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날, 당일은 뭣도 모르고 지쳐 쓰러졌죠.
사귈 땐 꿈에서 만나자 만나자 해놓고 한 번도 꿈에 나타난 적 없던 그 애가
헤어지니까 꿈에 나오더군요.
꿈에서 그 애가 돌아왔어요. 행복했어요.
하지만 깨보니 이건 꿈이고, 또 자다 깨보면 이건 꿈이고,
잠드는 게 두려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어요.
다음날,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울기 시작했죠.
숨 쉬기 힘들고 헛구역질 나고 가슴이 너무 아파 손으로 쥐어 뜯었어요.
억지로 친구를 만나러 나갔지만 몸이 너무 아팠어요.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아픈 게 서러워서 자꾸 눈물이 나더군요.
책도 사고, 약도 샀어요.
그 날 밤도 역시 꿈을 꾸었고, 잠에서 깼을 때 가슴이 너무 뛰어서 약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그냥 그렇게 밤을 또 보냈죠.
다음날, 출근해야 해요.
주말 내내 먹은 게 없어 힘아리가 없네요.
헤어질 때 '잘 살 수 있지?'라는 그 애 말에 '아니, 나 직장 그만둘 거야' 했지만,
우리 엄마 아빠 마음 아플까봐 그럴 수가 없었어요.
처음 겪는 이별이 아니기에,
첫 이별 후 제가 힘들어하는 거 보고선 같이 울던 엄마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서.
차라리 일하다 쓰러지자 맘 먹었어요.
일할 땐 생각 안 나더라, 일할 땐 좀 괜찮더라, 다들 그랬는데
직장 도착하자마자 울기 시작하고, 일하면서 울고, 퇴근하고 울고, 그냥 한 10번 정도만 울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친구와 통화를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잘 헤어졌다, 시간이 약이다, 무조건 잊어라, 전화하지 말라,는 뻔한 얘기만 하는데,
이 친구는 그러더군요. 일주일만 참아보라고, 전화를 하더라도 일주일만 있다가 하라고.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했어요.
하지만 역시나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역시 내일은 수면제를 준비해야 겠다 생각했죠.
다음날, 오늘입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일주일 뒤에 전화해서 할 말을 계속 연습했어요.
출근하면서 평소처럼 mp3도 들었고, 직장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도 했어요.
다행히 오늘은 워낙 일이 바빠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됐을 무렵,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라
화장실 가서 혼자 소리내어 펑펑 울었어요.
그래도 3일이나 버틴 제가 벌써부터 대견하네요.
집에 돌아와서는 기분이 좋아 tv도 보고 이렇게 인터넷도 하고 있어요.
잠자리에 드는 건 좀 두렵네요. 하지만 오늘은 신경안정제를 준비했으니 괜찮겠죠.
빨리 일주일이 지났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이렇게 참아본 적 없어요.
다른 남자와 헤어졌을 땐,
전화하고 싶으면 전화했고,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매달렸어요.
지금까지 소위 '나쁜 남자'들을 많이 만나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든 일 많이 겪어 봤기 때문에,
괜찮겠지 싶었는데, 꼭 4년 만에 또 숨 막힐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어요.
아, 헤어지자고 한 건 저예요. 이제부터 다들 욕하시겠죠.
정 많고 마음 약해서 아무리 힘들어도 헤어지잔 말 못하고
남자에게 뻥뻥 차이기만 한 저였는데,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예요.
그냥 힘들었어요. 핸드폰은 발신이 안되서 하루 종일 문자만 하고, 만나자고 안 하고,
잠도 많고, 게으르고, 철 없고, 친구들 너무 좋아하고, 그런 애예요 그 앤.
군입대 앞둔 휴학생이 뭐 있겠어요.
하지만 정말 절 사랑해줬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나쁜 남자들에게 받은 상처투성이인 저를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행복한 공주님으로 만들어 줬어요.
전 소위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 여성이고, 돈도 꽤 법니다.
그 애는 돈도 없고, 목표도 없고, 입대를 앞둔, 저보다 세살이나 어린 철부지예요.
처음부터 그런 거 다 알고, 그래서 서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만 생각하기로 하고, 사귀기 시작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울고 가슴 조이고, 하루에도 몇번씩 헤어져야 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짜증도 많이 내고 화도 내고, 이렇게 성질 더러운 저를,
그 애는 불평 한 마디 없이 다 받아주고 예뻐해 줬어요.
만나자고 안 하는 거, 처음엔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다 싶었어요.
하지만 매일 친구들 만나서 놀고 그런거 보니 또 그런건 아닌가 싶더군요.
한달 전쯤, 제가 먼저 울면서 헤어지잔 말 꺼냈어요.
너를 정말 좋아하지만, 너무 힘들다고,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 애, 그냥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진지하게 여자 만나본 적이 별로 없는 애라, 붙잡을 줄도 모르더군요.
