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호 아버지 보세요.
건호 아버지!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이 나이에 당신한테 편지를 쓴다는 게 쑥스럽지만
마주보고 하지 못하는 말을 글로 대신합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제게 많은 시련과 역경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씩씩하던 그 걸음걸이는 여전하더군요.
여보 힘드시죠?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금쪽 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 날 당신 곁에 서 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힘들어도 그 길은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 안 하겠다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던 당신,
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저는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년 당신 곁을 지켜 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당신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여보, 끝까지 힘내세요.
-당신의 아내 권양숙-
2002.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