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게 2002년이냐 2003년이냐
어쨌든 제가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겨울쯤에 알바를 했으니
아마 이 맘때쯤 이었을 것입니다
편의점 알바를 해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알바를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됩니다
들어오자마자
마치 술집인냥 술을 꺼내들고
계산도 하기 전에 벌컥벌컥 마시는 할아버지
뭐 그슥한 물건 사긴 사야 되는데
들기만 들고 부끄러워 가져오지 못하는 커플
등등등
여기서 각설하고
어쨌든 02~03년 사이의 어느 날
그 날도 한창 열쒸미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은 삼각김밥이 8시까지 안팔릴 수 있도록 기도도 하고
(삼각김밥 유통기한이 8시까지라 그 이후엔 알바생의 몫임)
뭐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한 손님이 들어오셨는데...
(당시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RAISON 이라는 담배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무렵입니다.)
그 손님이 제게 당당히 말했습니다.
"저기 '라이손' 주세요."
처음엔 잘 못들어서
"손님 다시 한 번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라고 했더니 그 손님이
"아~라이손 주세요."
전 담배는 생각지도 못하고
"그런 물건 없습니다."
라고 했는데, 손님이 껄껄 웃으면서
"아~~처음이라 잘 모르나보네. 저기 이번에
새로 나온 담배 중에 이름이 라이손 이라고 있거든요.
마침 저기 있네. 저 냉장고에 든 담배가 라이손이에요.
알바하시면서 담배 이름도 못 외우시나?"
라고 말하는 거 였습니다.
'레종'을 '라이손'이라고 말해놓고
너무 저를 비웃으시길래
"아 손님 레종 말씀이시군요.
전 라이손이라고 하시길래
무슨 새로 나온 고무장갑인가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 레종 있습니다."
하면서 드렸더니
그 손님이 얼굴이 빨개져서 나갔습니다.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절 너무 크게 비웃으셔서
그냥 죄송스런 마음은 가슴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손님이 친구분과 함께 다시 제가 일하던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또 담배를 사러 온 듯 했습니다.
그 분께서는 냉장고에 있던 담배를 하나 집어들더니
당신 친구분에게 말했습니다.
" 야 ! 니 이 담배 뭐라 읽는 줄 아나?"
그러자 친구 왈
"라이슨? 라이손? 라이손 아니가?"
그 분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이런 븅신 그것도 못 읽나 레종아이가 레종."
하면서 한껏 잘난체를 하시더니
"나는 그거 말고 다른 새로 나온 담배 펴 볼란다."
하시더니 저한테
"저기요. 새로나온 담배중에 레종말고
쎄종 있지요? 그걸로 하나 줘보이소."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RAISON' 과 함께 'SEASON' 이란 담배도 나왔습니다.
그건 그냥 '시즌' 이라고 영어 발음 그대로 읽으면 되는데...
그 걸 저한테 당당하게
"쎄종 주이소."
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전 그만 웃음을 겨우 참고 ^^;;
시즌을 꺼내 드렸습니다.
그 이후의 두 분의 대화가 더 걷잡을 수 없을 때까지 나아가셔서
결국 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함께 온 친구 왈
"친구야~ 근데 레종 뜻이 뭐꼬?"
그 분 왈
"빙시야~ 그것도 모르나 담배 아이가 담배.
으이그~ 진짜 니랑 댕기기 쪽팔려 죽겠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