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의 특징이랄까, 온갖 수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러 형태의 삶의 모습들이 묘사되고 그 안에서 갈등을 빚고 상처를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A와 B의 관계, B와 C의 관계, A와 C의 관계, 이들 각각의 관계들의 총합 등등.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전작 <타인의 취향>과 꽤나 닮아 있다. 영화는 각각의 유형의 사람들이 내는 불협화음 그 자체가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며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변증법을 그려낸다.
이 차이들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먼저 거시적 유형을 보자면 성과 인종, 계급을 들 수 있겠다. 감독 자신이 주연을 맡은 아가테는 한 명의 페미니스트 평론가이자 이제 막 데뷔한 정치가. 그는 남성 지배를 폭로하는 데 열을 올리며 주변 여성들에게 이혼을 권한다. 스스로 결혼도, 동거도, 육아도 거부한 채 꼿꼿하게 살아가는 비타협적 삶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집에서 살아온 식모 할머니와 자신의 '계급적' 차이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며, 그때문에 식모 할머니의 아들인 카림은 부유한 집에서 교육을 받은 그녀와 항상 갈등을 빚는다. 정작 '여성'의 권리를 내세운 아가타는 식모로 살아가는 사람의 계급적 처지, 그리고 아랍에서 이주해온 그네들이 겪는 인종적 아픔에 대해서는 침묵해온 것이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미시적 차원에서도 펼쳐진다. 이혼한 뒤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미셸은 아가타의 동생 플로랑스와 불륜을, 카림 역시 여관 종업원인 오렐과 불륜을 저지르면서 내적 아픔을 겪어야 한다. 플로랑스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씩씩한 언니 아가타만을 배타적으로 사랑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이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 이후 아가타와의 관점 차이를 드러낸다. 나아가 카림과 미셸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편집을 둘러싸고 시시껀껀 부딪히며, 여기에다 대책 없는 미셸의 무능함에 온갖 예측하지 못한 불행이 겹쳐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지고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 갈등이 어떻게 치유되며 서로가 공감하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묘미는 여기에 압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이 영화는 <타인의 취향>과 매우 유사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다.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고유성과 차이는 변한 것이 없다. 다만 그들은 서로의 처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자 모든 장벽들은 스르르 무너져버린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듯이, 아니 바로 그러한 갈등과 상처야말로 더 큰 공감과 연대의 원천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라도 하듯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유형을 분석하고 그 극복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이런 유의 영화들은 흥미롭다. 게다가 온갖 코믹한 장치들과 재치넘지는 대사들까지 더해진다면 영화의 매력은 더욱 상승할 수밖에.
결국 사회는 각 개인들의 총합이 아니라 그들의 맺는 관계들의 총합을 반영한다는 사실, 그것이 진리가 아닌가?
p.s: 이 영화를 찍는데 얼마나 비용이 들어갔을까? 감독 자신이 주연을 맡고 촬영 대부분은 프랑스 시골에서 그다지 많지 않은 인원들 가운데 진행되었다. 자료는 없지만 이 영화를 만드는데 그다지 많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을 거라는 사실이 쉽게 추측될 수 있겠다. 이 영화를 보기 전날 본 <트랜스포머2>와 비교해볼 때 누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가? (물론 부끄럽게도, 나는 <트랜스포머2>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로보트들이 변신할 때마다 입을 쫙 벌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