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고려대학교 법대신관에서 FUN20 Academy 미디어 섹션 3기의 두 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번 강연은 '예비언론인,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강의는 맡으신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원구연장님은 미디어 섹션 1기 때부터 계속해서 좋은 강의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원장님의 강연을 듣고 나면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고, 또한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저도 미디어 섹션 2기 때 처음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고 듣고 나서 이따금씩 강연을 통해 얻은 느낌들을 되새겨보곤 했습니다. '진실, 공정, 사랑'. 이 세 가지 단어들에 대해서 들은 것, 그리고 생각해 본 것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려구요.
진실(TRUTH)
저는 PD가 되려고 합니다. 처음 PD가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크리에이티브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컸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에 단순화시킨다면 '재밌어 보여서'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이러한 강연을 통해서 그리고 시대적 상황들을 보면서 다른 욕심들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의병들은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도적의 무리라는 뜻의 '비도'가 되었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던 광주 시민들은 '폭도'가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들었던 것처럼 바로 언론에 의해서입니다. 내가 아무리 '난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순수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더라도, 사실 미디어라는 것 자체가 가진 영향력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의도하지 않은 죄를 지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죠. 다시 다르게 생각하게 되면, 이것은 공공성을 가진 미디어를 통해 PD라는 직업이 공공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출처 | [스크랩] 실화 및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테러 및 항쟁영화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진실을 알아야 하겠죠. 강의에서 들은대로라면, 진실은 '숨겨진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며, '사실과 사실 사이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것'이고, '독자로 하여금 현실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 이전에 알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그래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문방송학과라고 해서 신방과에서 얘기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스킬만 익힐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과학적, 인문학적 지식도 쌓고 세상에도 조금 더 밝아지고 싶어요.
공정(JUSTICE)
'조선·중앙·동아도, 한겨레·경향도 팩트(fact)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 다 옳은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한때 신문을 아주 잘 몰랐던 시절에는 서로를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양극단이 있다면 절충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들을 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언론들이 팩트 자체를 왜곡하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또 언론이라는 존재가 정의로운 존재라고 한다면, 보수 언론이건 진보 언론이건 이념을 떠나서 약자의 이익 (이익이라고 하면 이기적이라고 들리지만 여기서 이익은 권리 정도가 될 듯..?) 을 보호하기 위해 글을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잖아요. 오히려 피해자들을 욕하거나, 구조 속에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그건 니 잘못이야'라고 말해버리거나 이런 걸 볼 때마다 울화통이 치밀더라구요.
출처 | 청와대 ‘연쇄살인 홍보지침’ 발뺌하더니… [출처:미디어오늘]
어느 정도의 기사가 공정성을 지킨 기사이고 어느 정도가 아닌 경우인지 판단하는 건 상당히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딱 봤을 때 이건 아닌 기사가 있기 마련이죠. 그럴 때마다 앞으로는 신나게 욕하면서 '이런 것 좀 고치라'고 요구하려고 합니다. (나는 건실한 악플러 yeah) 그리고 또 제가 언론 활동을 하게 됐을 때 공정하게 세상을 다루려면, 어떤 것이 정의인지도 세상 속에서 조금 더 느껴보아야겠죠.
사랑(LOVE)
손석춘 원장님 강연을 들은 후로 3달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머리 속을 계속 맴돌던 말이 있었어요.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실 제가 PD가 되려고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재밌게 일할 수 있느냐'에 기준이 조금 더 맞춰져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정말 그 말을 듣고 멍~해졌거든요.
출처 | 사랑해요
사실 저는 세상의 온갖 일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다 붙여보는 게 먼저인 습관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약간 뭐든간에 삐딱삐딱한 사고를 하는게 습관이었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을 통해 삐딱한 습관을 고쳤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맘에 안 드는 일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을 붙여보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의 저런 행동 뒤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구나, 뭐 이런 식의 생각들을 시작하게 되었죠. 전 나름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맞는 건가요!?!?;;;
손석춘 원장님께서 강연 때 처음 언론사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 '넌 아직도 학생 티를 못 벗냐'라는 말을 하셨다고 해요. 학생 시절에 가지고 있던 순수한 열정 같은 것들이 사실 현실 사회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일화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저의 모습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학생 티 못 벗은 그 모습으로 살아가리라고 원장님에게서 또 다시 '사랑'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