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여덟 번 째 이야기다. 오늘도 컴퓨터냐 라고 물으신다면 역시나 컴퓨터 이
야기다. 정말 컴퓨터 하나 샀다고 엄청나게 우려먹는 나. 등장인물은 나, 컴퓨터 수리
아저씨.
컴퓨터를 고장내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폐인 생활이 계속됐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컴퓨터가 생기 고부터 컴퓨터는 내 생의 일부이자 동반자였다. 전화해서 나오라고
할 친구도 없고 같이 대화할 사람도 없다. 이건 나의 성격 문제일 수도 있다. 나는 초
등학교 6학년 때부터 혼자 집을 나와 하숙을 했다. 서울에서 공부하라고 부모님들이
배려하신 것이다. 처음 서울 생활을 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차차 말도 잃
어 갔다. 내 성격 문제를 부모님께 돌리고 싶은 맘은 없다. 이건 나의 잘못이기도 하
니까. 하지만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과거는 지나간 것일 뿐이니까. 나는
과거의 일은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기쁜일 이거나 슬픈 일이거나 말이다. 그
냥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다.
누가 나에게 넌 다시 태어난 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되고 싶은
게 없다.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흐르는 시간 속 에 묻혀 있고 싶다. 모든 이야
기, 노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사랑이란 것도 나에겐 멀게만 느껴진다. 자기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르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 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복잡한
이야기다. 골 아프다.
어 쨌던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내가 심심한 나머지 컴퓨터를 분해했다. 본체 안에 연
결되어 있는 모든 전선과 나사들을 풀어헤치고 기웃댔다. 다 흩어 놓아서 어디가 어
딘지도 모르지만 막 연결해 놓고 본체 뚜껑을 닫았다. 아무래도 하드에 충격이 간 것
같다. 생돈 나가겠군. ㅡ_ㅡㅋ 컴퓨터 수리를 불렀다. 이왕에 하드도 바꾸기로 했다.
돈 없어서 13기가 밖에 못 사겠더군. 다음 날 수리해서 컴퓨터를 가져왔다.
수리 아저씨: 컴퓨터 누가 만졌어요?
나: 왜요?
수리 아저씨: 전원 연결선이 뒤죽박죽 되어 있어서요.
나: 동생이 만졌나 본데요. ( 실은 내가 그랬다. 하지만 말하기 창피해서 동생 핑계 됐
다.)
수리 아저씨: 모르면 아무거나 만지지 말라고 하세요.
나: 네. ㅡ_ㅡ;;;
수리 아저씨: 수리비는 하드 값까지 해서 15만원입니다.
나: (허~ 걱~ 백수한테 그렇게 큰돈이 어디 있냐. 할 수 없이 엄마 몰래 생활비 빼돌
렸다. 말하자면 공금횡령이다. ㅡ_ㅡ;;; 이때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었다.) 키보드도 하나 주세요. ( 발로 본체 찰 때 손으로는 키보드를 쳤다. ㅡ_ㅡㅋ)
수리 아저씨: 그럼 키보드까지 해서 16만원입니다.
나: 15만원에 안되죠?
수리 아저씨: (단호히) 네.
나: ( 악~ 내가 왜 부셨던가. ㅠ_ㅠ) 여기요.
컴퓨터를 고쳤다. 돈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내 유일한 친구인 컴퓨터를 다시 살렸다
는 것에 뿌듯하다. 몰래 빼돌린 생활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