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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죄송한" 이유는...

최세은 |2009.06.04 18:05
조회 85 |추천 0

12일이 지났다.

삼우제도 지났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육신마저 재가 되어 돌아갔다.

세상은 다시 잠잠해졌고 모든 포탈의 메인에서 근조표시는 내려왔고 뉘한테 뒤질세라 쉼없이 떠들어대던 방송들도 조용하다.

하지만 가슴속의 허전함, 허탈감은 여전하다.

아니다.

점점 더 심해져간다.

 

대한민국과 조금의 연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그럴 것이다.

물론 '인간'이 아닌 '짐승' 계통에 속한다면 좀 다르겠지만.

사실 우리 건물 주차장에 사는 고양이 가족들도 요새 도통 밥을 안먹는다.

나만 보면 앵앵거리는 노랭이의 청아한 목소리도 요새들어 좀 갈라진 듯하여 처량하게 들린다.

진짜다...ㅡㅡ

 

시민의 힘으로 세운 대한문 분향소는 처참한 몰골로 철거된 상태 그대로 방치됐고

시민들의 광장은 마치 우리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듯이 잔디색깔만 처연하게 푸르르고 전경버스에 둘러싸여 갖혔다.

MB는 여전히 쌩까는 데 이골이 나셨는지 아님 부인의 말을 그렇게 잘 새겨들으셨는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께선 허공에 맴돌다 돌아오는 메아리뿐인 분노의 연기를 표출하고 계신다.

한모당 의원나으리들께서는 거기다 더해 죽은 사람들 딛고 상생과 화합의 길로 도약하잔다.

개삐리리들 같으니.

미안, 개들아... 너희들한테 못할 말 했다.

 

이런 기분은 뭐랄까....

 

“저 분”이 “그 분” 못 잡아먹어 안달난 봄인가. 지인 중에 누군가 내게 이렇게 비아냥댄다.

 “너, 노무현 당하는 거 보고 신나겠다?”

소리 없는, 그저 쓴웃음으로 답했다. 지금 그 분께 “너무 죄송했다”는 말씀 올린다.

그 분의 정책을 계속 비판했기에 죄송한 것이 아니다. 그 분을 안 좋아해서 죄송한 것도 아니다.

‘BBK 스캔들’에도 불구, 정권을 쥐게 만든 책임이 언론에게 분명 있고 기자들도 있고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을 취재한답시고 춘추관 드나들며 밥그릇만 챙기려 했던 ‘나’에게도 책임이 없을 수 없기에 한없이 죄송하고 면목 없다.

 

FTA, 쇠고기, 파병은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그 분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고 여겨보려 한다. 지금의 정권에게 왜 그런 선물들을 주고 갔는지 아쉬움은 남지만, 신자유주의 통과물에 최종 ‘도장’ 찍지 않은 그 분을 더 추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그 분의 박연차 돈 관련 해명에 대해 두둔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심코 올라탔던 택시 안에서 들었던 말이, ‘박연차 뉴스’를 볼 때마다 뇌리를 스친다.

“죽은 권력 뒤나 캐고 다니고 잘하는 짓이다.” 기사 분의 말이다.

 

참여정부 때 우리(‘기자’ 꼬리표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는 너무도 자유롭게 취재했고, 기사를 맘대로 써댔다.

그것은 ‘언론자유’가 아닌 ‘방종’이었다.

그 분은 조중동과 싸웠어도, 조중동이 그 분을 매일 ‘바보’ 만들었어도, 자신 특유의 ‘언어’를 무기삼아 상대했지 직접 ‘칼’을 들이대진 않았다. 기자를 가족들 앞에서 체포하고 구속하는 시나리오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조선일보를 압수수색하겠다고 수시로 검사를 파견한다? 조중동의 지면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을 것이다.

