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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나는 퇴마사다!] - 눈이 큰 아이 (1부)

원 일 |2006.09.06 17:06
조회 848 |추천 0

<눈이 큰 아이> - (1부)



내가 탄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출발하여 10층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며칠 전 어느 한 여자 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 띵~~ ”


엘리베이터는 10층에 이르자 경쾌한 음을 내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 밖으로 나서자 센서가 작동되는 전등이 켜지며

아파트 현관 앞과 계단이 환하게 밝아졌다.


‘ 1005호라........ ’


내가 [1005] 이라는 현관문의 숫자를 확인하고 벨을 누르려고 할 때였다.


“ 헤헤헤.......... 아저씨~ 그 집에 아무도 없는데.......... ”


나는 벨을 누르려다 말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내 등 뒤에는 초등학교 1~2학년 쯤 되어 보이는

예쁜 여자 아이의 령(靈)이 나를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 넌 누구니? ”


-“ 예???  저요?.......”


“ 그래!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


-“ 아저씨는 제가 보여요?........ 제 목소리도 들리고요? ”


“ 그럼! 당연하지.

  그러니까 지금 너랑 나랑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잖아. ”


-“ 어~ 진짜 진짜 이상하네. ”


여자아이의 령(靈)은 나와의 대화가 신기한 듯 몇 번을 되물었다.

그러고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조금씩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령(靈)이 고통스러워 할까봐

악령(惡靈)에게 사용하는 결계를 치거나 주문을 외우는 것들은

가급적이면 피하기로 했다.

그 대신 아이의 령(靈)이 나를 무서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 그런데 넌 여기 왜 있는 거니?....... 혹시 이 집이 너희 집이야? ”


-“ 아뇨! 여기요. 우리 집은 1006호에요. ”


아이 령(靈)은 손끝으로 앞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아~ 그렇구나....... 근데 넌 지금 몇 살이야? ”


-“ 11살이요! ”


“ 11살?  그럼 언제 령(靈)이 된 거니?........

  지금 네 령(靈)의 모습으로 봐서는 한 8살이나 9살쯤........”


-“ 맞아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무 많이 아파서 죽었어요.”



그때였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맑은 신호음이 들렸고

곧이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내 의뢰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모습을 보였다.


“ 혹시 원 일 퇴마사님?..........”


-“ 예. 제가 원 일 입니다.  최 경미 씨죠? ”


“ 예. 제가 최 경미에요.

  그나저나 죄송해서 어쩌죠? 

  정말이지 너무너무 죄송해요.

  제가 약속시간 안에 도착하려고 급히 서둘렀는데도 이렇게 늦었네요.”


-“ 하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리 많이 기다리지도 않았는걸요.”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늦게 된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면서

자신의 손가방 안에 손을 넣어 키를 찾고 있었다.


“ 법사님.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현관문이 열리자 그녀는 나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 어!!!!  얘가 어디 갔지?....... ’


나는 순간.......

방금 전까지 나와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던 아이가 보이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재빨리 현관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며 아이를 찾았다.

계단 위쪽과 아래쪽을 모두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령(靈)은 보이지 않았다.


“ 법사는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왜 안 들어오시고.........”


-“ 아~ 예. 아무 일도 아닙니다. 지금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우선 집안으로 들어섰다.


“ 이쪽으로 좀 앉으세요. 그리고 이것 좀.........”


경미는 내가 소파에 앉자 컵에 담긴 음료를 권했다.


“ 집이 참 좋네요.

  볕이 잘 들어서 그런지 환하고 따뜻한 게.........”


-“ 네. 맞아요. 

   맨 처음 이집을 사려고 구경 왔을 때에도

   우리 신랑이랑 똑같은 얘기를 했었어요.

   히힛~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요.”


“ 그게 언제쯤이죠? 

  그러니까 이 집으로 이사를 오신 게........”


-“ 1년이 조금 넘었나?....... 아마 그렇게 됐을 거예요.”



경미는 마치 누군가가 우리의 대화를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귀 가까이에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 법사님~~ 지금 저희 집에 이상한기운 같은 거 없나요?

  그러니까 그게....... 혹시 귀신이 있다던가....... ” 


-“ 하하하........ 아니~ 누가 엿듣기라도 하나요?

   왜 이렇게 작은 소리로 조용조용히 말씀을 하세요? ”


“ 쉬~잇........ 아이 참! 

