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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잔꾀

chan |2003.03.09 10:05
조회 35,125 |추천 0


쌀 줄 알어? - 박진영의 잔꾀

박진영이 지난해 모방송국에서 프로듀서상을 받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난 대중적인 프로듀서로서 충분한 수상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뭐 심심찮은 표절시비와 영미 알앤비 뮤지션들의 멜로디를 교묘히 편집했다는 혐의를 받을지언정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들을만한 노래들을 만들어낸 건 사실이다. 난 박진영을 보면 모타운의 설립자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가 떠오른다. 돈을 벌기 위해 흑인의 영혼마저 팔았다는 비난마저 받았던 베리였지만 그는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마빈 게이, 다이아나 로스 등 지금도 쟁쟁한 유명 흑인 뮤지션을 배출해낸 불세출의 흑인 프로듀서였다.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겠지만 박진영 역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건사하는 god부터 노을, 비, 별 등을 반짝이가 아닌 시대를 풍미하는 가수나 뮤지션으로 성장시킬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그 박진영 리스트에 유명한 가수가 한 명이 더 있는데 바로 박지윤이다.

요즘 박지윤의 신보에 대해 시끌하다. 짐작대로 표절+선정성 문제 때문인데 딱 깨놓고 알맹이만 말하자면 박지윤 6집에 대한 소란은 '박진영의 영악한 잔꾀의 소산'이다. 물론 앨범 자체의 음악적인 기호나 성과는 별개 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그 잔꾀에 모 단체들이 농락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잣대로 시비대상을 심사하곤 하는데 성의 엄격함을 내세우는 종교단체와 문화예술의 표현에 대해 프리한 기준을 제시하는 문화단체가 선정성 시비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진영은 바로 이것, 이슈화를 노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테다. 자극의 강도를 높이면 반응도 그에 비례하는 것처럼 리얼한 대화체 의문문인 "할 줄 알어?"란 상상력을 자극하는 짧은 말로 쏠쏠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박진영은 영악한 것이다.

박이 가요계 짠밥을 좀 드셔서 그 생리나 시스템의 얼개를 훤히 꿰뚫고 그 시스템에 철썩 달라붙는 '섹스' 테마로 또 한번 선정성 효과를 보고 있는데 난 박진영이 프리섹스, 변태가(피)학 섹스, 플라토닉 섹스, 성도착, 관음증까지, 이 중 어느 것이 박 자신의 섹스 취향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박의 원론적인 섹스론엔 전반적으로 지지하는 편이다. 처음 박이 섹스해방을 부르짖기 시작했을 때 그는 여성 성해방주의자이며 프리섹스주의자임을 여러 매체에 자신있게 떠들어댔다. 덕분에 당시 여성단체로부터 김어준과 더불어 '21세기 여성 포럼 만나고 싶은 남자 99인'에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또 '여성의 삶을 돕는 남자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대중가수치곤 제법 정치적 수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박진영의 섹스관은 단순한 기호, 취향 차이일 뿐이지 새로운 것이거나 대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그가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대중가수로서 자신의 성적 취향이나 가치관을 소신있게 얘기했을 뿐이고 그것이 여성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박지윤 6집의 "할 줄 알어?"에 대한 소란을 보면 이번에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다. 박지윤 6집은 폄하할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통상의 대중 음악일 뿐이다. "할 줄 알어?" 가사 내용에서 엿 볼 수 있는 건 프리섹스와 오르가즘 정도, 뭐 이것도 이리저리 확대 해석하면 여성해방부터 세계인류평화와 박애주의까지 억지로 끌여들어 거들먹 거릴 수 있다. 논리적으로 맞추기가 좀 빡세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가사에서 더 이상의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난 가사내용이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어느 남녀의 성적 취향이나 타입 중 하나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면 수긍하겠지만 "할 줄 알어?"란 제목으로 '여성 성해방'이나 '낡은 성가치관'의 타파같은 것으로 확대해석 하는 억지 따위를 부린다면 나 역시 시선이 고울순 없을 것 같다.

아무튼 타투처럼 박지윤 6집도 이슈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한데 과연 빨간 딱지 붙인 음반의 매출이 선정성 덕을 어느 정도 볼 지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이왕 자극적으로 밀어 붙인김에 차기작엔 '쌀 줄 알어?'로 앨범 타이틀을 정하면 지금보다 반응이 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언급데로 자극의 크기만큼 그에 대한 반응은 비례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제발 표절 시비에 걸리지 말았으면 한다. ('할 줄 알어?'가 비욘세 음악이랑 되게 비슷하더라. 좀더 교묘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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