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과동기 남자친구와 애인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때였죠.
그 전까지 거의 4년을 친한 친구로 지내왔습니다.
제가 다닌 과는 남학생이 많아서 친한 남자애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애는 저와 우연히도 같은 동네라서 친해질 기회가 많았습니다.
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남자친구로서는 빵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바람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큰 키와 괜찮은 몸매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말도 잘하고...
여튼 남자고 여자고 할 거 없이 인기가 많은 애였고, 저도 한편으로는 이런 애랑 친하니까 좋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관계가 복잡하더군요. 집안 문제도 있고...
전 친구의 이름으로 그런 고민과 얘기들을 들어주곤 했습니다.
왜 객관적으로는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지만, 내 친구라면 왠지 팔이 안으로 굽게 되잖아요.
그런 사이였죠.
과에서도 여자 문제로 욕을 먹기도 하던 애였죠.
이쁜 애들만 골라서 사귀고 심하게 표현하면 여자 등처먹기도 하고...
하지만, 맘은 착한 애였습니다.
그 여자를 사귀는 순간순간 만큼은 진심이였거든요. 단지 그 맘이 너무 쉽게 변하고, 그 변함을 참지 않고 그대로 끝을 내버리는...
어쨋든 전체적으로 미운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그 애가 말년 휴가를 나왔습니다.
친구로서 만났습니다. 집에 데려다 주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키스를 하면서 몇년전부터 좋아했다고 너만한 여자가 없다고 행복하게 해줄테니 사귀자고 말했습니다.
전 너무너무 당황했고, 어찔 할 바를 몰랐습니다.
시간을 달라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자리에서 거절했을 것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죠.
그 후, 다른 여자애들한테도 그랬는지 장난 아니게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찾아오고 전화하고 만나자고 그러고 온갖 달콤한 말들을 하면서...
학교에 갔더니 이틀만에 이미 그 애와 전 애인 사이로 소문이 났고, 인기가 많았던 터라 그 오빠랑 사귀는 언니가 누구냐부터 둘이 잘 어울린다는 등...
하지만, 저와 또한 그 남자애와 친한 과친구들은 결사적으로 말리더군요.
친구로선 좋은 애지만, 남자친구로선 정말 아니라고....
전 그때까지 과에서 CC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구, 나름대로 깨끗한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애의 적극성과 그 동안의 정, 또 싫지만은 않은 마음...
그리고 설마 4년지기 친구한테 예전의 여자들한테처럼 그럴까하는 생각들로 고민했습니다.
심지어 절 좋아하던 과의 다른 남자애 한테는 이제 마음 정리하라고 자기가 나와 결혼까지 할꺼라고 했다는군요.
이런 그 애의 모습을 보고 친구들도 설마 너한테 그러겠냐면서 그 애의 진심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근데 만날 때마다 맘이 편치 않더군요.
뭔가 크게 어긋난 듯한 불편함.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행동을 해도 그 애가 못 마땅해 하는 느낌...
친구일 땐 참 편했는데 말입니다.
왠지 그 애는 절 보여주려고 그리고 저로부터 뭔가 기대고 사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 아껴주는 맘을 느껴 본적이 없었습니다.
돈도 많이 썼습니다.
그 애의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았구, 마침 전 과외를 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전 제가 더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노력했습니다.
한번만 더 노력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좋아지는 사랑이 될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애를 잘 알기에 제가 잘할거라고 믿었습니다.
설마 제가 그 애의 게임의 희생양이 될 줄 몰랐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 찍어서 사귀고 차버리는 게임...
사귄지 3달이 되지 않아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어쩐지 며칠전부터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전 자존심도 상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붙잡았습니다.
냉정하게 뿌리쳤습니다.
다른 여자가 있다면서...
저 몰래 과 애들과 미팅도 하고 그랬습니다. 전 완전히 바보가 된거죠...
며칠후 다시 사귀자고 하더군요. 이번엔 제가 싫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맘 아프게 하지 말라고 매달리더군요.
그래 다시 잘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그 애의 마음을 진심이라고 믿었습니다.
설마 4년이라는 우정만으로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또 헤어지재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못한게 후회됩니다.
