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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해변의 1회용 연인들

김종서성형... |2009.08.01 22:28
조회 801 |추천 0





휴가지에서는 누구나 특별한 사랑을 꿈꾼다. 있는 사람이 더 하다고 솔로보다 커플이 더 그렇다. 매너리즘에 빠진 사랑은 잠시나마 잊고, 단 하루라도 가슴 떨리는 사랑에 빠져들고 싶다는 것.

밤이 되면 헌팅의 명소, 해변은 불타오른다. 즉석에서 맺어져 하룻밤 만남으로 끝나는 1회용 연인들 덕분이다.

글 / 젝시라이터 스트립문




"해변에 오니 남자도 많고, 술맛도 나고~"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파도가 철썩철썩 일렁이는 해변가에서 남녀가 밀담을 나눈다. 겉보기에는 참 로맨틱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중 하나 혹은 둘 다는 연인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나? 24살이얌. 85년생, 소띠, 04학번.”

여자는 묻지도 않았는데 출생연도에 띠에 학번까지 줄줄이 말한다. 사전조사로 거짓 신변정보를 달달 외웠다는 증거다. 사실 여자는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진 29살. 잊어버리기 전에 한꺼번에 읊고 보자는 속셈이다.

“나? 사귀는 사람… 없어어어어.”

말꼬리에 자신감이 없다.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연인이 없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연인에게는 친구들과 건전하게 ‘007게임’을 한다고 안심 시켜놓은 상태다. 30분당 1번 꼴로 안부 문자를 보내 연인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불상사를 차단할 예정이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짝과 밀담을 나누던 친구들이 한데 모인다. 술판이 벌어진다. 정말 건전하게 ‘007게임’이나 할 줄 알았는데 ‘왕 게임’이다. 콕콕 찍어 ‘누구누구 15초간 키스하기.’ 오늘 처음 만난 남녀가 어깨를 감싸 쥐고 어색하게 입술을 맞대더니 갈수록 입 놀림이 과감해진다. 케이블TV에서나 보던 환락적인 술자리 게임이 해변에서 생중계된다.

여자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 진동이 계속 울려댄다. 여자는 자리에서 조심이 일어나더니 칼 루이스 못지 않은 전력질주로 모래밭을 박차고 무리에서 멀리 떨어진다.

“어, 자기얌(헥헥). 나 아직 친구들하고 게임 중이얌(헥). 걱정 마. 애들이 다 착하고 순진해서 헌팅 따위는 안 해.”

안도의 숨을 고르며 어슬렁어슬렁 무리로 되돌아간다. 아직도 ‘왕 게임’이 진행 중이다. 몇몇 여자들이 술이 안구까지 들어차 초점이 풀려있다. 늑대들이 저마다 먹잇감을 꿰차고 옆에서 치근덕댄다.

아까 밀담을 나눴던 남자가 옆으로 슬그머니 와 앉는다. 눈이 마주치자 찡긋 윙크를 한다. 손발이 오그라들듯한 모션이다.

“오빠랑 오늘 둘이 술 더 마실래?”
4살이나 어린 놈이 반말이니 귀엽기는 하다. 이래봬도 이 아이는 영계가 아닌가.

“그런데… 네 친구들 완전 ‘노안’이다. 24살로는 안 보여. 혹시 오빠들한테 나이 속인 거 아냐?” 여자는 뜨끔했지만 ‘오빠, 뭔 개소리얌~’이라며 얼버무린다.

여자는 아직도 갈등 중이다.
‘해변 헌팅을 꼭 솔로만 하라는 법 있어? 나도 실은 외로운 사람이라고.’ ‘어차피 1회뿐인 만남인데 뭐 어때. 화끈하게 놀고 빠지는 거지.’ ‘미쳤군. 정신차려. 연인한테 석고대죄할 큰 잘못이라고.’ ‘이렇게 막 나가다니. 이 인간아,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여자에게 술잔을 넘겨주는 남자의 손이 부산스러워진다. 술이 센 여자는 일단 주는 대로 받아 마시기로 했다. 남자가 취하기 전까지는 여자도 절대 안 취한다. 이것은 약 9년 술 경력에 의한 진리다.

어느새 여자들이 늑대들의 부축을 받고 비틀대며 모래밭을 빠져나간다. 보아하니 오늘밤은 넘어갔다.

그녀들에게 이순간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까, 악몽이 될까. 여자는 술잔을 넘기며 속으로 생각한다. ‘에이그, 저것들. 내일이면 후회할 텐데…’
아마도 내일 아침 그녀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악몽에서 깨어날 거다. 대신 그녀는 숙취에서만 깨어나겠지.

해변의 1회용 만남, 너무 좋아하지 마라. 연인에게 양심의 가책 생기고 잘못하면 몸만 버린다.

* 사진 출처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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