 김혜자의 열연 덕분에 중년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지 않을까 기대감을 모으는 작품이다. 중년 관객들에게는 추억의 스타, 젊은 관객에게는 국민엄마인 김혜자의 변신이 어떻게 다가갈지 결과가 기대된다. 또한 원빈의 연기 변신은 우선 합격점이다. 첫 장면에서 휜색 고급차량의 백미러를 향해 몸을 붕 날리지만 너무 일찍 점프한 듯 백미리어 닿기 전 아스팔트 위로 쿵 떨어지는 장면은 그의 캐릭터를 알 수 있는 신이다. 어리숙한 모습은 '말아톤'에서 보여줬던 조승우의 명연기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 는 왜 김혜자라는 배우에게 바치는 예사롭지 않은 헌정사이자 원빈이라는 배우를 새롭게 호명하는 추천사 같다. 김혜자라는 모성 장르 그 자체를 파격적으로 변주하는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마더’가 왜 한 명의 배우로부터 시작된 작품인지를 그대로 증명한다.  

  극 후반부 멍한 표정에서 상기되는 눈빛으로 변하며 "중요한 게 생각났다"며 엄마 혜자를 경악시키는 진실은 원빈의 숨겨진 연기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써 뛰어난 화술을 보여주는 봉준호의 결합은 관객의 지갑을 여는데 특별한 이유가 된다. 물론 봉준호 감독이 어떤 스토리를 끌어내는지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를 본 관객들은 전작 을 떠올릴 것이다. 비과학적 수사방식과정이나 용의자의 백강호의 현장감식때 울부짖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머니로 바꿔 발전 시킨 느낌이다. 하지만 에서 만큼 스피디하지 않고 스릴러적 장르가 치밀하지는 않는다. 또한 엄마가 아들을 위해 사건의 본질에 한단계 한단계 다가서지만, 그 과정이 급박하지 않기에 지루하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또한, 한강에 괴물 출연 보다는 여고생 살인 사건이란 소재는 평이한 편이기에 오락적 긴장감은 덜한것이 사실이다.  

  조금 쉬운 말로, 굳이 풀자면 "봉준호적 색깔과 천재적 연출, 그리고 명배우들의 연기도 있지만 대중들이 감독에게 거는 대중적 스토리에 대한 기대심리는 이 영화를 본 일반 관객 모두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진 않을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이 상업적 스릴러 장르의 경계선과 자신의 작가적 예술경계선에서 고민을 많이 한것 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위에서 이번 영화로서 감독본인의 필모그래피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스피디한 전개와 긴박감이 떨어진다 해도 분명 다른 스릴러다. 과연 도준이 살인사건을 저질렀을까? 저지르지 않았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을 결국 엄마가 밝혀내는 것일까? 하는 여러가지의 궁금증을 봉준호 감독만의 방식대로 모정의 일반적인 소재를 발판삼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론에서의 기억에 대한 역설적 반전은 '왜 봉준호의 마더인가?' 하는 의문점을 해결해준다.   도준이 상기해야 할 기억은 쉽게 회상되지 않는 반면, 엄마가 영원히 묻어둬야 할 기억은 기어이 떠오른다. 또한 다른 이의 기억을 요구하던 인물은 자신의 기억이 망각되기를 기원한다. 이 부분이 가 가지는 철학적 의미이며 모정의 맹목적적인 모성애처하는 딜레마인 셈이다. 이러한 결론이기에 이 영화가 및 여타 다른 스릴러 영화보다 긴박하지 않아도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Copyright ⓒ parkchulwon. All Rights Reserved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