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본격적으로 싸이를 시작하면서 우연히 광장에 들렀다 버라이어티한 떡밥에 낚인 이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맺게 되었군요. 그래서 광장이 사라진다니 서운한 느낌도 있네요.
자리를 옮기는 이유만으로도 여러 사람은 빠져 나갈 겁니다. 게다가 (적응이 안되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판은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또 판에서는 아이디를 따로 입력해서 쓰니까 일촌이라도 알아보긴 힘들 것 같더군요.
정치, 종교, 남녀, 역사, 대중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다투고 또 유머를 공유했던 여러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해야겠군요.
(제 평가가 옳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 느낌을 편안히 적겠습니다)
그간 이야기를 나눈 사람 중에는 노아*님, 배중*님, 김현*님처럼 수많은 반증사례가 쌓여도 자기 신념에 약간의 변화도 주지 않고, 보수적 정치관과 보수적 종교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한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했습니다. 수많은 나무들 각각에 시선을 주지않고 한 두 그루의 나무만을 가지고 그 숲을 이야기하려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그나마 배중*씨는 이수*씨 못지않게 썰렁개그가 능해 농담따먹기도 하고 재밌게 지냈군요. ㅎㅎ
그런데 동시에 일촌들과도 많은 이견으로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때로는 노무현에 대한 평가와 대안세력에 대한 의견에서, 때론 민족주의적 사관에 대한 입장에서, 때론 낯선 제 급진적인(?) 성윤리 문제에서, 때론 대중문화에 대한 평가에서, 때론 남녀평등에 대한 견해에서 서로 차이를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또 그들의 은근한 비호(?)와 적절한 무관심으로 소수의견을 내는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누군지 알겠지만 형식적으로..) 박대*님, 사공*님, 박근*님, 김수*님, 김성*님, 정현*님 등에게는 그간 나누었던 이야기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과도 그들의 경직성을 이유로 다투기도 했습니다. 박동*님이나 정현*님이 대표적이겠군요. 민노당쪽 사람으로 보이는 분들과도 마찰이 있었지만 잊어야겠죠. 서로를 위해서. 또 한때 다툼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불편한 관계가 풀린 분들도 있군요. 정다*님이나 박보*님. 광장에서 특별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늘 호감이 있던 남명*님이나 이경*님도 생각이 나군요.
의견은 달랐지만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에 정면에서 반박하기 힘들었던 분들도 있었군요. 양현*님과 김민*님. 또 이제 싸이를 접은지 오래지만 개성이 풍부했던 진민*님이나 안석*님 그리고 이승*도 그립네요. 또 조일*님이나 김동*님이나 모나리자 정신으로 사시던 분(이름이 뭐였더라..)을 보면 피해의식 비슷한 것이 조금 있는 것 같던데 결국 자기 발전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컷습니다.
생각할 수록 많은 분들이 떠오르니 이쯤해서 멈추어야겠네요.
이제는 광장을 안들어오는 분들이 더 많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일촌이 광장에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만큼 광장의 해체는 이분들과 만남도 더 적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라도 왠만해선 일촌신청을 안하는데, 이렇게 일촌이 된 것만 해도 작더라도 제겐 나름대로 의미있는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렇게 만나 말을 섞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인연이죠. 그들의 잘남을 통해서도 배우고 그들의 못남을 통해서도 배웠습니다. 그분들도 제 못남을 통해 배운 것이 있을 거라 여깁니다.
저는 판에서 놀게 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광장 닫는 날까지는 한번씩 들를 생각입니다. 그리고 언제 인연이 되면 또 보겠죠. 싸웠던 분들이나 재밌게 보냈던 분들이나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동명이인도 많던데 이름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배중석님 그러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