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남보다 더 몰랐던 내 아이

보 스 |2006.12.13 12:44
조회 1,078 |추천 0
남보다 더 몰랐던 내아이 / 보 스

 

몇년 전. 지금 군복무중인 큰 아들이 사춘기를 맞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 할 때가 있었습니다. 착하던 아이였는데 아무리 마음을 열고 아들과 대화를 나누려 해도 마음 문을 꼭 닫고 있었기에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라 아빠 혼자서 일방적으로 훈계하는 방식의 악순환만 계속될 뿐 별효과가 없었습니다. 애원하듯 하소연도 해보고 종아리가 터지도록 때려 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시 또 그 자리였습니다. 기독교에서 세족식이라고 불리우는 특별한 행사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당하기 몇칠 전.. 제자들앞에 무릎을 꾾고 앉아 손수 제자의 발을 씻어 준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고심 끝에 나는 우리 가족을 대상으로 세족식을 시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세족식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며칠간의 준비 기간을 두고 아빠,엄마는 아들들에게 아들들은 아빠,엄마에게 보내는 진솔한 편지를 쓰도록했습니다.

 

세족식 날 밤 촛불 하나씩 밝혀 들고 나는 아들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나는 그누구보다 내 아들을 잘안다고 생각했는데... 편지 속에는 내아들이 그동안 당해야 했던 고통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체격도 크고 생일이 1월 달인지라 일곱 살에 초등학교를 보낸 것이 문제였습니다. 중2 때 친구들보다 한살 어리다는 것을 문제삼아 나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었습니다. 더구나 유치원 때부터 단짝 친구였던 아이가 앞장서서 아이들에게 고자질한게 계기가 된 것이였습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때 당해야 했던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모멸감, 자괴감이 여과없이 편지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자존심이 무척 강했던 아이라 힘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배우려했는데 공부하라며 아빠가 체육관에 보내 주지않아 아이들에게 맞게 됬었다는 원망섞인 말... 팔이 부러졌다가 다시 붙으면 통뼈가 돼 팔 힘이 세진다는 근거없는 속설을 어디서 듣고 제 팔을 스스로 부러뜨리려고 아령으로 제 팔뚝을 내리치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말... 지옥같은 왕따에서 벗어나려고 소위 학교 짱이라는 아이에게 도전했다가 일주일 동안을 실컷 얻어 맞으면서도 끝까지 덤비니까 그아이들도 질렸던지 결국에는 사과를 하더랍니다. 그일을 계기로 왕따에서 벗어나게 됬다는 말이 담담하게 그편지에 담겨있었습니다.

 

내 아들에 대해선 누구보다 내가 잘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였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할말을 잊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었고... 내 눈에는 아들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들을 의자에 앉힌 후 아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들의 발을 정갈하게 씻겨주면서 아빠가 아들의 아픈 마음을 살펴 주지못한데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말을 했습니다. 아들도 내 발을 정성껏 씻어 주면서 그동안 착한 아들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단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아들과 나는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서로에게 의논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더 이상은 내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 그때 맺은 약속을 아들과 나는 지금까지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세족식이란 단순한 발 씻김의 의식이 아니라

우리 몸의 가장 밑에 있는 발을 씻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상징성을 갖고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섬기려는 마음보다

섬김을 받는데 더 익숙해져 버린 오늘 날

님들도 한번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남편이 아내 발을...

아내가 남편 발을...

자녀가 부모의 발을...

부모가 자녀의 발을...

정갈하게 씻어주면서

 

가슴에만 담아두고 미처 하지 못했던

속얘기를 꺼내어 나눠보심이 어떠실지요?

 

한해를 마무리 해야 할 이시간...

스스로 자신을 높이려 하면 낮아지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타인으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높임과 존경을 받을 수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Dorogi - Djelem(푸른안개OST 신우의 테마)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