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벌써 7년이 다돼어갑니다.
많은 나이차가 있었는데
돌아보니 겨우 직장 2년차였던 제 나이는 너무 어렸고
한창 일할 나이였던 30대의 남편이 근사해보였었나 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전세 4000만원을 몽땅 빌려서 결혼을 했습니다.
직장을 5년이나 다닌 서른이 넘은 사람이 수중에 돈 100만원도 안모아두었더군요.
결국 모든 결혼비용을 남의 돈으로 했습니다.
각자 분가한 시댁 형제들은 미안하다는 말뿐 해주실 수 있는게 없더군요.
시아버님은 오래전 돌아가셨고 시어머니 혼자 농사지으면서 사시는데
돈이 있을리도 없고 형제들도 먹고살기 바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럭저럭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입버릇처럼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하다 하셔도
2,3년만 고생하자는 남편 믿고 크게 걱정하지않았습니다.
어린 제 눈엔 그저, 혼자 힘으로 소위 명문대 석사까지 마친
남편이 언젠가는 꼭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나봅니다.
둘다 흔히 첫손가락에 꼽는 S사에 다니는 맞벌이였기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남편은 대출금을 갚아야했기때문에 한번도 월급통장을 제게 줘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활은 제가 번 것에서 나오고, 대출기간 길어야 이자 손해니까
결혼 전 가지고 있던 돈과 급여 중 일부 저축을 해서
남편의 대출금을 중도상환해주었습니다.
대출금을 다 갚고나니까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해보고싶다고 하더군요.
다소 독선적이고,외곬수같고, 어딘가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유로운 성격이었기때문에
늦으면 못할 것 같다고 해서 나중에 후회하게 하지말자 싶어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5년째..결혼은 7년째입니다.
아직도 남편은 통장을 저에게 주지못합니다.
둘 다 직장을 다닐때는 아쉽지 않았던 생활이 저혼자 벌다보니 너무 힘이 듭니다.
제 급여, 결코 작진않습니다.
어쩌면 같은 급여로 아이가 있는 집에선 학교도 보내고, 학원도 보내면서
알뜰하게 생활해도 될 만한 액수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지치네요.
제 나이에.. 저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도
어느덧 집장만을 하고 집을 늘리고 아이를 낳는 행복에 즐거워하는데
저는 1원 한푼 보태주지못하는 남편과 한달한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사업을 하는 남편을 두고 여유롭게 사는 직장녀로 보일지 모르지만
결혼 이후 정장 한번 제대로 된 옷 못사입으면서도
그런 티를 내고 싶지않아 얼마나 애를 쓰는지 모릅니다.
제가 보기에도 남편의 사업 아이템은 가망성이 없어보이지만
이 사람, 누구의 말도 귀기울여 듣지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습니다.
자기만 믿으라던 이 사람의 그 모든 호언섞인 장담을 믿었는데..
실은 90%이상 과장된 허풍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늦게서야 알았지만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젠 그러지말아야지 하다가도 사람이 너무 측은해서
속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맘에
그간 제가 벌어 저축한 돈이나 제 이름으로 대출까지 받아서 대주는 것도 여러번..
알고보니 딴에 사장이라고 그래도 집엔 돈 한푼 안들고 들어와도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주고 있더군요.
속도 모르는 저희 부모님과 시댁은 왜 아이를 안갖느냐며 성화시고
시아주버님은 저번에 내려갔더니
시집을 왔으면 아이를 낳아야지 밥값을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것이 이 느낌이구나..경험했습니다.
이제 생활을 꾸려가는 몫은 온전히 저의 차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더구나 결혼하면서부터 성격차이로 끊임없이 이어져오는 싸움,
다툴때마다 남편은 그러더군요.
꼭 성공해서 멋지게 이혼해주고 말겠다구요. 그러기라도 바랬습니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지칩니다.
둘 중 누구하나라도 번다니 무슨 배부른 소리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네, 당장 생활이 찌들게 가난하진 않습니다만 그 이상도 없습니다.
직장을 다닌다는 것이..돈을 번다는 것이..
아무런 보람도, 기대도, 꿈도 안겨주질못합니다.
함께 직장 다니면서 꼬박꼬박 저축하고 집장만하는 재미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든지요..
이제라도 남편이 사업을 그만두고 직장인으로 돌아가길 바라지만
이제 그럴 수가 없답니다.
말은 안하지만 저몰래 이미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빚을 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사람과 헤어지면,
아마 이 사람 당장 먹고사는 것도 해결하기 어려울 겁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작은 전세라도 하나 얻어주고 헤어지자고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상처와 슬픈 추억들로
마음은 이미 오래전 떠난 사람이지만
제가 혼자 일어설 수 있을지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보내온 지난 몇년들이 저를 주저하게 하네요.
그리고 부모님, 동생들...
겉으로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이는 제가
인생은 이렇게 허점투성이로 살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