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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지선들

조아영 |2009.06.27 01:33
조회 872 |추천 0
코트니 러브는 “가짜 샤넬을 입느니 차라리 발가벗고 다니겠다”라고 말했다. 에디 슬리먼, 칼 라거펠트, 필립 림 등의 패션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가짜 샤넬이 아니어도 기꺼이 발가벗을 수 있는 다음의 뮤지션들이다.
스타일에 관한 한 이들의 이름은 외워두는 게 좋겠다.



릴리 앨런 Lily Allen

솔직히 말하자. 릴리 앨런이 항상 옷을 잘 입는 건 아니다. 베스트 드레서에 뽑히는 횟수만큼이나 그녀의 이름은 워스트 드레서 영역에서도 자주 보였다. 하체 비만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어그 부츠를 뻔질나게 신고 다녔으며 부스스한 얼굴에 삼촌 옷을 걸친 듯한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심지어 그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삭발 다음으로 이상한 조잡한 핑크 머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바람피운 남자친구가 매달릴 때 비웃어주고 코카인 하는 동생을 고자질하고 파파라치 코를 부러뜨리는 릴리 앨런이기에 샤넬 드레스에 나이키 에어 포스원 운동화, 싸구려 골드 하트 귀고리를 매치하는 게 그럴듯해 보였다.
그녀는 항상 말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빈틈없이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상상력이 부족해 보여요.” 큼지막한 허벅지를 파파라치 앞에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그녀가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느니 맘대로 입겠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여자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던 그녀가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다.

이게 다 칼 라거펠트 때문이다. 첫 음반 을 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3백50만원 상당의 샤넬 드레스를 산 거라는 ‘샤넬 마니아’ 릴리 앨런이 2009년 샤넬의 f/w 핸드백 광고에 모델로 발탁됐으니 날씬해지고 싶은 심정은 당연하다.
살이 쏙 빠진 그녀는 새로운 싱글 ‘the fear’ 뮤직 비디오에서 PPQ의 귀여운 리본 드레스에 이브 생 로랑의 슈즈를 신고 사랑스럽게 나왔다. 덕분에 우리는 릴리 앨런이 실은 꽤나 예쁜 얼굴이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을 갖고 싶어. 난 성자는 아니지만 죄인도 아니야. 모든 게 다 괜찮아. 난 점점 날씬해지고 있으니까’라는 ‘the fear’의 가사는 지금 그녀에게 ‘위선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를 위한 공식 보도 자료 같다.
촬영할 때 사이즈가 안 맞아 스태프끼리 눈빛을 교환하는 치욕스러운 경험을 자주 한 그녀로서는 날씬해지는 게 신나는 일이라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제 이브 생 로랑의 쫙 달라붙는 캣수트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흥분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옷이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엄마가 만들어준 베이컨 잔뜩 든 치즈버거는 당분만 못 먹겠지만 말이다.








마크 론슨 Mark Ronson

마크 론슨은 남자들이 재수없어 할 만한 모든 걸 가졌다. 밴드 매니저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부터 존 레논 아들인 숀 레논 등과 친구로 지냈으며, 엘리트 가문 자녀들과 함께 타미 힐피거 광고 촬영도 했다. 그도 파티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지만 정신 차리고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에 매진한 그는 릴리 앨런과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성공시킨 음악 프로듀서이자 DJ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린제이 로한이 론슨 집안 자식 중에서 마크 론슨을 내버려두고 사만다 론슨과 사귀는 건 미스터리다. 게다가 그는 어떤 남자의 경우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안 되는 스타일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에서 선정한 2009년 베스트 드레서 1위에 오른 그는 1960년대 버튼 다운 셔츠 스타일을 재현해낸다. 남들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을 때 그는 폴 매카트니의 더벅머리를 하고 완벽한 맞춤 수트에 포케치프까지 한 상태로 디제잉을 한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는 아크네 블랙 진에 벤 셔먼 윙톱 슈즈, 그리고 체크 패턴 재킷을 입는 자연스러움도 보인다. “밥 딜런의 다큐멘터리 영화 을 본 게 제 삶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그는 지금껏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멋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솔직히 그의 스타일을 많이 따라 했죠.” 카디건 스타일링은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에게서, 그리고 수트의 감도는 의 알랭 들롱에게서, 셔츠와 바지의 핏은 의 장 폴 벨몽도에게서 배웠다(한마디로 하루 종일 잡지나 뒤적거리는 시시한 남자는 아니란 얘기다).