 

출처 ;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기자의 넋두리]

2009-04-24 21:34:22 - 미디어스 김연세 기자

 

M방송사와 K방송사에서 방송국의 편향기사에 대한 기자들의 비판이 있었고,

차마 이름을 밝히지 못할만큼 수많은 언론계통 종사자들이 눈물로 참회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물론 영정앞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고인을 되돌아 보는 현상은 좋은 일이다.)

심지어는 국가권력 기관이자 문제의 핵에 서있는 국세청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고

흘러흘러 뜬구름처럼 들리는 얘기로는 검찰청 내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도 이건 아니라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들만의 눈물이 아니다.

그 중에 제대로 정신 못차리고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입지나 다져보자는 인간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정신 똑바로 박힌 양심적인 일반 사람들을 보고 사는 내가 아닌가....

하여간

그들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아침마다 컴퓨터를 켜고 찾아보는 포탈의 기삿거리들은 이미 다를 곳을 향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슬퍼하고 분노하고 미안해한다.

공식적인 기삿거리로는 북한의 후계자 지명과 지엠대우 파산, 그리고 성황리의 야구장 생중계가 주를 이루지만 

비공식 기자 자격을 쥐고 있는 대한민국 수십만의 블로거들은 여전히 그를 떠날 수가 없다.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 없는 그를 대신해 다시 대한민국을 사람사는 세상으로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소리없이 이어진다.

 

김근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 중 일부 발췌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전에 500만 명이 조문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영정에 절하며 속울음을 울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500만 명이 모두 고인의 열렬한 지지자라서 그랬을까요?

 

저는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에서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전임 대통령조차 정치보복의 대상이 되어버린 극단적인 상황,

조·중·동과 검찰에게 참을 수 없는 조롱과 야유를 받아야 했던 사람,

투신 말고 다른 탈출구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사람,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에서 서러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겁니다.

 

끊임없이 구조조정과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

일자리는 없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조차 몽땅 비정규직인 상황,

국민의 80%가 생존 자체를 위협 받고 ‘실패자’로 매도되는 상황.

이런 상황에 내몰린 국민의 처지와 노무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러웠고, 고인의 영전에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린 겁니다.

...중략.

 

그리고 그 모든 말들은 한 군데를 겨냥하고 있다.

바로 현직 대통령이다.

( 사실 '대통령'이라는 명칭따위로 불릴 개재도 아니지만, 혹시나 이승만처럼 개표조작같은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국민들이 손수 생각없이 뽑아드렸으니 개삐리리같지만 일단 붙여둔다. )

 

왜?

그저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해서?

아니다.

 분명히 우리는 '인간적으로 보자면 진짜 별 것도 아닌 잡스런' 한 사람의 죄악으로 온 나라가 뒤척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 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

 

- 문화부 홍보지원국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일까?

한겨레 신문이 입수한 정부문건이다.

정부측에서는 12명의 공무원 교육 자료로 쓰였을 뿐이라 변명했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엇을 대변하는 논리인지 빤히 안다. 전 국민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그물망 안에서 생활하는 IT강국이라는 국가홍보문구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식으로 인터넷을 자체적으로 이용하고 발전시켜가는 주체로서의 국민들을 공기중의 먼지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정부다. 

선거 때만 되면 인터넷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알바까지 동원해가며 표를 긁어모으려 애쓰는 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국민이 바로 이런 존재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국민은 정부의 적이고 정부는 국민의 적이다.

이게 정상적인 관계인가?

그렇게 된 과정을 곰곰히 따져보면 이렇다.

 

 현 정부는 이명박의 따까리들로 채워져 있는 거대한 MB그룹화 되어 있다.

모든 것들이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대주주인 MB의 사업가적 야망을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그 안에서 국민들은 최소한 소액주주 취급도 못받는 국가라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일 뿐이다.

지금,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인 MB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행위다.

일반 사업장이라면 바로 해고통지서가 날아들겠지만, 이 놈의 나라는 국민을 죽일 수도 없고 쫒아낼 수도 없고 하니

최소한 '합법적'이라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검찰과 경찰이라는 개들을 동원해 찍소리도 못하게 입을 틀어막는 거다.

