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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항 H콘도 , 그 네번째 이야기

주동희 |2009.06.29 10:54
조회 42 |추천 0


 

피곤한 내색 하나도 없이 꼬박 다섯 시간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들,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조잘대고 있는 딸,

 

운전석 옆 자리에 앉아, 아들의 옆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

 

두 남자와 한 여자를 번갈아보며 추억게 젖어 들고 있는 엄마.

 

네 식구가 모두 들떠있습니다.

 

하긴 네 식구가 다 같이 모여 식사 한 번 하기도 힘든데,

 

이렇게 마음을 맞추고, 시간을 맞춰 여행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올해 스물아홉인 아들은 친구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요.

 

여름엔 강으로 산으로, 겨울엔 스키장으로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죠.

 

게다가 얼마 전엔 소개팅으로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까지 만났어요.

 

그러니 앞으론 가족들하고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지겠죠.

 

 

그리고 올해 서른 한 살인 딸은 서른 살이 되면서 독립을 했어요.

 

혼자 힘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즐기며 살고 싶다고,

 

몇날며칠 부모님을 설득하고, 조르고, 삐져서..허락을 받아냈죠.

 

독립을 결심할 땐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 다녀갈 생각이었는데,

 

어디 그게 마음처럼 되나요?

 

평일엔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엔 친구 만나고, 좀 쉬고..그러면 다 가잖아요.

 

 

놀라운 건, 그런 아들과 딸이 이 번 여행을 준비했다는 거예요.

 

바로 엄마 때문에요.

 

며칠 전에 아버지가 아들과 딸에게 똑같은 전화를 하셨어요

 

요즘 엄마가 툭 하면 눈물을 짠다고,

 

아무래도 갱년긴가 뭔가 하는 증세 같은데..니들이 좀 신경을 써야겠다고,

 

엄마의 기쁨은 너희들이니까..이젠 너희들이 엄마를 좀 챙겨드리라고...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딸은 바로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리고 같이 이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지그시 두 눈을 감은 엄마,

 

엄마는 지금 과거 어딘가를 여행 중인 것 같습니다.

 

처음 자가용을 사서 아이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했던 날,

 

군대 간 아들의 첫 편지를 받았던 날,

 

남자친구와 헤어진 딸을 달래며 같이 울었던 날...

 

엄마가 이런저런 추억여행을 하고 있는 사이,

 

네 식구를 태운 자동차가 대포항 H콘도 앞에 섰습니다.

 

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진기를 갖다 댑니다.

 

이 순간을 저장해두고 싶은 거겠죠.

 

 

"자, 찍어요~ 히나, 둘,셋,  김치~~"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너무 멀리 가진 말라고,

 

가까이 있어야 정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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