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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유로 헤어진 뒤..

ㅋ.. |2006.12.01 01:31
조회 580 |추천 0

작년 여름 만났던 남자가 있습니다..

나와 두살 차이,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고 처음엔 그 사람이 제게 적극적이었죠

삼개월여 만났는데 결혼얘기 나올정도로 많이 맘을 나눴네요

 

우리집 형편이 매우 어렵습니다

아버지가 10여년 넘게 아프셔서 생활은 어머니가 거의 하셨고.. 가게 운영하다 빚만 늘어서

청산하고 식당 나가신지 5년째네요

 

언니가 서른하나인데, 졸업이후로 집에 돈갖다 주느라 여전히 제대로 모은돈도 없네요

저 역시도 직장생활 40개월째인데.. 한번 입원하시면 보통 한달씩 가고.. 일년에 두세번씩은

입원하시다시피하셔서.. 빚갚고 돈모으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에 그사람을 만난 거였거든요

내 평생에 결혼은 없을거라 생각하던 저였는데, 그사람과는 하고싶어지더군요..

저희집 힘든거 다 알고, 밤낮없이 일만 하고 제대로 여자답게 꾸밀줄도 모르는 절, 오히려

그런 점들을 더 좋게 봐주더군요

 

그사람은 무척 잘사는 집 외아들이었어요.. 30년중에 15년여를 미국에서 학교 다니고

한국 와서 군대 다녀오고 직장생활 한지 3년쯤 되던 터였죠

오빠가 타고다니는 차만 해도 저희 집보다 비싸네요.. ㅋ 그정도로 차이가 집니다

 

부모님께 인사 하자고 해서 첨에 얼마나 겁났는지 모릅니다.. 그쪽 부모님을 먼저 뵜어요, 저혼자

저희집에다는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더군요.. 저와 언니가 없으면 실질적으로 부모님은 경제력이

없다고 봐야 해서.. 이런 형편에 시집간다고 하기가 어려워서 말 꺼내는걸 미뤘죠..

그리고 우리집 없다고 그쪽에서 싫다하면 우리 부모님 상처받으실것 같아서도 말 못했구요..

만나뵙고 말씀드려야겠다 했죠

 

그쪽 부모님 첨 뵙고 그랬어요, 우리집 많이 어려워서 아무것도 못해간다고

그리고 오빠 부모님 덕도 보고싶지 않다고.. 그치만 암만 옥탑방에서 셋방으로 시작해도 오빠 믿으니까 괜찮다고.. 우리 둘이 자리잡고 잘 살겠다고.. 말하기 정말 어려웠는데 그쪽 부모님도 엄청 잘해주시더군요..

 

소위 있는집 아들인데도 그렇게 생활력 강하고 털털하더니.. 가정환경 덕인것 같더군요

생일때, 크리스마스때 오빠 출장가고 없을때.. 거의 매일같이 전화주시고 선물 바리바리 사주시고

주말마다 댁에 오기만 학수고대하시다가 제가 가면 맛있는거 사주러 다니시는게 기쁨이고..

분에 넘치게 사랑 받았죠

 

그쪽 부모님 뵙고 너무 잘해주셔서 저희집에다도 말씀드렸죠

엄마, 아빠 그쪽 아버님 성함만 듣고도 좋아하셨지만.. 내심 많이 착찹하셨나보더군요

속없이 오빠 어머님이 선물 사주신걸 들고 자랑을 하니, 엄마는 내 딸은 정말 잘해서 시집보내고 싶었는데.. 하며 속상해하고, 아빠도.. 술드시고 제게 전화하셔선 울먹울먹 하시더군요..

나이 찬 언니가 있고, 언니도 형편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처진데도 워낙 오빠집이.. 여건이 좋아서인지 놓치지말고 먼저 가라고 하더군요..

 

그쪽 부모님댁에 놀러가고, 사랑받고 좋기만 했죠, 처음엔.. 정말 딸같이 잘 대해주셨고..

