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여대생입니다. 곧 스물한살이네요.
대학 1학년 시절은 그래도 기숙사에 붙어서 저렴(?)하게 잘 지냈는데, 2학년때는 기숙사가 안 되다보니(저희학교 기숙사는 약 70퍼센트를 1학년 신입생을 받구요 2학년은 13퍼센트 정도..부산외 거주자중에 성적순으로 자르는데..여자의 경우 4.2가 넘어야 가.능.성이 생긴다더군요..붙는다도 아니고 가능성-_-)자취를 알아볼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주 논 건 아니지만..그래도 4.2는 좀 무리라는게 눈에 보여서요.
그런데 이놈의 동네, 무슨 집값이 이렇게 비싼지.. 자취방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네요. 원래는 경주에 살다가 온 지라 대도시인 부산이 경주보단 당연히 비싸죠. 그런데 저희 학교, 제가 다니는 캠퍼스가 있는 이 곳은 부산 중에서도 유독 집값이 비싼 축이랍니다. 적어도 다른 대학가에 비해선 방값이 비싸요.
자세한 가격을 나열해도 되나 걱정이지만...경주의 저희 가족들이 사는 18~20평 정도의 작은 빌라가 전세 2천입니다. 월세 없이요. 그런데 이노무 동네, 금을 발라놨는지 -_- 그냥 1인용 침대 하나 들이고 책상 하나 들이면 사람 하나 누울 공간이 남을까 말까한 조그만 원룸이 1000에 10만원, 전세 1800, 500에 20씩 부릅니다. 주로 500에 20을 부르더군요.
조금 방범시설 잘 되었거나 화장실 시설이 조금 깨끗하다거나, 방이 조금 크다거나 하면 어김없이 1000에 15, 20만원씩 가더군요 -ㅅ- 환산하면 전세 2천보다 절대 별루 싸지 않습니다. 첨엔 놀래서 이거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도 들고, 기가 딱 막히기도 하고.. 대도시라 비쌀것은 예상했어도.. 능력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하니까 참 무섭더군요.
전세는 집에서 어떻게든 마련해 걸어주셔도, 월 20만원씩 내려면 적어도 10만원 정돈 제가 마련해야 합니다. 집에서도 형편이란게 있으시니.. 어쩔수가 없는거죠. 기숙사 살 때도 등록금과 기숙사비는 집에서 내주셔도 생활비는 제가 벌었습니다. 본인이 벌어 학업을 마치시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그래도 나이 스물에 방학 두 달 벌어 한 학기 먹고 살려니..특히나 경주는 시급이 약해 2500원 정도밖에 받지 못합니다. 방학내내 열심히 일자리 구하고, 취직하자마자 휴일 하루 없이 하루 8시간 일하고, 저녁엔 학원 다니고..그렇게 학교 다녔는데.. 내년엔 그마저도 모자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기숙사비 정도로 집에서 80만원 주시면.. 딱 방 월세 정도밖에 안 나오는데..자취하면 당연히 기숙사에 있는것보다 돈이 훨씬 더 듭니다. 기숙사비는 80만원에 아침 저녁을 주니까요. 삼시세끼 다 챙겨먹을 돈에 공공요금(수도세 전기세 가스요금 난방비 등..)내고, 하려면 한달에 백만원은 넘게 버는곳에서 두달 가까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일자리라도 미리 구해놨다면, 까짓 방학 두달 죽어보자 하겠는데 부산에서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경주에 있는 일자리를 미리 구할수 있을리 없고, 어쩌다 방학동안 아르바이트 못 구하게 되면.. 그땐 정말 어쩌나 싶고..
사실 방학 두 달동안만 할 수 있는 알바가 잘 없거든요. 지난 방학때도 있는 경력 없는 경력 총동원해서 간신히 사장님이 2달이라도 써주신건데.. 특히 스무살. 어리다고 더 잘 안써줍니다. 여자라고 또 밀리고.. 아빠가 그 와중에 또 밤엔 집에 꼭 들어와야 해서 시급도 세고, 일할 사람도 부족해 비교적 채용이 쉬운 식당이나 호프집 홀서빙은 못 갑니다. 사실 아무리 대학생들 술 마시는 데라지만 술집 홀서빙은 무섭기도 하구요. 술 취한 사람들..무섭잖아요. 제가 술을 잘 못마셔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ㅅ- (주량 소주 2잔-_-)
피시방, 편의점, 식당 홀서빙, 경리직, 등..쪽으로 구하다보니 시급은 더 떨어지고 일자리는 더 부족하고. 취직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오늘 하루 추운데 조금이라도 싼 방, 그래도 그냥저냥 살만하면서 싸고 괜찮은 방 얻겠다고 길도 모르는 대학가를 헤집다보니 절로 서러웠습니다. 기숙사에 사니 캠퍼스를 벗어날일도 잘 없고, 그래서 길은 모르겠는데.. 빌라 가득 메운 주택가 거미줄같은 길을 헤메니 춥긴 춥고 바람은 불고.. 이집이나 저집이나 비슷하고 비싸긴 마찬가지고-_-; 나중엔 삐까삐까하니 헷갈리기도 하고..
