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문학사가 펴낸 '사람사는 세상'. 이 책은 80년대 말 출간되었던 노동자 교양서적. ⓒ통일서각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권의 책을 써냈다. 그 가운데 <여보 나 좀 도와줘>, <노무현이 만난 링컨>, <상식 혹은 희망, 노무현>(공저),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등이 정치활동을 하면서부터 낸 책들이다.여기에 또 하나의 책을 덧붙여야 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여 년 전에 썼던 또 한 권의 책에 대한 기억이 있다. 2005년까지 광주의 조선대학교 근처에서 운영했던 인문사회과학서점 <통일서각>에서 봤었다. 당시 폐업 정리를 하던 <통일서각>에서 현장문학사가 펴낸 주머니글집 시리즈 <사람사는 세상>이란 책이 눈에 띄었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문고판의 책이었다. 모두100쪽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그 책 제목이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이름인 '사람사는 세상'과 꼭같다. 그가 얼마나 '사람사는 세상'을 간절하게 바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 만큼 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어쩌면 펴냈다는 사실조차도 잊었을지 모를 일이다. 나 또한 너무 오래 전 읽었던 책이라 구체적인 내용이나 목차 등이 생각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판사를 그만 두고 78년 부산으로 돌아온 그는 81년 '부림사건'이란 부산지역 조직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부림사건은 부산지역의 민족민주운동단체와 인사들에 재갈을 물리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조작해낸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소설가 김하기(소설집 <완전한 만남> 등의 작가)등 22명이 구속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년 3월 일어난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 등 진보적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변호를 도맡았다. 이후 그는 '부산민주시민협의회'(부민협) 상임위원장으로 활동하다 19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으로 부산지역의 6월항쟁을 주도했다. 부산지역 민족민주운동의 '야전사령관'이라 불렸고, 88년 4월 부산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당하게 국회의원(부산 동구)에 당선됐다.
그리고 이어진 87년 7, 8, 9월 노동자대투쟁 정국에서 대우조선 노동자 고 이석규 열사가 최류탄에 의해 사망하자 사인규명활동을 하던 가운데 3자개입 금지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후 초선 국회의원 때는 '골리앗투쟁'으로 유명했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노동자 편에서 중재하는 등 울산지역까지 노동자 민중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국회의원 초선이었던 그는, 85년 '노동법률상담소'를 운영하면서부터 직접 겪고 느꼈던 노동자 민중의 삶의 실태와 한국의 사회상황을 노동자의 시각에서 써낸 글들을 모아 펴낸 것이 현장문학사에서 나온 <사람사는 세상>이다. 80년대 말 한국사회의 현실과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직접 격었던 체험과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낸 책이었다.
이 책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자 인식에 대한 교양교재로 필독했을 정도였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오래전 문을 닫았고 이 책 역시도 2005년 인문사회과학서점인 <통일서각>이 문을 닫으면서 서점에서 더는 볼 수 없는 책이 되고 말았다.
지금의 노동자들, 특히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며 비판한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그려냈던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그 당시의 노동정책에 대한 견해가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그 시절에도 여전히 제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자 민중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조중동과 같은 제도언론과 탄핵 등으로 괴롭혔던 한나라당 등의 제도정치권의 벽에 막혔고, 그 뒤로 더는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통령이란 짐을 벗어버린 뒤에도 여전히 그는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던 2~30년 전의 그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홈페이지 이름이 책이름과 꼭같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걸 보니 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지금도 또 다른 세상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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