  그거야 법사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혹시라도 우리 집에 귀신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얘기를 전부 다 듣고 있을 거 아니냐고요! ”


-“ 하하하........  하하하.........”


나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심하게 웃자 경미도 조금 민망했는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 아니 왜 그렇게 웃으세요! 저는 심각하기만한데.........”


-“ 죄송해요.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 제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혹시라도 우리 집에 귀신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있을 것 아니냐고요! ”


-“ 물론 그렇죠!

   하지만 경미 씨가 아무리 목소리를 작게 하셔도 귀신은 다 듣습니다.

   아마 경미 씨가 혼자 마음속으로만 얘기하시는 것도 다 알고 있을 걸요?


“ 어머! 그런가???...... 호호호........

  어쨌든 그건 그렇다고 치고 우리 집에 귀신이 있긴 있죠? ”

 

-“ 일단 제가 답변을 드리기 전에 먼저 경미 씨가 제게

   어떤 이상한 일이나 현상을 겪으신 적이 있으시면 말씀을 해 주세요.”


“ 이상한 일이라........ 글쎄요.

  딱히 이상한 일이나 현상이랄 것까진 없고요.

  그러니까 제 느낌에 꼭 뭔가 있는 것 같다는 거죠! ”


그때였다.

무언가 흐릿한 형체가 안방과 거실 사이의 벽을 통과하여 

우리가 앉아있는 소파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엔 희미하게 그 형체를 들어내더니

점차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바로 아까 현관 앞에서 만났던 여자아이의 령(靈)이었다.

결국 감쪽같이 사라졌던 령(靈)은

나보다 먼저 이 집으로 들어와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령(靈)은 자연스럽게 경미의 등 바로 뒤쪽으로 다가섰다.


나는 혹시나 경미가 놀라기라도 할 까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계속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 느낌이 어떤데요?

   혹시 누군가 등 뒤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던가........”

 

“ 예. 맞아요! 맞아!  바로 그런 거예요.

  특히 저 혼자 있을 때는 그런 일들이 더 심해져요.

  그리고 지금도 제 등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느낌이라고요.”


-“ 음......... 역시 그렇군요.”


“ 예?........ 역시라고요?

  그럼 우리 집에........ 진짜 뭔가가 있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


-“ 아직 확실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만.........

   혹시 앞집에 사시는 분들과 잘 알고 지내시나요? ”


“ 아니요. 그냥 오가다 얼굴 마주치면 인사정도만........

  그런데 앞집은 왜요?

  그 집에 뭐 이상한 거라도 있나요? ”


-“ 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궁금해서요.”


“ 근데 제가 그 집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어요.

  하긴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고요.”


-“ 왜요? 서로 싸우셨어요? ”

“ 싸우긴요! 그런 게 아니고요.

  글쎄 뭐랄까.........

  조금 싸가지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하..........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제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도

  상대방은 별로 탐탁치 않다는 듯이 억지로 인사를 받아주는 거요.”


-“ 어우~ 그거 진짜 열 받죠!

   특히 친한 사이가 아닌 조금 서먹한 사이끼리는 더 심하죠.

   제 쪽에서 먼저 큰 맘 먹고 정중히 인사를 건넸는데

   상대방이 모른 체 홱 지나가버리면........ 

   엄청 창피하고 후끈 열 받고........”


“ 제가 딱 그랬잖아요!

  얼마 전에 그 집 남자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딱 만난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하고 조금 망설이다가

  제가 먼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죠.

  그랬더니 글쎄 그 인간이 제 인사를 확 씹어버리는 거 있죠!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정말! ” 


-“ 하하하........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럼 결국 앞집 사람들에 대해선 전혀 모르시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


“ 그렇죠! 그리고 더 알고 싶지도 않다니까요!!!

  으이그~ 생각만 해도 진짜 재수 없는 인간들이여.”


-“ 저........

   죄송하지만 경미씨는 잠시 방안으로 들어가 계시면 안 될까요? ”


“ 방으로 들어가 있으라고요? 왜요?.........”


-“ 글쎄 그건 잠시 후에 자세히 설명을 해 드릴 테니까

   일단 방 안으로 들어가서 제가 나오시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계세요.”


경미는 내가 자신을 방으로 들어가 있으라는 말에

몹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자리를 옮겼고

다행히 아이의 령(靈)은 방으로 들어가는 경미를 따라 들어가지 않은 채

그대로 경미가 앉아있었던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이 령(靈)은 경미가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들만 늘어놓자 몹시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다.