즉 이 나라는 살짝쿵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독재국가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가?

 

소시민과 힘없고 약하기만 한 국민으로 대변되는 자신을 돌아보라.

다른 이들이 목숨을 버려가며 싸울 때 우리는 옆에서 작은 짱돌하나 주워서 던져본 적이 있는가.

내가 왜 살기 힘든지, 누가 그렇게 만드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주제에

유명하고 많이 보는 신문이라는 이유로 머리맡에 놓고 성전으로 삼아 '100% 믿습니다' 로 일관하시더니

그 뒤에 무슨 음모가 있는지도 모르고 팔짝팔짝 뛰며 전직 대통령을 죽일 놈이라 평했던가.

그게 그거고 초록이 동색인 안봐도 뻔한 국회의원이라 투표 한 번 해 본 적도 없다는 말을 자랑스레 떠들어대는 군상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정권만 넘기면 그저 일사천리 해결되는 줄로만 알았던,

근데 그래도 살기 힘들어지니 다시 민주당에 표 좀 던져주는 작태들.

  

자신이 이 나라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서울에 산다고 강남 땅부자들과 서울 시민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의사이고 변호사라서 연소득 좀 높다해서 저기 저 지체높으신 양반들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집이 재개발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사는 당신은 그 휘황찬란한 새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착각하지 말라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중간쯤은 가리라 착각하는 부류가 있다.

물론 남들이 묻거든 나야 뭐 서민축에나 속하지...라고 하면서, 그래도 이 정도면 중산층은 되겠지 생각한다.

그리고선 하는 행동을 보자. 

일년에 한번쯤은 여유부리며 해외여행도 다녀와야하고, 명품 가방 한개쯤은 있어야 구색을 맞추지.

빚지건 밥굶건간에 죽어도 폼나는 차 한대쯤 굴려야 하고

곧 죽어도 서울에는 살아야 하니 그 높은 아파트 시세에 전세금 갚느라 허덕인다.

 

... 현실은 이렇다.

2007년 4분기 기준 국민은행 조사에서 대한민국 평균 총자산액 (부동산, 금융자산, 소득액, 전세보증금, 콘도회원권, 보석 등의 총합) 은 3억 4천만원이다. KDI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중위소득이 '2007년 4인가족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월 290만원, 총소득 333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는 <<소득이 일정수준에 달하여 경제생활이 안정되었고, 노동자나 농민들의 수준을 훨씬 넘는 여가 및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집단>> 을 말한다.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산층 대접을 받는 이들은 상위 10%로 표현된다.

총자산액 13억4천만원, 최소 서울 아파트 한 채와 중형차 한 대, 취미생활 한두개쯤 그리고 시간적, 정신적 여유.

 

가장 최악의 경우는 자신은 중산층이라 서민 위주의 국가정책을 탐탁치 않아하는 일부,

자신이 가진 게 많아 버릴 것도 많고 얻을 것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순진한 인사들.

정작 상위 10%인 자신들조차 외면하고 상위 1%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 한나라당에게 그래도 좋다고 표를 던지는 바보들.

4년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순환이다.

 

회색분자, 중도주의, 양비론, 모두 다 무책임하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약되어 있다.

단테의 신곡, 유명한 구절이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사람이라도 당당할 수 있는 자가 있는가.

 

 

해방 후 지금까지 독재적 군사통치가 판을 칠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외면했다.

 

'나는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나는 정치와 관계없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봐왔다.

그러면서 그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악을 악이라고 비판하지 않고,

선을 선이라고 격려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다.

스스로는 황희 정승의 처세훈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얼핏보면 공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비판을 함으로써 입게 될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다.

 

이것이 결국 악을 조장하고 지금껏 선을 좌절시켜왔다.

지금까지 군사독재 체제 하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판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느껴왔는지 모른다.

그들은 또한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악한 자들을 가장 크게 도와준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 김대중의 '잠언집' 中 -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리고 누군가가 덧붙인 한 마디

" 비겁한 자가 살아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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