근데 그사람이랑 결혼을 하면 미국으로 가서 살아야했거든요, 이민 인터뷰신청을 해놓은 상태라서..

그것때문에 처음엔 청혼을 거절했는데.. 이 사람과는 같이 극복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제 인터뷰 날짜가 나오나,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맘이 많이 조급했어요

급행료까지 (속칭) 냈다고 하시길래.. 아빠도 그것땜에 많이 고민하시더라구요.. 머나먼 타국에서..

그래도 저 사실 가고 싶었어요.. 사실 그냥 집에서도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그때 많이 지쳤어서..

근데, 아빠가 또 쓰러지시더군요..

수술도 여러번 했고 폐도 한쪽의 1/3밖에 안남은 상태라.. 의사가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른다고..

그제서야 제 현실이 보이더군요..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르는 아빠..를 두고 외국나가서 살면.. 자주 들어와보지도 못할텐데..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이대로 나 편하자고 시집가버리면 우리 부모님 생계는

어떻하나.. 지금은 내가 벌어서 주지만 미국가서 살림하고 살면 집에 생활비 보내는게 쉽지 않을텐데..

뭐 그런저런 생각들..

그리고 엄마도.. 물론 갑자기 불안하셔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엄마 식당이라도 하나 차려주고 가면

안되겠냐고.. 오빠에게 정말 죄스런 말이지만(하진 않았죠) 그쪽집 잘산다면서 부탁해보라고..

물론 우리 엄마 속물 아닙니다.. 그치만 힘겨운 삶이 엄마를 그런 소릴, 홧김에나마 하게 했겠죠..

 

가진것도 없이 맨몸으로 시집가는것도 미안한데.. 어떻게 남편 번 돈을 이삼십만원도 아니고..

집에 계속 보낼수 있겠습니까.. 저 스스로도 미안하고, 자격지심 갖을거 같고(미국가서 제가 할 수 있는게 사실 있을지, 회의적이거든요) 그렇다고 정말 우리집 가게라도 하나 차려주십사고 말한다는

것도 말도 안되고.. 이대로 시집가면 정말 많이 힘들것 같더군요..

그리고 언니는, 그런 부모님 제 몫까지 뒤치닥거리하느라 얼마나 또 늦어지고 지칠지..

이제껏 장녀라는 이유로 그래와서 늘 미안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고 헤어지자고 했죠..

그냥, 우리 가족이.. 아니 우리 가족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이대로 시집가도 힘들것같아서..

그게 벌써 9개월여 전이네요..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습니다만..

어찌어찌 시간은 가고.. 이젠 잊었다.. 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근데 그사람이 어제 연락을 하더군요..

출장때문에 외국에 몇개월 나가있었거든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 헤어지자고 한 저라서, 그사람이 끝날때 냉정해졌었거든요..

마지막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연락을 하길래,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간단한 얘기 끝에.. 술한잔 하자고.. 친구처럼.. 하더군요..

 

지금은 담담하지만.. 막상 만나고 나면 내 감정이 또 힘들어지지 않을지.. 싶어서 싫다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심란하네요..

 

다시 만나보고는 싶습니다.. 아니 만나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결혼도 물론이구요

그렇지만 그사람과 헤어지고나서.. 점점 더 제 어깨는 무거워졌거든요..

언니도 내년에 시집간다고 해서.. 그러라고.. 집은 이제 신경쓰지말라고.. 내가 부모님 챙기겠다고..

정말, 점점 더 결혼하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만나서.. 또다시 제 형편으로는 어려운 그 유혹에 빠지면 어떻하나.. 싶어서..

 

마음이 말이 아니네요..

어제 정말 오랫만에, 울었습니다.. 이것저것 답답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만나보고 싶습니다만.. 만나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어서.. 만나지말자 해놓고..

괜히, 가슴만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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