나는 일단 아이 령(靈)의 기분을 조심스레 살펴가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 얘야! 너희 집은 이 집이 아니고 요 앞집이라면서

  왜 남의 집에 들어와 있는 거니? ”


-“ 저는 우리 집보다 이 집에서 노는 게 더 좋아요.”


“ 아니~ 왜?....... 

  왜 이 집에서 노는 게 더 좋아? ”


-“ 이 집 아줌마랑 놀면 무지 재미있걸랑요.”


“ 그랬구나.......

  그런데 저 아줌마는 네가 싫다는데 어쩌지? ”


-“ 저는 벌~써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저 아줌마가 싫어요! ”


“ 싫어???

  네가 아까는 저 아줌마랑 노는 게 재미있다고 그랬잖아? ”


-“ 하지만 저 아줌마가 우리 엄마랑 아빠를 나쁜 사람이라고 욕하잖아요! ”


“ 그럼 저 아줌마는 밉지만

  노는 게 재미있어서 이 집에 자꾸 놀러 오는 거란 말이니? ”


-“ 헤헤....... 그렇죠! ”


아이 령(靈)은 이미 경미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령(靈)을 자극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 어! 우리 엄마 나온다!!! ”


아이 령(靈)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곧이어 둔탁한 현관문 닫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아마도 앞집에 살고 있는 그 아이의 엄마가 밖으로 외출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의 엄마를 보기위해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버튼을 눌러놓고 서있던 여자는

무슨 큰 사고라도 치고 도망가는 사람처럼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오는 내 모습에

조금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곁눈으로 힐끗 쳐다봤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표정을 관리하며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역시나 여자의 등에는 방금 전 아이의 령(靈)이 업혀져 있었다.


“ 하하하......... 까르르르........

  아저씨~~ 우리 엄마다~~ ”


내가 아이 엄마의 뒤쪽으로 다가가 서자

엄마 어께 위에 올라앉아있던 아이가

내게 자신의 엄마를 가리키며 한껏 자랑을 했다.


아이는 방금 전 경미의 집에서와는 달리

자신의 엄마를 만나자 갑자기 기분이 몹시 좋아진 듯

밝은 표정에 연신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저......... 실례지만 1006호 사시는 분이시죠? ”


-“ 예. 그런데요?.........”


“ 저는 1005호에 잠깐 놀러 온 사람입니다.”


-“ 아~ 예 그러세요.”


“ 초면에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될까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3년 전쯤에 병으로 죽은 어린 따님이 계시지 않았었나요? ”


-“ 예???..... 그렇긴 한데........

   아저씨는 누구신데 그런 걸 물어보시는 거죠?

   그리고 아까 말씀에 저랑 초면이시라면서

   우리 애가 그렇게 된 걸 어떻게 아시고.......”



그때였다.

우리가 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자 문이 열렸고

여자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내가 여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또 1층에 도착을 했음에도 밖으로 내리려 하지 않자

여자는 나를 조금 이상한 눈초리로 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엘리베이터 문이 빨리 닫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 계속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그녀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 혹시....... 우리 아영이를 아세요? 

  우리 아영이를 아시는 분이시냐고요? ”


-“ 아니 뭐 그냥 조금.........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혔고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눈을 피하려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 으이그~~

    요즘 엘리베이터엔 왜 이렇게 닫힘 버튼을 없애 놓은 곳이 많은 거야! ’


나는 혼자말로 투덜거리며 다시 10층으로 올라왔다.



“ 최 경미씨~~ 이제 밖으로 나오셔도 됩니다.”


-“ 어휴~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방에 혼자 있으려니까 무섭잖아요. 

   그리고 참!

   아까 방에서 들으니까

   현관 밖으로 나갔다 오시는 것 같던데....... 맞죠? ”


“ 예 맞습니다.”


-“ 우리 집 바깥쪽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


“ 그게 아니고....... 사실은 이 집에 령(靈)이 살고 있습니다.”


-“ 어머머! 이제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

   거봐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어쩐지~ 어쩐지 딱 그런 것 같더라니.........”


“ 너무 무서워할 것 까진 없어요. 귀신은 맞습니다만........

  그냥 어린 여자아이의 령(靈)일 뿐입니다.” 


-“ 여자아이요???........”


