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서른살 사랑을 꿈꾸다 05

영양갱 |2006.10.19 01:12
조회 320 |추천 0

지금처럼만, seaflower  감사해요 ^-^*  오늘 기분 너무 좋았습니다.!

 

확인키를 누르니 모두 동창회 날 온 것이었다. 유정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았다. 모든 일이 악몽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지금

누군가에게 기대어 미친 듯 울고 싶어졌다. 자신의 모든 속사정을 털어 놓고 비워내고 싶

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친구라고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 중에

마음이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에 와서까지.. 왜 일까?

유정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어렸을 때야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털어놓고, 비밀이라는 것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별게 아니었으니까, 아주 사소한 것이므로,, 그렇다면 사회에서 만

난 사람들은? 없다. 사회라는 것은 친구를 만들어 주지를 못한다.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사람들은 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주 상냥한 말투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비아냥

거림임을.. 유정은 잘 알고 있었다. 문득 처음 유정이 사회생활을 할 때가 생각났다.

그때 유정은 방학을 맞아 알바로 회사에서 경리직 일을 했었는데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차고 넘쳐났다. 아무 잘 못도 없는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인정받지 못 한 채 지나

쳐 갈 때가 있었고, 이유 없는 갈굼 이라는 것도 당해야만 했다. 그럴 때 마다 울컥거리는

눈물을 참아냈다. 여기서 울면 지는 거라고, 창피한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중 제일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술자리였다. 피곤하게 업무를 끝내고 돌아오면 윗사람들은 술자리를 만들

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회식 자리였던 것이다. 학창시절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유정은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래서 유정은 미술과 음악 이 두 가지 선택 과목 중 미술

이라는 것을 택했다. 그랬던 유정에게 회식자리에서 만들어 놓은 신입생 환영이라는 것은

곤욕 아닌 곤욕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고, 그렇게 근엄해 보이던 윗

상사들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넥타이를 풀어헤치고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술은 끝없이 테

이블 위로 쏟아져 왔고, 사람들은 분위기와 술에 취해만 갔다. 처음에 유정은 그런 자리가

무척이나 거북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곳을 그만두면 등록금을 걱정해야

했고, 늙어가는 엄마에게 손을 내밀 수는 없었으니까,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으니

까. 그 날, 그렇게 유정은 사회생활과 첫 대면을 했고, 유정은 그 날의 수치심과 충격을 잊

지 못하고 있었다. 유정은 씁쓸해져 왔다.

‘거짓과 과장 위선인 섞인 곳이라..그곳에 숨쉬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남들이 보면 나도

같을 거야.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만 지쳐있고, 나만 아프고 힘들다고.. 찌든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유정은 침대에 걸터앉아 TV를 켰다. 채널을 돌리고 소리를 줄였다.

채널은 인도에 빈민층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멈추었다. 유정은 팔짱을 끼고 집중해서 티비

를 바라보았다. 내용이 끝을 맺을 때 즈음 유정은 울음을 터뜨렸다.

희망을 잃고, 희생을 배우고, 세상을 알고, 언제나 굶주린 삶을 살아가는 저 아이들이..

흡사, 유정과 닮아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화장을 하는 장면에서는 엄마가 떠올랐기 때

문이었다. 저 아이들은 .. 어린시절 유정의 모습 같았고, 가난하게 살다 아무런 보상도 받아

보지 못한 채 죽은 저 여인의 모습은 엄마를 떠올리게 했음으로..

유정은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울었다. 목이 메여 꺼이꺼이 울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

고 울고 싶은 날이었다. 눈물샘은 그칠 줄 몰랐다. 유정은 티비를 끄고 침묵에 잠겨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점점 베게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 잠

이 들었는지 유정은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유정은 옆에 놓인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전화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핸드폰 벨이 울리자 유정은 깜짝 놀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유정씨?”

그것은 빈후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 네..”

“저번 주에 전화하니까 안 받던데 무슨 일 있었나요?”

“그냥,, 좀 개인사정이었어요”

“혹시.. 내일 약속 있나요?”

“없는 데요”

“없으면 내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국제서점박람회에 같이 갈까하는데 어때요?”

“.......”

유정은 무어라 대답 할 줄 몰라 망설였다. 그 곳에 가면 분명 도움을 될 테지만 빈후와 함

께 하는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안내키나요?”

‘가도 나쁠 건 없으니까..’

“갈게요, 몇 시까지 가면 되죠?”

“3시에 시작하니까 한 2시에 출판사 입구 앞에서 보기로 하죠”

“네..”

통화를 끝내고 유정은 휴대폰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 빈후에게 존댓말을 써가며, 그가 무슨 말을 내뱉을지 항상 긴장하는

자신의 처지가 웃기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회에선 나이가 아닌, 승진이 대접받게 해준 다

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했다. 막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유정은 침대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신소현]

“여보세요?”

“야,! 넌 어쩜 말도 안하고,, 그런 일이 있었음 나한테 말했어야지 섭섭하다”

“아, 미안.. ”

“나와라, 이 언니가 위로 해 줄 테니까”

“오늘은 별로 나가고 싶지 않다”

“나와, 이 기집애야 언니가 위로해 준다는데! 5시에 역 앞으로 나와”

“.....휴.. 알겠어.. ”

핸드폰을 탁자위에 올려놓은 후 화장실에 들어갔다. 욕조에 물을 받고 천천히 몸을 담갔다.

따뜻하게 몸이 젖어드는 느낌이 기분 좋게 감싸왔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