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 건.. 앞서 말씀드린 얘기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편한테는 하지 못하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남편에게 이 얘기를 했다가 형님이랑 의 상하면, 아주버님은 당연히 형님 편 들거고.. 괜히 형제간에 의 상하게 해서.. 결국 여자 하나 잘못 들어와서 집안 풍비박산 나는 꼴 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요.
여러분들 말씀대로, 남편과 시부모님은 형님이 제게 자격지심 같은 걸 갖고 있다고 생각들 하십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아닌데 말이죠. 저희 형님, 당신 미모면 더 좋은 집안, 더 돈 많은 집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제 시부모님.. 결혼 전부터..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넉넉한 네가 참아야 한다.. 손 아래 사람은 웃 사람 말씀 잘 들어야 한다.. 형님 말씀에 이래저래 토 달면 절대 안 된다. 집안이 편하려면, 아래 사람이 참아야 한다..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저희 친정부모님께도 결혼식 당일까지.. 친형제간에도 차이가 너무 지면 의 상하는 법인데, 들여온 사람은 더 심한 법이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이니, 혹여라도 나 잘났네 큰소리치고 살 생각일랑 일찌감치 접으라고. 여자 아무리 많이 배우고, 아무리 잘 나봐야.. 한 집안에 시집 가면 똑같은 며느리라고. 한치도 다를 것 없다고.. 명심하라고.. 귀에 못 박히게 들었습니다.
그게 제 아이러니죠. 시댁에서든 친정에서든 무조건 저보고만 참으라고 하십니다. 또 제 성격도 누구한테 싫은 소리 절대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냥 혼자 꿍하니 참고 말죠.
솔직히 저는 시부모님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정말 잘해드리고 싶구요. 착한 여자,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저희 시부모님.. 요즘 같은 세상에 상식이 통하는, 참 시댁 잘 만났다 싶게, 경우 바르신 분들입니다. 물론 생각 트여 있는 것 같은 저희 어머님도 한번씩 전형적인 시어머님스러운 말씀으로 속상하게 하시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전 시집살이 없는 편입니다. 사실 우리 부모님네 다 똑같잖아요. 당신들은 다 헤진 속옷 입고도, 자식들 하나라도 더 퍼주지 못해서 안달이시고.. 어떻게든 자식 여워주려고 평생을 허리띠 졸라매고 아끼며 사신 분들.. 아들만 둘 키우면서 딸 키우는 아기자기한 맛 못 느껴 봤을 우리 어머님께 정말 잘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집은 딸만 셋입니다. 왜, 아들 낳으면 제주도 여행 가면, 딸 낳으면 해외 여행 간다..는 말처럼.. 저희 집 딸 셋은 친정을 끔찍하게 챙깁니다. 언니, 저, 동생 딸 셋이 돌아가며 엄마 화장대 점검하고, 설*수, 후, 같은 한방 화장품 종류별로 행여라도 엄마 화장품 떨어질까.. 수시로 채워 드립니다. 그리고 1-2년에 한벌씩 정장도 해드리구요. 저, 어머님께도 똑같이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인데, 그래도 다녀 올 때마다 어머님 화장품 한 두개 잊지 않고 챙겼었습니다. 옷은 아직 해드리진 못했지만, 대출금 다 갚고 나면, 애 낳기 전에, 꼭 한벌 해드리려고 맘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머님한테 뭐 하나 사다드릴 때면.. 옆에서 꼭 형님이 한 마디씩 하십니다. ‘아유, 동서는 능력 있어서 좋겠어~ 이건 뭐야? 왜 이걸로 샀어어~? 왜, 이게 좋대?’ 언젠가부터 어머님꺼 안 사게 되더라고요. 사와서 나 능력 좋아 사왔노라.. 당당히 드리기도 뭐하고.. 형님 눈치 봐 가며 몰래 드리는 것도 우습고.. 어머님 크림 사왔다가.. 한 몇 달 못 전해드린 뒤로.. 그냥 안 사게 됐습니다.
