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크게 상처입고
자기는 여자가 싫다며 사랑같은거 안해도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렇게 큰 소리치고 다니던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 친구에게 항상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야, 그래도 그게 아니다. 사랑하다 상처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
그 사람들이 다 사랑않고 살았다면 이 세상은 대부분이 사랑않고 살거다.
상처입어도 다들 잘살잖아. 사랑하면서 말이야. 너도 이제 그만 마음 고쳐먹어라."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녀석 마음에 입은 상처때문에 정말로 사랑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갑작스럽게 청첩장을 보내더군요.
결혼한다고 말이죠.
또 친구 중에 다른 한 친구는 터프하고 털털한 여자를 싫어했었는데
어느 날 제게 그러더군요.
"나는 나중에 다소곳한 양갓집 규수랑 결혼할거다!! 내 인생 10개년 계획이다!"
저는 그때 웃었지만 정말로 그 친구는 5년만에 계획을 이루더군요.
대단하다는 생각에 만세라도 대신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다만 양갓집 규수긴 한데, 대대손손 무신의 독녀와 결혼했다는게 좀 신기하더군요.
공주님을 모시고 살겠다더니 지금은 여장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친구는 죽어도 연상이랑은 결혼 안겠다며, 4살 연하랑 결혼하겠다며
동네방네 방송을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4살 연상의 누나를 모시고 잘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다들 모이면 그 이야기만으로도 밤을 새우고는 합니다.
다들 자기 모습이 우습기도 하도 신기하기도 해서 그런거겠죠.
그때마다 저는 물어봅니다.
무슨생각이 들어서 사랑하고 결혼하게 된거냐고 말입니다.
그러면 이 세친구는 입이라도 맞춘듯이 똑같이 말합니다.
어느날 아무생각없이 있는데 이미 사랑하고 있었고
결혼하기 전날 밤 거꾸로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이죠.
그리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정말 행복하다. 너도 너무 고집부리지마라. 너도 나중에 알게될거다.
네가 고집한 최고의 사랑보다 더 행복한 멋진 최고의 사랑이 있다는 걸, 그때가서는 우리한테 술한번사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해줄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세녀석, 자기들끼리 보고웃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어도 더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걸 고집하는 걸 그만하고 싶어도 그게 좀처럼 안되네요.
이런 바보같은 고집으로 지쳐가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친구들이 오늘 술은 자기들이 사겠답니다.
생각해보면 사랑에는 앞뒤좌우가 없는데 역주행도 정주행도 없겠네요.
친구들은 다 바른길로 똑바로 걸어가 사랑을 했을겁니다.
아마도 그럴겁니다. 지금 다들 행복한걸 보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