마음 약해질까봐 안녕 하고 돌아섰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 길거리에 서서 울고 있자니,
그 애가 말도 못 붙이고 멀리서 따라오고 있더군요.
다시 한 번 잘해보기로 했어요.
서로 노력해 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달라지는 게 없더군요.
그 때부터는 정말 헤어져야 겠다는 생각, 달고 살았어요.
사귀어도 이렇게 힘든데, 헤어져 봤자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나 싶었어요.
서로 사랑하는데 헤어진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정말.
엊그제, 만나지 못한 지 일주일 째가 되자, 진짜로 헤어져야 겠다고 맘을 먹었어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오늘 헤어질 거라 말했어요.
그런데, 그 애가 거길 찾아왔더군요.
솔직히 흔들렸어요. 그날따라 어찌나 예쁘게 하고 왔는지,
하지만 마음 굳게 먹고 그 앨 데리고 나와 이야기했어요. 안녕.이라고.
이번엔 정말이지 그 애, 기분나빠 하더군요.
그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어요.
대체 왜 만나자고 안하냐고 묻자, 넉넉하지 못해서 그랬다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너무 나쁜 년인 것 같았어요.
정말, 그건 아닌 줄 알았거든요.
남자들에게 있어서 돈 문제, 정말 자존심과 직결되는 건 줄 알긴 하지만,
그 애, 저 만나면, 부족한 듯 보여도 최대한 돈 많이 쓰려고 애썼거든요.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걸, 싶었지만,
헤어지잔 말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주지도 않았겠죠.
그 때부터 울며 붙잡았어요.
사랑한다면서 한 번도 붙잡지 않는 그 애가 너무 야속했어요.
하지만 그 애가 그러더군요.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거 다 봤는데, 앞으로 자기가 그걸 어떻게 견디겠냐고.
어차피 자기 군대 가면 헤어질 거 아니었냐구. 차라리 지금이 적기라구.
가지마. 가지마.
오만 번도 더 말했어요.
정 떼게 하려고 그 애 별 소릴 다 하더군요.
하지만 그거, 일부러 그런다는 게 눈에 빤히 보여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아씨, 이럴 땐 애들이 냉정하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하면서
눈도 못 마주치고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더군요.
매달리면 안된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아요.
이미 겪어 봤기에 그거 오히려 역효과라는 거 잘 알죠.
더군다가 내가 헤어지자 해놓고 매달리는 거, 진짜 안 좋은 거 알아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런가요.
지금 붙잡은 손 놓고 싶지 않는데, 간절한데, 그렇게 쉽게 보낼 수 있나요.
간다 간다 하면서도, 길거리에서 계속 우는 절 떼놓고 가질 못하더군요.
울다 울다 나중에 제가 이제 가라 했는데도, 또 뒤를 따라와 서성거리더군요.
제가 친구한테 전화거는 모습 멀리서 확인하고서야 뒤돌아 가더군요.
제가 미친년이고, 제가 나쁜년이죠.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려, 헤어지잔 말을 꺼낸 제 입을 꿰매버리고 싶을 정도죠.
힘들까요, 그 애.
전혀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왔을 텐데,
붙잡지도 못하고, 절 위해 모질게 굴고, 절 위해 떠나는 길을 선택했는데,
못된 생각인 거 알지만, 저만큼 그 애도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연락, 물론 왔으면 좋겠죠. 하루에 백만스물두번씩 핸드폰 들여다 보곤 해요.
하지만, 안 올 것 같아요. 군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그 애도 생각이 많을 거예요.
제가 매달린 것 때문에 정 떨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저를 힘들게 한 게 너무 미안해서 먼저 연락 못 할 것 같아요.
제가 연락 안하면 언젠간 연락 온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군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조금 시급해요.
헤어지고 자원 입대라도 해버리면, 그럼 전 어떡해요.
저도 물론 복잡해요.
군대, 미래, 생각하면 어쩌면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지도 모르죠.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거 잘 아니까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데, 헤어지는 건 나쁘잖아요.
우린 그래도 아직 어린데, '사랑' 하나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 때잖아요.
물론 헤어져도 달라질 건 없겠죠.
여전히 돈 문제로 삐걱댈 테고,
군대가 코 앞인 애한테 알바해라, 친구들 만나지 마라 잔소리 할 수도 없는 거고,
하지만, 적어도 전 이유를 알았으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작정 참는 거랑, 이해하고 참는 거랑은 다르니까요.
암튼, 그리하여 일주일만 참아볼려구요.
벌써부터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 제가 너무 밉지만,
진짜 이별은 일주일만 미룰게요.
사실 지금도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하지만 참아야죠. 참아야죠.
그 애가 정말로 절 좋아했다면,
일주일 동안 제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일주일 뒤에 울면서 또 글 쓸 지도 몰라요.
# '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말라'는 책 강추.
한 번도 참아본 적 없는 저를 참게 만드는 책입니다.
반신반의 하면서 샀는데, 뭐 잊는데 썩 도움을 주는 건 아니지만,
전화하는 거 참는 데는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