결혼하고 한 동안은 시댁에 가면 꼭 자고 왔었습니다. 형님은 시댁에서 한 번도 주무신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시댁에서 지척에 사셔서, 굳이 주무시고 가실 필요를 못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저희 친정에서는 같은 서울이라도 저희가 가면 의례히 자고 가는 걸로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시댁에서 당연하게 잤던건데.. 형님이 별로 안 좋아하시더군요. 뭐.. 대놓고 싫다라고 말씀은 안 하시지만.. ‘동서, 자고 가려면 힘들지 않아? 뭐하러 힘들게 그래? 어머님한테 잘 보이려고? 안 그래도 동서 이뻐하셔. 그냥 편하게 해~!’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전화통화할 때만 말이죠.
사실.. 제가 시댁에서 잔다고 해도 그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 어머님 아침상 차려드리기는 커녕, 어머님이 밥상 다 차려놓고.. ‘이것들아.. 일어나서 밥 먹어라’하고 장난삼아 깨우시는 게 눈치보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시댁 가서 저녁 먹고, 차 마시고, 과일 먹고.. 일어나서 집에 오게 되더군요.
결혼하고 맞는 어머님 두 번째 생신때였습니다. 마침 업무가 많지 않아서, 월차를 내고 일찌감치 형님네 놀러갔었습니다. 형님이 혼자서 한 번 놀러오라고 결혼하면서부터 말씀하셨는데.. 여의치 않아 처음 간 거였죠.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놀다가 4시 조금 넘었는데, 형님이 ‘동서, 동서가 월차 내고 온다니가.. 어머님이 우리가 상 차려드리는 걸로 아셨나 봐. 어떻게 하지? 동서 상 차리기 귀찮지? 솔직히 싫잖아. 우리 그냥 나가서 먹을까?’ 하고 물으시더군요. 사실, 첫 생신 때 외식을 해서 저는 당연히 외식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저는 부엌일을 잘 못해서, 막상 상을 차린다 해도.. 형님이 주가 되서 하시고, 저는 왔다갔다 심부름만 했겠지만.. 그래도 한번은 상을 차려드리는 게 도리겠다 싶어서.. ‘형님, 전 상 차려도 괜찮아요. 사실 다음에 월차 낼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차려드리면 좋지요.’하고 말씀드리자, 그 다음 형님 말이 어처구니가 없네요. 이 얘기는 남편한테는 절대로 하지 못하는 말입니다.
“동서, 사실 어머님은 동서랑 내가 친해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셔. 어머님은 한 손에는 동서 올려놓고, 다른 한 손에는 나 올려놓고, 누가누가 더 잘하나 저울질 하고 계시거든. 솔직히 동서, 어머님이 동서한테 내가 잘한 것 밖에 말씀 안 하시지? 나한테도 동서 잘하는 것만 말씀하셔. 서로 경쟁시키느라 그래. 그러니까 동서, 우리 어머님한테 너무 잘하려고.. 서로 너무 노력하지 말자.”
저 형님 저 말 들으면서.. 저희 시부모님 정말 불쌍했습니다. 저 결혼 예물 때문에 친정 엄마한테 투정부렸을 때 친정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너 참 못 났다.. 큰 자식, 작은 자식, 잘난 자식, 못난 자식.. 부모에게 다 똑같은 부모 마음 왜 모르느냐고.. 차이 안지게 하느라고 네 시어머님 얼마나 허리가 휘시겠냐고. 괜히 엄마가 사위 챙긴다고 하다가 네 어머님만 힘들게 해서 어쩔 땐 송구스럽기까지 하다고. (저희 집에선 큰 사위만 해주고 작은 사위는 안 해줄 수가 없어서, 사실 시어머니가 해주지 말라는 데도 이것저것 챙겨서 해준 거였죠.) 그런 어머님 맘을 형님이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니.. 형님은 어머님이 그렇게 이것 저것 챙겨주시는데.. 어떻게 저리 말씀하실 수 있는지.. 왜 나는 어머님한테 뭐 하나를 받으면 그게 너무 감사해서, 뭐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은데, 형님은 어쩌면 저렇게 어머님한테 뭐 받는 게 당연한지.. 그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속으로 우리 형님을 너무너무 미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맨날 돈 없다 돈 없다 타령을 하며 시댁에서 이것 저것 집어가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셔츠를 하나 사다드린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시댁에 가보니 형님이 입고 오셨더군요. 그날 어머님이 전화해서.. ‘네 형님이 하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해서 내가 하나 줬다. 너 내가 그거 네 형님 줬다고 이제 옷 안 사드린다고 하면 안 된다’ 하시더군요.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어머님 말씀 듣고 보니 안 사다드리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밖에도 은근슬쩍 제 탓이 되는 게 많습니다. 우리 형님은 절대로 저한테 안부전화 안 하십니다. ‘아유, 동서 일하느라 바쁜데, 혹시 잘못 전화했다가 동서한테 방해될까봐 전화를 못하겠어~’ 이게 형님이 제게 전화 안 하는, 아니 못하는 이유이십니다. 저도 별로 전화 안 드리지만, 한번씩 어머님께 불호령 듣고 나서 형님께 안부전화드리면.. 형님의 첫마디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아유~ 바쁜 동서가 왠 일로 전화를 다 했어? 요즘은 별로 안 바쁜가 봐?’
