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같은 사람”… 함세웅 신부가 본 노무현
"노 전 대통령은 삼손 같은 사람이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적 동지' 중 한 사람인 함세웅(67) 신부는 노 전 대통령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성경에 '삼손이 죽으면서 죽인 사람이 살아서 죽인 사람보다도 더 많았다'는 구절이 있다"며 "타락으로 인해 힘을 잃자, 회개하고 하느님께 기도해 다시 힘을 얻어 신전을 무너뜨리며 세상을 바로 세운 삼손처럼, 그 분도 자신을 버려 새 '희망'을 이어가려 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6시. 그는 주임을 맡고 있는 서울 신당6동 청구성당에서 새벽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단순한 미사였지만 간간이 '세상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안식과 부활의 기쁨을 보장해주소서"라는 그의 기도도 들렸다.
그와 조식(朝食)을 함께 한 식당 TV에서는 아침뉴스가 틀어져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조문 행렬에 대한 소식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는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를 가보지는 못 했지만 리본이나 벽보가 산더미같이 붙어있다고 하더라"며 "일이 많아서 월요일(25일) 밤 잠시 짬을 내 봉하마을에 다녀왔는데 거기도 추모 열기가 대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장 영결식 이후가 문제예요. 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앞날이 걱정입니다. 국민들도 진정해야 겠지만, 현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해야 돼요."
뉴스 꼭지는 서거 당일 거짓 진술을 한 경호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져 있었다. "경호관을 보호하려고 따로 계셨던 것 아닐까. 대통령 평소 성품이라면 당연히 그랬을 걸요. 직원들 아끼는 양반인데. 경호관이 지금 난처한 처지에 있으니 대통령께서 안타까워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경호원은 아무 잘못이 없으니 용서해라'고 유서에 한 마디 남겼어야 한다"고 웃으며 농을 쳤다.
그러면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때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송기인 신부의 소개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함 신부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를 재임중인 2004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돌아가신 날 소식을 듣고 황망했어요. 아무 말도 안 나오더군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는 분예요. 그분이 기가 셀 것 같지만 안 그렇거든요. 성격이 무척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잘 타. 처음 만나는 사람 보면 쭈뼛쭈뼛하고 낯도 좀 가리고. 그런 분이 최근 일련의 사태 속에서 꽤 부담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자살이 아닌 의사(義死)라고 했다. 또 교회법에 따르면 자살한 이을 위한 장례미사는 안 되지만, 기도를 드리거나 추모미사를 할 수는 있다고도 덧붙였다. "몸을 던져 바위에 부딪히며 대의를 위해 나서신 거예요. 동서고금을 살펴보면 투신(投身)은 자신의 뜻을 강하게 펴려고 할 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29일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참석했다. 그의 말대로 '동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