물론 그도 창피한 시절은 있었다. 열네 살 때는 첫 밴드 공연을 위해 엄마 옷장을 뒤져서 플라워 프린트 셔츠와 나름대로 사이키델릭해 보이는 오버코트를 꺼내 입고 머리는 스톤 로지스처럼 덥수룩하게 하고 다녔다. 90년대에 힙합의 영향권을 무시할 수 없던 그는 비스티 보이스를 알기 전까지는 배기팬츠에 스니커즈를 신고 다녔다.
20대에 들어서야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남자가 몸에 피트되는 옷을 입어야 더 멋져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게다가 그는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가 밖에 나가기 전 거울 앞에서 1시간이나 있는 남자는 아니에요. 그루밍 같은 것도 모르고요.”








리지 트룰리 Lissy Trullie

지금 뉴욕에서 일어난, 리지 트룰리를 둘러싼 최근 몇 개월간의 법석은 좀 지나친 구석이 있다. 요즘 버진스와 함께 뮤직 투어를 다니는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놀랍게도 버진스의 ‘여자판’이라 할 정도로 쏙 빼닮았다. 아무리 사람들이 쇼트 커트를 한 여자들, 그러니까 진 세버그, 에디 세즈윅, 아기네스 딘을 사랑한다 해도 의 문장을 인용해보면 누구라도 조금 놀랄 수밖에 없다.
“앤디 워홀이라 해도 리지 트룰리를 사랑했을 거다.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이나 태도가 그렇다. 마치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니코를 섞어놓은 것 같다.” 솔직하고 담백한 리지 트룰리야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건 짧은 머리일 뿐인데요”라고 말했지만 음반 수집가인 아버지 덕분에 1950, 60년대 음악에 매료된 환경, 깡마른 몸매에 페도라를 쓰고 1950년대 모터사이클 재킷, 남성용 재킷이나 데님 베스트를 즐겨 입는 패션을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한 이력 중 접시 닦기, 피자 가게 웨이트리스, 수위 말고 모델이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스스로를 루저로 평가하는 리지 트룰리는 그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하지만. “전 웃지도 못하고 춤은 심하게 못 췄어요. 사람들은 항상 제게 말했어요. ‘춤을 좀 춰보고 시선은 위로!’전 전혀 괜찮지 않은 모델이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잘 웃지 않고 깡마른 매력을 지닌 그녀는 지금 런웨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필립 림의 2009 f/w 컬렉션에서 그녀는 노래를 불렀고(1960년대 록 스타일을 재현한 그 쇼에서 모델들은 리지 트룰리의 둥근 접시 머리를 그대로 차용한 채 나타났다), 루엘라의 2009 f/w 컬렉션에 카키색 트렌치코트에 골드 글러브, 그리고 골드 컬러 부츠 모습으로 섰다.
하룻밤 사이에 스타일 아이콘이 된 뉴욕 패션 신의 이런 거품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최근 과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렇게 털어놓았다. “제가 정말 끔직한 얘기 하나 알려줄게요. 전 만날 똑같은 옷을 입어요. 사람들이 왜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나 모르겠어요. 그건 패션이 아니에요. 제가 돈이 없기 때문이고 제가 옷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 뉴욕의 이스트빌리지 예술가들과 패션 피플이 그녀에게 더 열광할 거라는 데 돈을 걸어도 좋다.








피트 도허티 Pete Doherty

만약 바짓단에 관한 가장 완벽한 모범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한다면 자료의 대부분은 피트 도허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남자들의 손톱 그루밍에 대한 가장 형편없는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한다면 그 자료 역시 피트 도허티가 될 거다. 마약 소지 및 투입 죄로 법정에 출두할 때를 빼고서는 그가 깨끗한 옷을 입은 걸 본 적이 없다. 그는 평생 빨래나 드라이클리닝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군다.
코트의 올은 다 풀려 있고, 모자는 얼룩져 있으며, 셔츠는 옷걸이에 걸어놓지 않았던 게 분명할 정도로 구깃구깃하다. 머리는 감은 걸까? 클린징 폼은 하는 걸까? 아니, 하다못해 화장실 다녀온 후 손은 씻는 걸까? 영국의 은 저녁에 선글라스 쓰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피트 도허티 스타일을 따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영국의 윌리엄스버그나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가면 을 읽지 않는 젊은이들로 버글거리는 걸 알 수 있다.
에디 슬리먼과 크리스 도넬리도 그 젊은이들과 생각이 같았다. 에디 슬리먼은 스키니 수트에 페도라를 매치하는 피트 도허티에게서 영감 받아 디올 옴므 룩을 완성한 적이 있으며, 카사비앙의 톰 메이건, 악틱 몽키스, 더 스트리츠 등의 뮤지션이 좋아하는 브랜드 ‘지오 고이(Gio-Goi)’의 크리스 도넬리 디자이너는 피트 도허티야말로 이 시대 스타일 아이콘이라며 티셔츠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리고 피트 도허티는 티셔츠에 보란 듯이 ‘drug free’라는 문구를 써넣었고. 스키니 수트, 페도라, 프레드 페리 피케 셔츠에 서스펜더, 칩 먼데이 데님 등 아무렇게나 입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은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가 보인 불안한 긴장과 매우 닮았다. 사실 그에게서 젊은이 특유의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는 젠체함이 엿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언제나 약간 어눌한 듯한 목소리와 과장된 손짓으로 얘기한다. 그가 집에서 손가락을 허공에 튕기며 캣워크 연습을 하는 장면은 모 타블로이드지에서 선정한 ‘가장 민망한 순간’에 꼽히기도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독특하게 보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그야말로 잘 보이고 싶어 죽겠다는 태도와 룩으로 일관한다.
물론 그건 그가 훌륭한 밴드 리버틴스의 멤버였다는 것과 함께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사실이기도 하다.








