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을 처음만났을땐 그 당시 1년전 헤어졌던사람한테 억지로 당해서 뱃속에 생명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수술을 생각했지만 저는 돈도 없었고 이미 수술하기엔 많이 늦은 상태였어요. 죄 없는 생명한테 미안했지만 못된생각도 많이하고 아무잘못도 없는 생명한테 못쓸 소리도 많이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머리숙여 사죄하고 또 사죄하고...어디에 있을지 몰라도 세상 빛 보기전 사랑한번 제대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말그대로 강간이라는걸 당해봤는데 그후론 바깥 출입도 전혀 안하고 집안에서 갇힌채로 살아왔었거든요
그러다 그날따라 산책도 하고싶었고 배도 많이 고픈거에요. 아기를 가지니까 정말 많이 먹더라구요.
그러다 우연히 그사람과 대화를 하게됐고 밥도 사주더라구요. 밥만 먹고 그냥 와버렸죠. 상대가 남자라는거엔...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난 그럴수가 없는거잖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한테 사랑받는게 이런거구나'라는걸 알게해주던사람이에요. 매일같이 전화하고 안부묻고..내 처지를 잠깐 잊고 있었죠. 어느날 빨래를 하다가 문득 이사람한테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이제 연락같은것도 하지말고 만나지도 말자고 해버렸습니다.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이 없었기에 헤어지자라는말 하기엔 내가 설레발 치는것 같기도 해서 그말을 하기까지 많이 생각했어요.
그날은 이불빨래를 해야해서 큰 대야에다가 이불을 집어넣고 발로 꾹꾹 밟으면서 억지로 딴생각을 했는데... 이유라도 말해달라고 해서 사실대로 말해버렸었어요.
자기도 알고있었다네요.
내 생일날엔 아무말없이 배불뚝이 모르게 꽃다발을 놓고 사라지기도하고 몇달이 흐른뒤에는 부모님조차도 없는 병실에 혼자 배가 쑥 꺼진 여자를 보러와선 아무말도 없이 내가 젤 좋아하는 데리버거를 사주고 바빠서 잠잘시간도 부족한사람이 틈틈히 바람도 쐬게 해주고 돈도 못버는상태면서 가끔은 고기도 먹여주고...
그리고 전 다시 사회로 나갔습니다. 제 주변친구들은 다들 남자친구랑 여행도 다니고 놀러도 다니고 데리러도 오고 하루일과 마치면 같이 만나서 술도 먹고 하더라구요.
전 여태까지 제데로 된 연애도 못해봐서 마냥 부럽기만 했어요. 제 처지를 망각한거죠.
그리곤 안그래도 힘든 그사람한테 걸핏하면 남들하고 비교하고 칭얼대기만 했어요.
그때마다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만 하구..
언제부턴가 싸우는일이 잦아졌어요. 작년엔 한번싸워보는게 소원이였는데말이죠.
그때마다 드는생각은 이사람을 내가 너무 붙잡고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헤어지자고 수차례말했지만 그때마다 절 잡아줬어요. 그러다 한번은 정말 헤어질 생각이였는지 연락도 없어서 제가 먼저 전화해선 관계를 확실히 하자는 식으로 말했더니 ..다시 아무일도 없다는듯 대하더라구요.
마음은 다 타들어가는데도 내가 힘들까봐서 자기 속은 꾹꾹 눌러담던 사람이에요..
한없이 착한사람...자기 처지가 그래서 날 붙잡고 있는거 같아서 놓아주려고 했다네요.
하루라도 목소리 안들으면 마음이 너무 춥고 비록 자주는 못봐도 가끔보면 마냥 붙어있고 싶고..
그래서 더 미안하지만 더 사랑하고 싶고 내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해준사람이기때문에 남들이 욕을해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제였는데
친구통해서 들은얘기가 있는데
남자랑 여자가 만나서 결혼하는 때가 3년정도만나고 결혼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고 행복하다는 통계자료가 있다고해서 그사람한테 전화해서 그 얘기를해줬더니..
다짜고짜 화부터 내더라구요 너무 벙쪄서 아무말도 안코 가만히 있었더니
할말다했냐면서 바쁘니까 이따 전화하겠다더군요.
그리구 2시간후 다시 전화가와선 애교띈 목소리로 아무일 없었다는듯 행동하길래 화가나서 다시 그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번엔 소리를 지르네요 안그래도 힘들어죽겠는데 나마저 왜그러냐면서요..
지금 생각하면 내 얘기가 부담이 될수도 있는건데 그땐 미처 그런생각까지 헤아릴수가 없었어요.
매일 아침마다 오던 모닝콜이 없는 오늘 하루가 왜그렇게 춥고 허전했는지..
일찎부터 준비했어야 했는데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그리곤 하루가 다 꼬여가는 오후에 그사람한테 전화가 왔어요.
그사람도 나름대로 많이 양보하고 참고 노력해서 한 전화였는데 저는 너무 차갑게 되받아쳤죠.
그리곤 이제 관심같은것도 안보이고 간섭따위도 안하겠노라고 우리 그냥 심심할때나 통화나 하고 가끔 할일 없으면 보는식으로 그러자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해버렸어요
그런얘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화풀어주려고 멍석깔고 부려달라고 조르던 애교도 피웠는데..
인생 산전수전 다 겪어본 저같은독한 여자라 그런지... 오히려 더 독하게 해버렸어요..
몇시간후 다시 전화해선..
이제 속 시원하냐고 그러더라구요.. 안보고싶냐고
영원히 안보고싶다고 말해버렸어요
생각좀 해보자는 그사람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이젠 연락이 없네요.
머리속까지 너무 뜨거워서 견딜수가 없어요.얼굴은 팅팅 붓고 입에선 단내가 나요.
500일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사람.
그런데 저는 이런 방법밖엔 없어요
휴일도 없이 일해야하지만 수당은 보장받을수도 없고 저녁이면 어머니를 도와서 같이 일해야하고..
철없는 아가씨 비위도 맞쳐줘야하고...예전 과거도 계속 생각날테지만 내색안해야하고..
아마 다시 연락이 닿아도 저는 더 냉정하게 대할거에요.
내가 정말 당신 사랑하지만 너무 사랑해서 그럴수 밖에 없다는걸 그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물론 지금은 서로 힘들겠지만 시간 지나고 내가 많이 흐릿해지면 나같은여자 말고 착하고 예쁜 그런 평범한 여자 만나서 사랑하게요.
친구들은 연애랑 결혼은 따로라면서 그냥 만나라고..그사람과 나의 학벌도 비교하고..이사람과 연애하고 결혼은 다른사람과 하라는말도 있고..저는 그렇게 생각 안하거든요
물론 어떤 사람을 만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사람 너무 사랑하게 되버려서..
내가 옆에 있으면 항상 불행할사람일거 알기때문에 수화기 넘어로 울컥거리는 목소리에도 눈물 꾹 참고 냉정해졌습니다.
나는 깨끗한 여자도 아니고 순수한 여자도 아니고 허영덩어리에 질투도 심하고
차라리 완전 이기적인 여자였으면 좋았을걸...
표현할줄을 몰라서 그렇지 그사람 나 많이 사랑한거 나도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 사랑해줘서 내 생활에 일부가 되어줘서
그리구 미안해요 나같은 사람 만나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