솔직히 저희 친정.. 식구들끼리 잘 놀러다닙니다. 그냥 당일치기로 어디 맛있는 거 먹으러도 잘 가고.. 몇 달에 한 번씩 1박 2일로 놀러도 잘 다니고.. 언니네도 놀러 가서 자고 온 적 많고, 엄마네도 놀라가면 기본으로 자고 오고.. 우리 남편 그게 불만이더라고요. 그래서 시댁에 몇 번 놀러가자 말씀드렸었습니다. 어머님은 ‘형님이랑 먼저 상의해라’, 형님은 아주버님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가고.. 한 번 친정 가서 자고 오는 걸로 남편하고 대판 하고 나서.. 제가 우기고 우겨서 이번 추석 때 3박 4일로 다 같이 놀러갔습니다. 3일째 되던 밤.. 시댁 식구들 다 같이 술 마시는데, 형님이 한 마디 하시더군요. ‘아유~ 놀기 좋아하는 동서 맞춰서 같이 놀아주느라고, 체력 약한 나는 너무 힘들어~!’
돌아와서 남편하고 대판 하고, 선언했습니다. 나 이제 두 번 다시 시댁 식구들하고 어디 놀러가잔 소리 안 할 거라고.
그 외에도 많아요. 양수리 남편하고 둘이 놀러갔다 너무 좋아서.. 친정 언니한테 너무 좋다고 담에 다 같이 놀러오자.. 전화했다가.. 남편 눈치 보여서.. 형님한테도 똑같이 전화했는데.. 형님 한 마디.. ‘동서, 그런 건.. 미리 미리 상의해서!’ 아니.. 제가 그 다음 날 바로 오자고를 했습니까.. 그 다음 주에 가자고를 했습니까..
시댁 식구들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는 언니 동생처럼 잘 지내자.. 챙겨 주는 척, 위해주는 척.. 하는 말도 듣기 싫고.. 전화 통화할 때마다 나오는 군기반장 같은 말도 싫고.. 그렇다고.. 확 들이받는 심정으로.. 형님한테 할 말, 못할 말, 속에 있는 말 다 퍼붓고 싶어도.. 늘 그러지 못하고.. 확 속이 뒤집하는 말 들어도.. 그때 그때 속 시원하게 되받아치지 못하고.. 늘 집에 와서.. 혼자 곱씹으며 끙끙 앓는 내 우유부단함도 싫고..
어떻게든 형님 이해해보려.. 그래.. 형님은 벌써 결혼하닞 8년차이신데.. 갓 결혼한 내가.. (지금은 결혼한지 얼마 안 된 내가) 의욕에 넘쳐 시댁에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괜히 피곤하실 거야.. 라고 생각하며, 어머님 아버님한테 뭐 하나 해드리고 싶어도 눈치만 보고..
어디 놀러가고 싶어도, 식구들이랑 뭐 하나 같이 해보고 형님하고 상의만 드리고.. 결국 내 뜻대로 하나도 되지 않는 이 집안도 싫고..
이것 저것 다 꼴보기 싫으니.. 다 끊어버리고 남편하고만 살자.. 생각하다가도.. 시부모님 생각하면.. 괜히 안쓰럽고.. 짠하고.. 내가 나쁜 년 같고..
남편하고 시댁 문제로 말다툼 하면.. 위에 적어 놓은 얘기는 못하고.. 피상적인 얘기만 하다가.. 결국 나만 형님한테 과민반응하는 정신병자 같이 되는 것 같아서 싫고..
어떻게 해야.. 내가 현명한 며느리, 또 동서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