패트릭 울프 Patrick Wolf

패트릭 울프가 뮤지션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 아마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저 사람 제정신이야?” 자, 그가 입었던 옷을 하나씩 나열해보자. 새의 깃털 같은 걸로 이뤄진 쇼츠에 초등학생이나 입을 것 같은 무릎길이의 양말. 민망하기 짝이 없는 하이웨이스트 데님 쇼츠에 화이트 셔츠, 빨간색 서스펜더, 그리고 커다란 진주 목걸이. 골드 컬러 칠부 바지에 도트 무늬 검은색 양말에 윙톱 슈즈.
게다가 반짝이는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골드 컬러 속옷으로도 모자라 얼굴, 혹은 다리나 몸에 반짝이를 잔뜩 뿌리고 다닌다. 그러고 보면 2007년 버버리 F/W 광고에 등장했을 때 그는 가장 점잖아 보였다.

쇼츠와 서스펜더, 그리고 깃털과 반짝이로 대표되는 그의 룩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성년이 되길 싫어하는 소년,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동물 같다. 우리가 잘못 보지는 않았다. “사춘기가 되면 소년이 동물로 변하고 몸의 털이 자라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달의 주기, 해수면 같은 것에 영향을 받았죠. 전 확실히 인간보다 동물에 가까운 것 같아요.”
앱스라는 성에서 지금의 울프로 바꾼 것도 늑대 인간의 존재에 탐닉했기 때문이다.

동물보다 훨씬 음악적 재능이 탁월했던 그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열여섯 살에 집을 나왔다. 사람들이 가레스 퓨나 카세트 플레야말고는 어느 브랜드인지 도저히 못 알아볼 그의 옷에 대해 궁금해하자, 그는 당시의 상황에 빗대서 이렇게 말한다. “어릴 때 집을 나와서 돈이 항상 없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붙여서 만들어 입었죠. 빅토리언 시대의 퍼나 동물의 박제물 같은 걸 조합해서 만들기도 했고요.
보기엔 끔찍하겠지만 재밌잖아요. 얘기할 거리도 있고요.”

청바지에 티셔츠 입는 그저 그런 지루한 4인조 기타 팝 밴드의 홍수 속에서 제정신이 아닌 패트릭 울프의 등장은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한다. 픽시스, 블론디, 조니 미첼 등을 좋아하던 그답게 바로크 팝과 포크, 일렉트로닉 팝을 오가며 자신의 괴상한 목소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를 만들고 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미쳤다, 극단적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다’라고 말하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전 제 광기를 즐겨요. 그 덕분에 때론 창조적일 때가 있거든요. 알죠?” 그건 아는데, 그러니까 우리가 궁금한 건 ‘the magic position’ 뮤직 비디오에서 입고 나온 레오퍼드 무늬 후디는 도대체 어디 건지 속 시원히 얘기 좀 해달라는 거다.








레이디 가가 Lady Gaga

레이디 가가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것 같다. 엉덩이를 심하게 압박하는 순백의 라텍스 레깅스를 입어야 하는 날도, 스윔수트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레이스업 부츠를 신고 양산을 드는 날도, 하나라도 터질세라 조신하게 행동해야 하는 물방울 옷을 입는 날도…. 설정의 대가인 그녀는 아마 아침에 양치질을 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옷으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릴까”라고 고민하는 것 같다.
가끔 아침에 아랫도리 입는 걸 잊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설정이며, 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찻잔을 일부러 파파라치 앞에서 들고 다니나 싶지만 그 역시 설정이다. 도대체 어떤 성인 여자가 머리 위에 집채만 한 리본을 올릴 생각을 하며 도대체 어떤 여자가 브래지어에 싸구려 미러볼을 달 생각을 할까?

