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포츠머스 여행기(2005.08.07)의 토막글이며, 2005년 북유럽 여행의 일부입니다. 태그를 클릭하시면 전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8월 7일 오전 11시
영국 포츠머스
최초의 철갑선은 무엇일까. 흔히 임진왜란 때 사용된 거북선을 최초의 철갑선이라 부르지만, 정작 거북선의 등은 적이 오르지 못하도록 비늘처럼 판을 설치했다는 기록은 있어도 철갑을 뒤집어 씌웠다는 기록은 없다[각주1]. 일본 전국시대 때 사용되었다는 철갑선도 마찬가지. 쇠테를 둘렀다는 기록이 있을 뿐, 이름처럼 진짜 철갑선은 아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가장 오래된 철갑선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포츠머스 항에 전시된 영국 해군의 전함, H.M.S. Warrior 호다. 포츠머스에 도착한 우리를 반긴 것도 이 전함이었다.
* H.M.S. 란 His/Her Majesty Ship(Submarine) 의 약자로, 캐나다·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과 같이 국왕을 모시는 국가들이 전함 앞에 붙이는 말이다. 역시 국왕을 모시는 스웨덴 해군도 같은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다.

전체 모습.

워리어 호 함내에 전시된 당대의 흑백 사진들. 항해하는 모습과 간부들의 얼굴이 보인다.
크림 전쟁(1853 ~ 1856)에 이어 개발되어 1859년에 완성된 프랑스의 전함 글루와르 호La Gloire는 이러한 시도를 처음으로 해낸 전함이었다. 하지만 1860년 완성된 워리어 호를 최초의 근대적 전함으로 꼽는 데는 이후의 전함 개발에 미친 영향 때문이다. 우선 덩치부터가 컸다. 배수량이 9,180톤으로, 이전까지 최대였던 머시급(5,643톤)의 거의 두 배나 됐다. 돛대와 증기기관을 함께 채용했기 때문에[각주2], 동시에 사용할 경우 그 덩치를 유지하면서도 시속 17.5노트를 낼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속도였다.


석탄을 때는 보일러(맨 아래)와 엔진 기관들. 맨 아래층까지 내려가면 볼 수 있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올라와서 찍은 사진. 돛을 매달기 위한 줄들까지 보존되어 있다.

Hinderman 요새를 공격하는 북군 철갑선들. http://en.wikipedia.org/wiki/File:Battle_of_Fort_Hindman.png

프랑스 황제가 남군을 지원하기 위해 건조한 배이자, 도쿠가와 막부에 넘겨져 일본 최초의 철갑선이 된 "코테츠". 들이받아 공격하기 위핸 충각을 장비하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Stonewall-Kotetsu.jpg

안내 팸플릿에서는 워리어 호를 포츠머스 군항의 보석이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든 복원해서 유지하기 위해 쓰고 있는 돈이든 쓰고 있는 돈들을 보면 진짜 보석이나 진배없었다. 입장료가 꽤 비싼 것도 이해가 갔다. 어쨌든, 충무공 이순신이 애용하던 환도조차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 세계 최강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갑판 위에 설치된 작은 대포. 워리어 호는 당시 전함치고 갑판이 정말 낮다.

갑판 아래에는 맨 아래층을 제외하면 큰 대포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천장에 수북이 매달려 있는 연장들, 대포 수입용 솔 등이 보인다. 사진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사이사이에는 해먹들이 매달려 있었다.

배의 선실. 비교적 계급이 높은 장교들의 방이다. 굉장히 좁다.

고물 쪽에 있는 간부 식당. 12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여기는 작업을 하는 목재실이다.

19세기 말 수병들의 일반적인 복장.

육전대가 사용하는 소총들. 깨끗하게 닦여 수납대에 보관되어 있었다.

수병들이 사용하던 군도. 선실의 벽면에 놓여져 있다.

대포와 함께 보관되어 있는 무기들.

좀 특이했던 권총 보관대.

관람을 마치고 배의 고물에 위치한 조종석으로 올라와서 찍은 사진. 멀리 포츠머스 항의 건물들이 보인다.
[각주]
1. 무게도 무게거니와, 무엇보다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에 철판을 그대로 노출시키면 녹이 슬게 된다. 따라서 진짜 철갑을 씌웠다면 여기에 대한 방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록 또한 없다.
2. 증기 기관을 장착한 선박은 19세기 초부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