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예배… “이제 내가 대신 바보가 되고 싶다”
| 기사입력 2009-05-28 21:21
징 소리가 울리자 모두 일어서서 촛불을 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예배가 28일 저녁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예배를 인도한 김기석(청파감리교회) 목사는 고린도후서 4장 10∼11절과 14절을 읽은 뒤 "그는 부엉이바위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훌쩍 생과 사의 경계를 넘었다. 순수한 세상을 꿈꾼 것이 그를 죽게 했다"며 "그러나 진실한 꿈은 사라질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고 기도했다.
촛불을 들고 일어선 200여명은 한목소리로 시편 58편 1∼2절을 읽었다.
"너희 통치자들아, 너희가 정말 정의를 말하느냐? 너희가 공정하게 사람을 재판하느냐? 그렇지 않구나. 너희가 마음으로는 불의를 꾸미고, 손으로는 이 땅에서 폭력을 일삼고 있구나."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나는 뜻있는 예수를 좋아합니다"라는 그의 말 끝에 예배 참석자들은 '아침이슬'을 불렀다. 서덕석 목사는 준비한 추모시를 읽었다.
"처음엔 바보가 한심했다/ 나중에는 바보가 불쌍해졌다/그 바보가 죽고 나서는 왠지 그리워진다/이제 내가 대신 바보가 되고 싶다."
성공회대 최영실 교수는 추모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그의 죽음 앞에 교회도 나뉘어 가장 앞장서서 고인을 성토하는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라며 "이 죽음을 그냥 헛되게 해선 안되고, 정치자금법도 개혁하고 한반도의 평화도 지켜내며 불의한 것을 고쳐내는 참된 용서와 화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신부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뒤 목사님들의 권고를 받고 후보 단일화를 결단했다"며 "모든 것을 버리고 역사의 결단을 보여준 그의 마지막 모습은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큰 소리의 아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배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시민추모문화제에 참석키 위해 서울시청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손에는 여전히 촛불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