“ 100%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몇 년 전에 병으로 죽은 앞집 아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금 전 앞집 사시는 여자 분에게 직접 확인도 해 봤고요.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여자아이 령(靈)은 자기네 집보다도

  경미씨네 집에서 노는 게 훨씬 더 재미가 있나봅니다.”


경미는 갑자기 흥분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


-“ 어쩐지!

   우리가 이리로 이사를 오고 며칠 안 지나서

   이상한 무당들을 대려다가 굿을 하더라니........

   어휴~ 정말 재수 없는 집구석 같으니라고!!! ”


“ 굿을 했어요?  앞집에서 굿을 했었다고요?........”


-“ 예! 그것도 아주 크게 했어요.

   그때 온 동네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그러니까 이미 저 집구석 사람들은

   자기네 죽은 애가 귀신이 되어서 다시 집에 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큰 굿을 하지 않았겠어요? ”


“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죠.”


-“ 아니~ 다 좋은데.

   하필 왜 우리 집이야!!!

   어디 갈 데가 그렇게 없어서 우리 집이냐고~~~

   애 귀신이고 어른 귀신이고 간에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요

   그냥 어떤 귀신이던 빨리 우리 집에서 나가게만 해 주세요.”


“ 경미씨!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시고 앉으세요.”


-“ 제가 지금 흥분을 안 하게 생겼어요?

   내가 그 귀신 때문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아시냐고요? ”


“ 상처......라뇨? ”


-“ 저희 부부는 결혼을 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애가 없어요.

   그런데 이 집에 이사를 오고 얼마 후에 제가 임신을 한거에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부부는 너무너무 기뻐했죠.

   그런데 임신 5개월쯤........

   하루는 제가 꿈을 꾸었는데 아주 무서운 꿈이었어요.”


“ 꿈이요? ”


-“ 네. 아주 끔찍한 악몽이었죠.”


“ 악몽이라면........ 대략 어떤 내용의 꿈이었나요? ”


-“ 꿈에 어떤 조그만 여자아이가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우리 애를 데려가겠다고 하면서

   제 품에 안겨있는 아기를 뺏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나는 아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막 소리를 지르면서 싸웠죠.

   그런데 그게 그만........

   아이를 사이에다 두고 서로 잡아당기고 싸우다가.........

   결국 애기의 몸이 둘로 찢어져버린 거예요.

   꿈속이었지만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워서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도 지난밤에 꿨던 꿈이 생생하더라고요.

   제가 오죽했으면 잠에서 깨고 나서도

   침대 위에 그대로 엎드린 채 또 울었겠어요.”


“ 그러게요. 꿈이었지만 무척이나 힘드셨겠네요.”


-“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요.”


“ 예?........ 그럼 꿈 말고도 또 무슨 일이 있었나요? ”


-“ 그렇게 아침이 지나고 신랑이 출근을 한 뒤

   저는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지난 밤 꿈도 영 찝찝하고 그래서 잠깐 바깥바람이나 좀 쏘일까하고요.

   그런데 막 집을 나서려고 할 때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별 일 아니려니 생각하고 있었어요.”


“ 그럼 유산을........”


-“ 예.......

   결국 그날 우리 아가는 지난 밤 꿈에서처럼

   내 뱃속에서 갈기갈기 찢겨진 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지고 말았던 거죠.

   우리 부부가 얼마나 기다렸던 아이였는데........”


경미는 이야기를 다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대화를 멈추고 경미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대략 10여분이 지나자 경미의 울음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 경미씨!

  그날 꿈속에 나타났던 여자아이가

  혹시 눈이 크고 예쁘게 생기지 않았었나요? ”


-“ 예 맞아요!

   얼굴이 예뻤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눈이 엄청 컸다는 건 기억이 나요.

   왜냐하면 제가 그 아이와 한참을 싸우는 동안

   계속 그 아이의 큰 눈이 무섭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 흠........

  그럼 일단은 제가 아이 령(靈)을 다시 만나봐야 하겠군요.

  그래야만 좀 더 확실한 내막을 알 수 있으니까요.”


-“ 내막이고 나발이고 저는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어떻게든 그 귀신을 우리 집에 못 오게만 해 달라고요.”


“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일 다시 와서 이 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일 겁니다.

  그러면 그 이후로는 어떠한 령(靈)도 이 집에 들어올 수 없게 됩니다.”


-“ 정말이죠? 정말 그렇게 믿어도 되는 거죠? ”


경미는 아직도 내 말이 미덥지 않은지 재차 또 물었다.

나는 다음 날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집을 나섰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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