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근무중일 때 있었던 일을 토대로 다시 이어갈게요..
해군은 군번으로 따지는게 아니라 기수로 짬밥을 따지는 거죠.
저보다 그다지 많이 차이나지 않는 선임기수한테서 들은건데요.
우리보다 까마득한 선임. 그때 당시 저는 이제 막 들어온 펄펄 날라다닐 이병이었는데,
그당시 이제 전역을 준비할 병장 말호봉쯤되는 선임이 몇몇 계셨었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입사원들끼리는 말이 잘 통하고 공감이 형성되는 경우가 아주 많죠^^ 주말쯤 되었나? 그날도 마찬가지로 한두 기수 많은선임과 동기 이렇게 몇몇이서 신발장에 들어가서 노가리를 까고 있었는데 선임이 그러더군요.
"우리 xx도에는 왜 악도라고 불리는지 아냐?"
"잘...모르겠는데요."
"다른 섬보다는 우리 부대에서 구타는 물론 사고도 많이 났었던 부대였었지. 물론 지금의 전탐감시대장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말야. 하사들하고 트러블도 많이 있고 수병 구타사고니, 어떤 해병대상근(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해병대 상근들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함)은 저쪽 본청 뒤에 있는 보급창고에서 목매달아 죽었다고 들었어."
그 선임은 이제 막 세상의 화려함과 신기함에 놀란 눈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눈을 가진 것만같은 우리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슬슬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나도 김영태 수병한테 들은 얘기지만 한번 들어봐. 지금 말호봉 문관 정형욱병장 있지? 짜리몽땅 축구 졸라 해대는놈 있잖아. 너 부대 밖에 4초소에는 경계근무 안선다는거 알고있지? 그곳에 하도 문제가 많아서 수병들이 관리장한테 항의를 계속 하자 폐쇄 된지가 2년밖에 안된단다. 폐쇄된 초소가 한 두개 더 있을걸? 암튼 정병장 그 사람이...."
정형욱 병장이 그때의 나처럼 이병으로 들어왔을 때였답니다. 그 정이병은 전입당시 동기도 없고 쓸쓸한 쏠로 기수였답니다. 수병들간에 군기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었죠. 꼬투리, 건수 하나 살짝만 걸렸다 하면 공포의 신발장에서 옥수수 털리듯 줘 터지고, 점호 끝나고 신발장에서 집합하고(끽하면 집합하는 곳이 신발장이나 세면장입니다. 그래서 다들 그 장소를 별루 좋아하지 않죠)세면장에 집합하고, 그것도 부족해 당직이든 아니든 새벽에 자고 있는 사람을 별도로 불러내 구타를 하기가 일상생활 이었다고 했습니다.(제가 있을 때만해도 그게 잔존했지만)
대충 그정도로 빡센 섬의 군생활이었는데 어느날 이 정이병이 경계근무를 서게 되었답니다. 정문의 초소에는 2인 1조가 근무를 서게 되어 있는데 다른 초소는 모두 혼자 서게 되어있죠. 그날 정이병이 근무를 서게 되는 장소는 아니나 다를까 4초소...
그 말로만 듣던 4초소였죠.
잠시 부대설명. 마을에서 부대로 가면 정초(정문초소)를 진입하면 부대가 나옵니다. 산꼭대기에는 기계실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려면, 부대에서 산쪽으로 가는방향으로 100미터쯤 숲을 거쳐 올라가면 역시 경계선인 철책문을 통과 해야지만 기계실로 올라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다시 한참을 올라가야지만 기계실이 보이거든요.
4초소라 함은 기계실로 올라가는 철책문을 열면 길에서 떨어진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쪽은 전편에 소개했던 소각장 뒤쪽으로 쭈욱 가는 길이죠. 숲으로 가려서 안보입니다. 산쪽으로 향한 초소지만 부대밖이라 해야 옳죠.
정이병이 그날 그쪽으로 근무를 서게 된건 짬 많은 선임들이 근무표를 조작한거 같다 했습니다. 새벽에 근무하고싶은 선임들이 없을테니까 신병한테 맞긴거겠죠.
가로등 하나 없는 그 오솔길. 4초소로 향하는 정이병의 터벅거리는 발걸음. 그대까지만 해도 정이병은 4초소에 대한 괴소문은 아직 들은 정보가 없었습니다.
공포탄 4발을 장전한 정이병은 어두컴컴한 숲속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초소가 보였습니다. 보통 초소는 벽돌로 쌓아올려진 4각의 매우 작은 건물인데, 건물 내부에는 의자 하나, 기록부 1부, 전화기 1대가 전부입니다.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그 초소는 숲속에 자리잡고 있어 을씨년스럽기 그기없었습니다. 정이병이 초소 안으로 들어가 삐걱거리는 작은 의자에 앉아 별 의미없는 의무적인 2시간의 근무를 서기 시작했습니다.
"씌봐.. 분명 병장 색킈들이 근무 서기 싫어서 나를 보낸거 같단말야. 이거 끝나고 새벽 6시에 또 근무잖아 좉같은거. 이러니 군대가 좉같다는 얘기가 나오는거야. 맨날 주서 패기나 하고 개 후라달넘으 새킈들. 이딴 장소는 뭐하러 근무를 선단 말야. 아무것도 없겠구만. 아..조낸 무섭네 이거.."
