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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자유롭지 못하면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

서동범 |2009.06.14 03:16
조회 83 |추천 0

 

떨리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리뷰한다.

일단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한 주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답없는 물음을 계속했고, 토요일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

내 머리를 지끈거릴 정도로 쏟아낸, 답없는 물음들은 나를 괴롭게 했고 슬프게 했을 때 나는 이 영화를 보았다.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역시 나의 게으름으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더 부끄러운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을 대충 알고 있어서 보지도 않는 내가, 오래 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했다.

나는 참 형편없다.

 

 

"절대 날 미워하지마라. 인생은 고난이고 넌 반드시 살아남아야 돼."

 

태어날 때부터 피아니스트로 키우려는 아버지의 극성에, 데이빗은 좋은 싫든 하루종일 피아노를 연습한다.

아버지는 데이빗에게 가장 어려운 곡만 골라서 연습하게 하고 각종 콩쿨에 참가해서 우승하기를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욕심많은 아버지의 극성은 더욱 강렬해지고 그 극성에 걸맞게 몇번의 콩쿨 우승을 하기도 했지만, 데이빗은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

한편, 데이빗의 재능을 알아본 각국의 음악학교들은 자신들의 학교로 입학해줄 것을 편지로 보내지만, 번번히 아버지의 반대로 입학하지 못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3번을 연주할 수 없네."

"전 충분히 미쳤어요. 그렇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데이빗은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영국 왕립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데이빗을 전담 지도하게 된 외팔이 교수는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아버지와 흡사한 극성으로 데이빗을 가르친다.

시간이 갈수록 음악적은 재능과 실력은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되지만, 점점 자아를 잃어가는 데이빗.  

메이저 콘체르토를 준비하던 중에,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연주하도록 강요 들었던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하게 된다.

그가 연주할 곡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으로, 악보는 엄청난 기교와 감성으로 도배되어 있어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도 꺼려되는 곡이다. 

데이빗은 교수의 혹독한 지도를 받아, 콘체르토에서 그 곡을 훌륭하게 연주하지만, 연주가 끝난 후 자리에서 쓰러진다.

그 후 데이빗은 신경쇠약과 정신질환으로 모든 것을 중단한 채 기약없는 요양생활을 하게된다. 

 

 

"여보 앵콜을 원해요."

"그래? 더 연주해 달래?"

"저걸 보세요."

"난 우승했어."

"아직 아니예요."

"난 더 연주 할거야"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스토리가 잘 짜여진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충보면 아버지의 극성을 딛고 성공한 어느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이 영화를 짧게 요약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던 한 남자의 삶의 과정을 보여준 영화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받은 점은 제프리 러쉬(Geoffrey Rush)의 연기다. 

나는 배우가 연기하는 것만 봐도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의 연기는 영화 내내 완벽했고,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캡틴 바르보사' 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세월이 흐르동안 우리는 살아야 돼. 그래서 절대 포기하면 안돼."

 

군복무를 할 때, 나의 보직은 운전병이었다.

그런데 내가 운전하는 차는 탄운차(탄약운반차량)라하여 훈련시에만 운전가능한 차였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훈련 외에는 배차가 나지 않아서, 늘 부대작업과 궂은 일에 군대생활을 보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대대 정훈 영상물을 만들게 되었고, 그 영상물 하나가 나를 말단 중대에서 군단 정훈공보부로 파견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나를 군단으로 보내기 전에 여단 정훈참모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 미친듯이 영상 만들고 싶냐?"

"네 시켜만 주신다면 미친듯이 만들고 싶습니다."

 

막 일병을 달았던 나는, 매일 부대작업과 궂은 일에 몸도 힘들었고, 내성적인 성격에 군생활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때 정훈참모의 물음은 내게 있어서는 구원과 같았다.

나는 정말 자대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영상제작 업무를 하게 되니, 군단에서의 생활은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군단에서의 생활은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야근까지 하면서 미친듯이 영상을 만들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라는 참모와 장교들의 압박에 몸과 정신은 쇠약해져만 갔다.

약 10개월 간의 군단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병장이 되었지만, 자주 영상제작 업무로 파견을 나가곤 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자유롭지 못하면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데이빗도 피아노 치는 것이 좋았지만 가족과의 단절과 주변의 압박에 자유롭지 못했다.

사람은 재미와 감동이 없이 어떤 일을 하게 된다면, 강한 스트레스을 받고 자아 정체성을 잃어간다.

영화에서 데이빗이 메이저 콘체르토에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연주할 때, 중간중간 피아노 소리없이 손가락으로 건반만 찍는 소리만 나는데,

그것은 데이빗의 연주가 열정을 동반한 스트레스이자, 무감정 속에서 나오는 기계적 반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재미와 감동이 없다면 어떤 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없고, 자유가 없다면 더더욱 할 수 없다. 

 

세월이 흐른 후 데이빗은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런 말을 한다.

 

 

"이젠 라흐마니노프 3번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더 잘.. 다시 연주할 거예요."

 

스콧 힉스(Scott Hicks)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으나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프리 러쉬는 연기만 봐도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영화에서 그가 울때 나도 같이 울었다)

<천사와 악마>의 추기경역으로 열연했던 베테랑 연기자 아민 뮬러-스탈 (Armin Mueller-Stahl)은  욕심많은 아버지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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