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글을 써 본들... 정말 개떼같이 달려드는 악플에 한숨만 나올꺼라는 생각을 하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는 심정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존엄사 판정이후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살아 계시는 할머니의 뉴스가 연일 화제입니다.
이제 내년이면 의사의 길을 시작할 사람으로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사가 예언가도 아닌데 의사가 말한 대로 그대로 된다는 잘못된 믿음과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 돌려지면서 의사가 비 합리적으로 욕먹는 현실을 보면서 두렵기만 합니다.
이미 병원에서는 "방어적 진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들이 그렇지 않지만, 의사도 실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일부 환자들과 의사에게서 거액의 보상금과 위자료를 기대하는 잘못된 소송문화가 점점 소극적이고 복잡한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로 의사들을 몰아갑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이 쓰고 있는 약들 중에는 미국 FDA(미국 식약청)에서 승인 받은 약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그 부작용과 위험성은 존재합니다.
더우기 우리 나라 사람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용량에 있어서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의사는 급박한 환자를 앞에 두고서 시간을 마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심평원'이라 불리는 국가의 제도가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 그나마 쓸 수 있는 약의 수도 제한되어집니다. 지금 학생으로서 제가 배우고 있는 그 많은 새로 개발된 약제들과 치료법들은 심평원이 허가하지 않는 한 쓸 수 없습니다.
(보험이 되지 않고 삭감되는데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우겠습니까? 만약 그러면 환자들은 의사가 덤태기 씌운다고 다른 병원 갈꺼고... 병원 경영은 어려워 질 것이고..)
실습 현장에서 마음을 먹고 위자료를 노린 말기 환자들의 가족들을 보는 마음은 더 착잡하기만 합니다.
(물론 일부의 분이시겠지요... 하지만, 제가 겪은 분들은 임종 전에는 한 번도 안보이시던 친척분이 임종시에 갑자기 나타나서 소송이니 뭐니 하면서 멱살을 잡고 하신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 간 곁에서 간호하던 분들은 죄송하다는 말씀만 하시고 소송에 대해서는 그 친척들에게 맡겨버리지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하죠? 밤 잠 설치며 환자 곁에서 혹시 가능성 있는 치료법은 없는지 시간을 쪼개어서 논문을 뒤적이던 전공의나 스텝들은 울분을 하소연 할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알고서 거는 소송만큼 무서운 것은 없더군요.)
의과대학 들어오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늘 마음에 새기면서 인술을 펼치겠다는 마음은 점점 환자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로만 다가옵니다. 친구들은 벌써 일가를 이루고 집과 직장을 가지고 안정되게 살고 있지만, 이제야 지난 수년간 1억이 넘는 투자에서 벗어나서 연봉 3000이 안되지만 수입이란 걸 만져보나 했는데, 그 마저도 대학원 등록금으로 .... 결혼도 레지던트 4년 이후나 되어야 현실적으로 가능한데... 환자들과 여론의 욕이나 먹게되는 신세로... 이제 6개월 남았는데, 그만 둘까하는 마음이 매일 교차합니다.
의사들을 욕하지 말아 주십시요.
결국 아프면 병원을 찾게 되고 의사는 환자를 믿고 환자는 의사를 믿어야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엔가 의사들이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되어져 가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 정신과 환자들을 마녀 사냥으로 몰아간 역사처럼) 언론이 그렇게도 칭찬하는 미국의 의료제도에서 의사는 행복하다고 합니다. 미국 환자들이 인식하는 의사는 자신들을 위해 보험 회사와 싸워주는 그런 존재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미국 의사들의 연봉이 높음에도 그들을 욕하는 미국 국민은 없습니다. 제 짧은 생각이지만, 그 이유는 바로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제 눈에 비치는 의과 대학 교수님들과 여러 의사들은 (물론 몇몇의 돈 밝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환자들 앞에서 그들의 편이 되어 그들을 도우려고 애쓰시는 진정한 인의들이셨습니다. 한국의 의사들 전체가 마치 돈에 미친 집단인양 생각하는 이런 어이없는 일들은 결국 의사나 환자나 어느 쪽에도 이익을 주지 못합니다. '네가 먼저 신뢰를 보여라' 이야기 하기 이전에 서로가 먼저 믿음으로 접근한다면 의료의 발전과 함께 의사 환자 모두에 만족스러운 미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에 대해서 진정어린 비판을 해 주셔도 되지만, 근거 없고 생각 없는 감정적 반응은 자제해 주셔서 부디 한 의대생의 부족한 의견 제시가 시작점이 되어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 바람직한 의료 제도가 정착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