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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인식론

임영롱 |2009.07.01 16:32
조회 56 |추천 0

그래 자살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이다.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볼 수도 있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의 행위라는게 관찰자에 따라 다양한 층위로 해석가능함은

굳이 인식론의 역사를 파헤져볼 필요도 없이 홍상수의 영화 한 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자살에 대해 우리의 인식 충돌은 어디서 발생하는가?

 

1. 자살한 자에 대한 행위의 문제

자살이라는 행위의 윤리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는 점에서

그 죽음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보장되어야 한다. 하찮은 사람의 하찮은 죽음도 위로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애도와 추모'는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살이 아니꼽다면 '애도와 추모'를 안하면 그만이다.

자살은 행위자 개인의 영역이라면 그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남겨진 사람들의 영역이다. 이 별개의 두 영역을 억지 논리로 끼워 맞춰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몰지각의 반증일 뿐이다. 자살의 윤리적 결함이 '애도와 추모'에 대한 윤리적 비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2. 자살의 원인에 관한 문제

인과관계 파악에 익숙한 우리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게 된다. 자살의 원인은?

원인에 대한 두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특히 자살이라는 행위가 사회적 층위에서 논의가 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두 차원의 명확한 구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는 꼬일 수 밖에 없다.

 

개인적 차원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행위자의 심리상태, 성격, 경제상황, 가족관계 등이 그것이다. 확실히 개인적

차원이 자살이라는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살을 범죄행위로 보는 엄격한 윤리관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이 또한 비판의 대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비판보다는 단지 사적인 영역에 대해 존중과 이해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로 다른 반응은 종종 무의미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소모적인 논쟁에 함몰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 사회적 차원의 원인이다. 행위자의 개인적 속성이 아닌 사회적 지위나 계층 등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보다 범위가 확장된 만큼 보다 총체적인 인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나아가기 전에 회피하기 마련이다. 근원에 대한 회피는 자살 문제를 개인사의 문제로 덮어두려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단기적 근시안과 망각에 의지하기 보다는 발본을 통한 미래의 비극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결국, 자살 행위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접근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부분이지 정치적 이용으로 매도되어 비판받을 사항이 전혀 아니다. 특히나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중대한 사회 현상을 앞장서 개인적 차원에 가두려는 행위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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