의자에 앉으면 조그마한 창이 있어 사방을 경계하는데 쓰이는데, 달마저 구름에 가려져서인지 불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었죠. 불빛이라고는 오로지 손목의 전자시계 옵션뿐..
불빛도 없고 만지작 거릴만한 것도 없고 딱히 2시간동안 시간이나 떼울만한 꺼리가 없자 가만히 턱을 괴고 창문밖의 어두운 숲에만 시선을 주시했다고 합니다.
컹컹-
"저 좉같은 개.새킈는 왜 짓구 지뢀이삼."
4초소와 기계실 중간지점에는 커다란 세퍼트 한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간간이 짓더랍니다.
"된장, 12시 15분밖에 안됐냐. ㅆ ㅂ ㅆ ㅂ..."
창밖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던 정이병은 문득 싸늘한 기운과 동시에 어떠한 시선이 느껴지더랍니다. 그래서 추워서 그러나 생각했지만 여름이라 추운것도 이상했고.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 했답니다. 꾸벅꾸벅 졸리기 까지 할 즈음. 또다시 아까처럼 뒷목이 싸늘함과 동시에 섬찟한 시선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가까이서.
자신도 모르게 뒷목이 뻣뻣함이 느껴지고 소름이 돋는 정이병은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니, 고개를 돌려야 겠다고 생각만 했을뿐 정작 고개는 돌아가지 않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죠. 그 시선은 자신의 오른쪽에서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정이병은 한참을 고심하다가 용기를 내어 오른쪽으로 고개를....슬며시 돌렸습니다.
흐읍!
사람이 너무 놀라게 되면 아악- 비명소리가 나지 않고 숨을 들이마시고 심장마비로 죽는다더니...
우측에 있는 조그마한 창가(유리창이 없는)에 어떤 여자가 얼굴만 들이내민채 초소안에 있는 정이병을 빠안히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아놔, 쓰봐 낮인데 소름돋네. 하필이면 여친이 전화해서 다락방에 있는 청바지좀 찾아달라는데..ㅠㅠ; 왜 하필이면 이때 전화 하는거야...잠시 바지 찾으러...후다닭!!)
정이병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굳은듯 앉아 있었죠.
'저...저게....'
정이병은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자신이 잘못본거라고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사제인이 허락없이 들어와서는 안될 부대. 그것도 부대와 동떨어진 이곳 4초소까지 여자가 올라올리가 없다. 왜...'
바지에 소변을 지린지도 모른채 몸을 잔뜩 웅크리며 한참을 그렇게 있던 정이병은 잠시 후에 고개를 슬며시 들었죠.
혹시나 자신이 잘못본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아까의 시선이 느껴지는 그 창가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까지 아까의 그 여자가 까만 머리를 흘러내린 채 차가운 표정으로 초소안의 정이병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아무말도 없이 어둠속에서 무표정으로 정이병을 빤히.. 계속해서..
덜컥 숨이 멎은 정이병...
알수없는 정체의 여자와 눈싸움 맞짱에서 패배한 정이병은 급기야 구석에 세워진 개인소총을 들고 초소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탄창에 장전되어 있는 공포탄을 연달아서 발포하기 시작했습니다.
펑펑-
"저리가, 저리가!"
퍼엉-
그 와중에도 내무실에 내려가면 군기가 하늘을 찌르는 선임들에게 가서 귀신을 봤다고 하면 그믐달 뜨는 새벽녘에 옥수수 휘날리듯 쳐맞을 것만 같아 가는 길을 돌아서 다시 산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실로 향하여...
정이병이 기계실로 뛰어 올라가는 도중 홀로 묶여진 세퍼트는 정이병의 뒤쪽을 향해 미친듯이 짓어대고 있었고...
"나중에 정이병이 기계실로 올라가서는 선임하사가 봤는데 두 눈은 하얗게 까져 있었고, 정이병이 뛰어올라왔던 산 아래쪽을 향해 계속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데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그러더라구. 정이병이 발포한 공포탄 소리를 듣고 내무실에서는 전원 점등하고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5분대기조가 출동하자 산에 묶여 있어야 할 검은 세퍼트 한마리가 부대 안으로 뛰쳐 들어오자 4초소로 향해 올라갔다가 근무서야할 정이병이 안보여서 기계실로 갔더니 기절해 있는 정이병을 발견했다고 그러더라구."
"아따, 조낸 무섭습니다."
"새캬, 그걸 밤에 들어봐. 김영태수병은 그걸 얼마나 리얼하게 설명해주던지 그날 잠도 설쳐부렀다 쥐미럴. 그래서 지금은 그쪽 4초소하고 반대쪽 8초소가 지금은 폐쇄됐잖아. 정병장이 그런일을 겪고나서부터 4초소는 근무를 서지 않게 되었지. 근데 정병장이 그런 일을 겪기 전에 다른 선임들은 몇몇이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 영감탱이 관리관 이원사는 수병들이 근무서기 싫어서 그런가보다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다 하더군."
저는 천방지축 떠들고 다니는 정병장이 그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죠.ㅋ
"근데 그 후로 이상한건, 4초소에서 전공실로 자꾸 전화기 신호가 잡힌다는 사실 알고있냐? 그건 며칠전에도 그랬는데.."
"네??"
휴...너무 오래 걸려요 ㅠ_ㅠ..
-너무 길거 같아요. 컷팅하고
저녁에 다시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