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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짱! 최고!

해피니 |2003.02.25 19:20
조회 5,049 |추천 0

 너무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저희 집 행복을 조금이나마 나눠드리고 싶네요.

 저는 결혼한 지 해수로 9년째 되는 주부예요.
남편과는 만난 지 1년만에 결혼했는데, 한번 만나달라고, 석 달을 하루같이 아침마다 저 출근 시켜 주겠다고 집 앞에 와 있고(알고 봤더니 울 남편 지독한 잠보예요...그런 사람이 석 달, 아니 그 후로도 매일같이 절 태우러 가락동에서 면목동까지 데리러 왔었더라구요) 저녁이면 잘 들어갔는지 통화 한번 할 수 없겠냐며 꼬박꼬박 전화했죠. 그래도 전 석 달 내내 냉랭했구요.

 

 그러다가 저희 엄마가 한번 만나보라구 해서...
울 남편 첫데이트 때, 글쎄 프로포즈 하더라구요.
첨엔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었어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짜고짜 결혼인가 해서요.
글쿠 울 남편이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라...뭐 선입견이긴 한데 좀 바람둥이 같은 그런 느낌이 들잖아요.
사진하는 사람들... 그래서 무지 못되게 굴었죠. 그 사람 앞에서 소개팅도 하고 다른 사람 만나느라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고...

 

 친구들하고 지방에 놀러갔다가 차편이 불안하면 호출기에다 무작정 몇 시에 서울 도착하니까 데리러 와줄 수 없냐고 메시지 남기기도 하고....그러면 도착 시간 1시간 저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환하게 맞아주고 친구들 집까지 데려다 주고.... 그래도 이 남자 화 한번 안내고 묵묵히 기다리는 거 있죠. 무서웠죠! 나중에 복수하면 어쩌나 해서...

 그런데 너무 한결같은 거예요. 그리고 돌아가시고 한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으셨던 아빠가 꿈에 나타나 저희 신랑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는 거 있죠. 마음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죠. 아빠가 정해 주신 사람...그것도 돌아가신 분이 꿈에 나타나셔서 정해준 사람이니....그러고 얼마 후 또 꿈을 꾸었는데 저 이 사람하고 커플링 고르고 있는 거 있죠.
그래서 결정했죠. '아, 나 이사람하고 결혼해야 하나부다.'

 마음 고쳐 먹고 열심히 만나기로 했죠. 솔직히 저 별로 이쁜 얼굴도 아니고 몸매가 환상도 아니고 집안이 빵빵한 것도 아닌데....지극히 평범하거든요. 반면에 이 남자는 키가 183이 넘구 몸매도 호리호리하고 매너 좋구 호남형이거든요.

 

 그리고 이 사람 여자친구들 봤는데 무지 이쁘고 그러더라구요. 색달라서 끌린 건지....나중에 왜 이쁜 여자 친구들 놔두고 나냐고 물어봤더니 글쎄 다른 애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대요. 그냥 절 보자마자 아니 본 지 일주일쯤 지나고 나서 문득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다나요. 우습죠? 그런데 그게 진심이었더라구요.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때의 한결같은 마음 변하지 않고 있거든요.

 아직도 하루에 세 번은 꼬박 전화해서 사랑한다는 말 남겨주죠, 기념일이란 기념일은 모두 챙겨주죠. 제 생일날 아침은 직접 미역국에 반찬에 솜씨는 없지만 나름대로 정성껏 차려줘요. 또 저녁이면 장미꽃에 선물(선물도 용돈에서 조금씩 모아뒀다가 해줘요)에 맛있는 저녁까지....

 

 아주 중요한 회식 자리 아니면, 또 아주 친한 친구들과의 자리 아니면 언제나 일 끝나면 집으로 달려오구요, 휴일이면 언제나 저와 아들을 데리고 어딜 가면 좋을까 생각해 줍니다. 또 사진하면서 가본 멋진 카페들은 꼭 데려가 주구요, 아직도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죠. 또 방금 일어나 부시시한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면 배시시 웃으며 귀엽다고 뽀뽀해줍니다.

 

 또 결혼하고 몸매도 여전하구요, 남자들도 결혼하면 망가지잖아요. 저도 물론 노력하구 있구요. 길을 걸을 때면 여느 부부들은 아이를 가운데 두고 걷지만 저희는 저를 가운데 두고 두 남자가 제 손을 꼭 잡고 걷는답니다.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저희 아들 역시 저를 끔직하게 생각한답니다. 올해 6살인데, 작년에 같이 치악산에 갔는데요, 글쎄 길가쪽으로 가는 저를 안쪽으로 밀며 자기가 길가쪽으로 가더라구요, 위험하다고.... 뭔가 바뀐 것 같죠? 저는 너무 행복했답니다.
 

 가끔 밤 산책을 할 때면 돌아오는 길에 업어주기도 하구요, 제가 뭘하든 이 남자 싫은 소리 한번 한 적이 없어요, 이사람.... 그럴 때면 저는 일부러 건수를 만들어 부부싸움을 겁니다. 너무 조용한 것도 재미없잖아요. 늘 한결같은 남편 대신 저는 변화무쌍하여 저희 남편 말에 따르면 아직도 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늘 긴장이 되고 재미있대요.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오늘은 이 정도 할까요?
 

 9년을 살면서 느끼는 건 부부도 그렇고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부부건 연인이건, 부모 자식 사이건, 친구건 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안일하게 익숙해져 가고 옛날의 좋은 감정과 추억이 바래지면 슬프잖아요. 서로서로 노력하면서 아끼고 살아야죠.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짧은 생 아닌가요?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행복한 시간들을 꾸려나가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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