잡지에서 줄곧 주장하는 ‘체형 결점을 위한 스타일링 팁’ 따위는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스윔수트 아래로 삐져나오는 엉덩이를 보면 말이다. 1980년대 마돈나와 신디 로퍼의 훌륭한 계승자 레이디 가가는 데이비드 보위와 퀸, 항상 발렌티노나 페라가모로 잘 차려입었다는 어머니, 그리고 지금은 구닥다리라고 비난 받지만 그녀에겐 여전히 도발 그 자체라는 도나텔라 베르사체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내 음악을 이해하고 싶다면 노래뿐 아니라 뮤직 비디오를 보고 무대 의상을 주의 깊게 봐주세요. 난 옷을 위해 음악을 만드니까요. 내 음악은 비주얼로 표현되고 내가 보여주는 모든 것은 퍼포먼스 예술이에요.” 그녀의 듣도 보도 못한 이 스타일링에 경쟁이 될 만한 사람은 제인 폰다가 가장 멍청하게 나온 영화 의 ‘바바렐라’ 정도다.
오죽했으면 스타일 아이콘이라는 니콜 리치와 패리스 힐튼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가 스타일’을 따라 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역시 ‘keeps gettin’ better’ 뮤직 비디오에서 가가 스타일을 카피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그녀는 궁색하게도 ‘레이디 가가라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고 변명했으며 레이디 가가는 이에 대해 ‘누구도 날 카피할 수 없다. 난 카피 될 수 없는 사람이니까”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삐친 머리 하나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이 룩이 굉장히 피곤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다. “집세 낼 돈은 없지만, 뭐 어때요, 전 끝내주게 멋지잖아요.”








버진스 The Virgins

10대인 게 분명한 여자 아이들은 아우성쳤다. “이 버진스라는 밴드는 어떤 사람들이에요?” “이 귀여운 애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예요?” 의 한 에피소드에 무려 4번이나 버진스의 곡이 나오자 평생 음악이라곤 브리트니 스피어스 말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쇼퍼홀릭 여자애들조차 자신의 아이팟에 버진스의 곡을 구겨넣기 시작했다. 게다가 버진스가 부르는 ‘rich girls’ ‘she’s expensive’ 등은 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 같은 노래들이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외모가 멀쩡하기까지 했다. 보통 밴드 중 한두 명은 심하게 못생겼기 마련인데, 넷 모두 평균 이상이었다. 게다가 빼앗아 입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낡은 빈티지 가죽 재킷과 복고풍의 야구 점퍼 등 그닥 특별할 것 없는 패션이지만 잘생긴 뮤지션이 입었다고 하면 ‘땀 냄새와 나프탈렌 냄새’ 대신 ‘자유와 예술의 냄새’가 풍기게 마련이다. 과거는 더욱 완벽했다.

그들이 밴드 생활을 하게 된 게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 때문이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열다섯이나 여섯 살 때쯤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도널드 커밍은 돈을 벌기 위해 라이언 맥긴리의 촬영에 모델로 따라다녔고, 그때 함께 따라온 뜨내기 웨이드 오츠를 만나면서 밴드를 만들어보자고 한 게 지금의 버진스가 된 것이다. 라이언 맥긴리의 옛날 사진을 잘 찾아보면 벗고 있는 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델 제시카 스탐이 런웨이 백스테이지에서 ‘더 버진스 07’이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입으면서 그들은 패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그들은 비주 필립스와 코리 케네디 등과 함께 70년대 로어 이스트 스타일 브랜드 ‘소포모어’ 광고 촬영을 했으며, 에는 이 사랑하는 사진가 가이 아로치와 함께 화보를 찍었고, 에는 테리 리처드슨과 함께 화보를 찍었다.
그리고 2009년 3월에는 ‘바니스 뉴욕’ 백화점의 ‘멘즈 패션 카탈로그’에 등장해 지금 가장 뜨거운 브랜드인 마틴 마르지엘라, 랑방, 톰 브라운, 디올 옴므, 알렉산더 맥퀸, 요지 야마모토, 언더커버의 옷을 소화했다. 길거리에서 한두 푼 벌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그들로서는 이 모든 게 어리둥절할 뿐이라는데…. 잠깐, 지금 짜맞춘 듯 완벽하게 접어 올린 저 바지 밑단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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