그런데, 그 때 전 임신중이였습니다.
그렇게 사귀면서 어떻게 임신을 했냐구요?
네... 전 일차적으로 제 잘못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그 애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저한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귀고 얼마 후 다른 친구들과 술을 먹게 됐습니다. 전 이상하게 그 날따라 갑자기 술이 많이 취했습니다. 보통 여자친구가 술 마시면 말리잖아요.
전혀 그러지 않고, 오히려 더 주더군요. 작전이였나봅니다.
새벽쯤 술에서 깨어 보니 동네근처 여관이였습니다.
그 때의 기분이란...
너무 놀랐습니다.
어렴풋한 기억만이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자친구니까, 그리고 내 나이도 어리진 않다면서요...
같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지 못해 겉으로만 나를 챙겨주는 척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게임의 끝이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왜 그랬냐구 원망하거나 그 날의 일을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나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임신이 됐습니다.
그리고 헤어지자고 그 애가 처음 말한 다음 날 알았고, 헤어지고 나서 병원에 친한 친구와 갔습니다.
같이 간 여자친구는 저와 제일 친한 과친구이자 그 남자애와도 아주아주 친한 애였습니다.
그 남자애와 저는 같은 과에 같은 과동아리였기 때문에 친한친구들이 같은 편이였습니다.
그 남자애한테 알렸습니다. 내일 돈을 주겠다고, 이런 일로 다시 나한테 돌아오지 않는다고...
마치 내가 잡을까봐 두려워하면서 서둘러 말하더군요.
나도 이런 일로 널 잡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결국 그 남자애의 그 많은 스쳐가는 여자중에 한명이였다는 게 정말 분합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돈은 주지 않더군요.
그 때는 그 돈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애의 마음이라도 괴롭게 할말도 다 하고 돈도 다 받고 그럴껄하고 후회도 듭니다.
첨엔 꿈속에서 아기가 나타나서 잠을 못잤습니다.
가족에겐 절대 말 하기 싫었습니다.
내가 빨리 졸업하길 바라겠지라고 생각이 들면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나랑 친한 과친구들이 그 애랑 있는 걸 보면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 애랑 헤어진후 자꾸 학교에서 마주쳤습니다. 그 애가 복학을 했거든요.
도서관에서나 휴게실에서나...
근데 항상 한 후배 여자애가 같이 있더군요. 제 눈치를 보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병원에 같이 간 친구가 얘기해줬습니다.
저랑 헤어지고 얼마 안 돼 군대가 있는 남자후배의 CC여자애를 꼬셨다는 군요.
소문으로는 그 여자애가 그 남자애를 이용하다가 결국 군대에 있는 후배한테 다시갔다는군요.
그 남자애는 그 여자 욕을 하고 다녔구요.
한편으론 안 됐기도 하고, 나 대신 그 여자애가 한방 먹인 거 같기도 하고...
정말 제가 멋있게 한방먹였어야 되는데...
요즘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받는다는군요. 왠지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 애가 조금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제 만나도 내 자신이 당당하기 위해 더 잘되야 되구요.
전 졸업을 했고, 회사도 다니고, 그 애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사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애랑 그렇게 된거라 생각하면 차라리 행복합니다.
이 일로 많이 성숙했고 교훈(?)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과친구나 과모임에 가게 되면 그 얼굴을 어쩔 수 없이 마주보게 됩니다.
마치 너따위는 잊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도 하고 대해야 할지, 아니면 어색하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애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너같은 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릴까 아니 그냥 무시하는 법요.
그 애를 피하기 위해 학교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것은 싫습니다.
그 애 때문에 그런 것도 기분나쁘고, 제가 친한 학교 친구들이 곧 그 애의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전 대학친구들 거의 없어지거든요.
며칠전부터 새로운 과 후배와 또 몇번째의 CC를 한다는군요.
물론 이번애도 이쁜애로요, 돈도 많고...
어떻게 놀지 지금 이 시간에 뭐할지 눈에 선합니다. 어떤 말로 그 여자애의 맘을 흔들리게 할지도...
이런 사람을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나요?
영원히 미워해야 하나요?
오늘도 과모임이 있습니다. 또 만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