그래도 친구랑 선배 커플(친구와 선배가 둘이 커플인거)이 같이 있어서 안 울었던 거 같네요. 원래 혼자 돌아보려고 한 거였거든요. 딱 맘잡고 한 열 집 가까이 구경할건데 마땅히 누굴 데려가기도 미안하고, 다들 약속도 있고 수업끝남 없어지고..대학 사람들의 관계는 어릴적의 친구들과의 끈끈한..서로 웬만큼 신세져도 밥 한끼와 수다에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게 덜하더라구요. 근데 친구가 수업도 째더니 해 다 떨어질때 숙제물 가지러 와서는 선뜻 따라다녀줘서, 그래도 다행이었어요. ;ㅁ;
고마운 마음에 밥이라도 살랬는데, 친구는 또 방세 걱정하는 제게 밥 얻어먹기가 미안했는지 서면가서 먹을거라고 안 먹는다고 하고.. 저는 또 몇 번 잡아보다보니 둘이 데이트 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잡는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더 못잡고.. 그러다 그냥 삼각김밥만 몇 개 사쥐어 보내줬네요. 학교에서 매일 보니 시험공부하다 뭐라도 사줘야겠죠.
여튼, 추운날 그리 서러워보니 여자들이 왜 나이를 먹을수록 조건을 찾는지 이해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부양식구 하나 없이 혼자 살아보겠다고 그러는데도 그리 서러운데..추운데 가난때문에 어린 내 새끼 손잡고 그 거리 헤메이다보면.. 참 더 서럽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문득, 대학 원서를 쓸때(수시 2학기 시즌이었었죠..)나보고 시집오라고 했던 남자도 기억나고. 5살때부터 친구였었는데..그 애가 나를 참 많이 좋아해줬어요. 저 참 별 것도 없는 사람인데, 어릴때 엄마가 돌아가신 녀석에게는 엄마처럼 누나처럼 편한 제가 좋았나봐요.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되서..저는 짜다리 여자로써 그리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나이에비해 나이들어보이는 인상이기두 하구요. 지금도 조금 정장 치마 입고 이러면 이십대 후반, 회사원으로 봐요. 고등학교때부터 그랬죠-_-; 또래에 비해 애늙은이 같은 소리도 많이 하구요.
걔도 어릴적엔 같이 어려운 시절 보내다가..아버지가 어렵던 사업 성공하셔서..지금은 좀 잘 살죠. 작가지망생인 저에게..국문학 전공, 시켜준다고.. 아저씨 며느리 하자고 하시던 아저씨도 생각나고, 나 좋다고 참 많이 잘해주고 아껴주던 친구 녀석도 생각나구요. 지금은 미국 유학갔죠. 제가 결국은 거절했거든요 -_-; 스무살만의 패기랄까요. 팔려가긴 싫었거든요. 비록집에서 굶어죽기 딱 좋다고 반대해서 국문과 못 갔어도, 그래서 작가의 꿈이 한 걸음 멀어졌어도.. 팔려가긴 싫었어요.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그래도 십 년 넘게 나만 봐주고 나만 좋아해주고, 울면 달래주고 안아주고 재워주던 그 친구녀석을 그런 하찮은 것에 이용할수는 없었다는 거기도 했죠.
차라리 한 서른쯤 먹은 아저씨가 대학도 보내주고, 엄마 아빠 고생도 안하시게 생활비도 드리고, 내 동생도 대학 다 시켜준다고..너 하고싶은 거 다 해준다고 꼬드겼으면 고민이나 진지하게 해 봤을지도 모르곘으나(그래도 시집가진 않았을듯....가따나 늙어보이는데 나이 스물에 진짜 아줌마가 되라니..우우 거기다 아직은 어려선가...좀 고생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하고 아기낳고 살고 싶어서..)멀쩡한데다 공부도 잘하고, 그냥 나보다 부족한 거 하나 없는 그 사람이 여태 나를 그렇게 아껴주다가 그런말을 하니..뚜렷한 확신도 없이 거기에 기대는 건 죄 같아서.. 이용하는 것 같고.. (워낙 주변사람들이 그렇게 악담을 해선지도..;;)
그런데 추운 거리를 헤메다보니..어쩌면 이렇게 십 년쯤 고생하다보면 나도 드라마의 여자주인공처럼, 친구도 뭣도 없이 그 앨 이용할 생각이나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지금은 그냥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것 같다지만..언젠가 내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겁이 나네요.
아직도 어린건지 모르겠으나.. 그냥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아서요. 내가 노력해서 돈 20만원, 조금 덜 자고 조금 덜 쓰면 벌어지겠죠. 그런데 거기에 우정도, 사랑도 다 팔아넘기게 내가 변해버릴까봐..참 무섭네요. 아직 덜 큰(?) 액면가만 높은 아가-_-의 넋두립니다.
흑...부산시 하단동 D모대학 근처에 방 가지신분...싸게 임대좀..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