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스물넷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이랍니다.
일 년 넘게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이런저런 연애경력이 화려? 했던 저..
정말로 이상형이다 싶은 사람을 만났죠.
처음으로 결혼해도 되겠다 싶은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글로 다 못 씁니다. 이 남자를 놓치고선 제 앞날을 생각할 수가 없죠.
너무 소중한 사람이고, 흔한 말다툼없이 저희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커플이랍니다.
결혼을 생각하기엔 어린 나이지만요, 그렇다고 그렇게 적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으로는 이미 제 배우자로 여기고 있구요.. 그건 남자친구도 마찬가지랍니다.
제 남자친구네 집 사정을 얘기할께요.
어머님이 지금 암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2차 전이까지 된 상태이시라 날이 갈수록 허약해져가시고 많이 안좋으십니다. 예후가 좋지 않을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래도 호전되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아버님은 배운것 없으시지만 산을 타는 심마니시구요, 이런저런 잡일을 하십니다.
여기서 느끼셨겠지만, 집이 당연히 어렵습니다. 어려운 정도가 지나쳐서, 여지껏 힘들게 사신 탓인지 아직도 지하 방 두 칸짜리 집이며 살림살이가 초췌합니다.
집안의 재정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결혼을 한다면 어느 부분 제가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친구가 또 3남중에 장남이죠..
그렇다고 똑똑해서 전문직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집안에 돈이 없어서 대학갈 생각은 못했고 지금은 어머님 병수발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공부도 1,2등 했다는데 안타깝습니다. 정말 돈이 아주 없으면 똑똑해도 대학은 못가더군요..
경제적으로 보면 최악의 조건이지만 이 사람을 믿고 있답니다.
성실한 사람입니다. 뭐,, 제 입에선 칭찬만 나오겠네요. 이래저래 믿음을 주고있고, 여느 서울대생 친구랑 비교를 해보아도 전혀 모자르지 않습니다. 사람만으론 말이죠..
곧잘 똑똑하고 인간관계도 잘하는 사람이니, 어느 작은 일을 시작하더라도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전 믿습니다.
당연히 문제는 저희 집입니다. 물론 저희집도 많이 어려운 가운데에 있지만..
저희 집 쪽에서 보면 제가 아까운 모양입니다. 대학도 안가고 재정상태에.. 이제 어머님까지 아프다고 하셔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으니, 제가 그 친구 집에라도 갔다왔다는 말을 흘리면 난리가 나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도서관 간다며 몰래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의 형편이 어떻든, 정말 사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 마음대로 결혼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나중일은 모르겠지만.. 저와 지금 그 남자친구의 마음은 확신에 차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아무리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저는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만큼은 고집을 부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 사람의 배필로서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의 가족들도 등한시 할 수가 없습니다. 책임이라기 보다는, 제 마음이 그렇게 동요가 됩니다.
어머님이 걱정되고 전화라도 한 번 더 넣고싶고.. 고민되고 ,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강구책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만약 제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해서 내 나이가 나중에 40 50이 되면, 그 때 어차피 연로하신 이 두분을 모실 사람은 내가 될텐데.. 그 때 모실거, 지금 어머님이 아프실 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만 나가는걸까요?
주위 사람들은 그럽니다. 그러다가 남자친구네 집에 발목잡히니까 자주 들락거리지 말라고..
그러다가 병수발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갑자기 결혼시키면 어쩔거냐고.. 당장 어머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집안에 여자가 없는데, 그럼 너 시집오란 소리가 안나오겠냐고..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어요.
저희 친엄마는 섭섭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또 병마와 매일매일을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머님에게 먼저 마음이 앞섭니다.
결혼하신 분들 어때요. 제가 너무 오바하는걸까요..
아니면 제 의지가 허락되는대로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걸까요..
마음 같아서는 그 집에 앉혀 살고싶습니다.
집안에 여자가 없으니 반찬이고 , 어머님 목욕이고 아마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니까요..
저보고 고생을 참 가지가지로 사서 한다고들 말하는데, 정말 그렇게 마음이 동요한답니다..
남자친구 어머님의 병수발.. 이게 어찌 나쁘게 말해본다면 임종간호가 될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또 저는 전공이 그쪽이기도 하구요..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적어보았습니다.
다들 저보고 미쳤다고하고, 제 편은 아무도 없어서요..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해요.. ^^
----------------------------------------------------------------------
의견이 많이 달려있네요. 감사합니다.
모두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죠.. 저도 제 친구가 같은 경우라면 무조건 말립니다.
상식적으로는 그렇지만 또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둔 제 입장은 그게 아니네요..
당장 병수발하려고 짐싸들고 가겠다는것 아닙니다.
다만, 제 마음 상태가 그정도라는 것 뿐입니다.
한 사람이 참 소중한데 제게 소중한 그 사람이 어느 이유에서건 마음이 괴롭고 몸이 지치고 있다면
그 부분을 저로썬 당연히 제 능력껏 돕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답글 중에서 다른 부분으로 도우라는 말씀이 계셨는데, 네.. 저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저역시 아직 저에게 시간투자를 많이해야만하는 학생이니까요.
다만, 이제 졸업반이니 제가 시간도 이전보다는 많이 여유가 있답니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서 어머니 말벗도 해드리고, 병상에서 티비보시면 옆에앉아 같이 드라마 보면서 빨랫거리도 갤 수도 있는거구요.. 설겆이꺼리도 도울 수 있죠..
그렇게 해서라도 두세시간이나마 남자친구가 부담감없이 자기 방에서 낮잠이라도 티비라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것 뿐입니다.
또한 저는 전공이 노인쪽입니다. 취업을 노인 요양원쪽이나 노인병원으로 갈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한 사람을 완전히 수발해본 경험은 전무하지만 나름대로 방법을 알고 마인드를 갖고 있답니다.
그래서 더더욱 어머님께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주 찾아뵙니다.
이런 글을 올린 이유는 병수발하러 들어 갈까요 말까요.. 를 묻는게 아닙니다. 그건 저도 지금 이 상황에서 합당하지 않음을 압니다.
다만, 저의 마음이 병수발을 하고 싶을 정도로 의지가 서있는 상태인데,
이대로 계속 왕래를 하면서 어느정도까지를 제가 해도 괜찮은지를 묻기 위함이었습니다..
벌써부터 완전히 며느리같은 인식으로 남기는 싫거든요.. 당장 결혼을 할수있는 상황도, 또한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상식 선에서, 이렇게 제가 가끔 찾아가서 지속적으로 왕래하는것이 여자친구로써의 도리인 것인지
아니면 제가 너무 오바하는 행동이라 자제할 필요가 있는건지.. 남자친구 어머님께서 또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지.. 저는 아직 어려서 많은 부분을 몰라, 혹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의 충고를 받고자 함입니다..
^^ 그리구.. 남자친구가 반대로 저희 엄마가 쓰러지면 간병 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그건 또한 남녀의 차이 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환자케어에 대해 공부하고 실습한 사람이고요. 남자친구는 그러지 못하니까요. 그친구가 할 수 있는 능력 한에서는 그 부분을 최대한 발휘해서 돕고 할 것입니다. 저희집에 남자가 없어서 제 남동생이랑 목욕을 같이 가주고, 힘쓰는 일을 맡아서 도와주기도 하곤 합니다. 이렇게 괜히 하나하나 변명을 하게 되네요.. ^^;;
어린 사람들이 사랑을 한다고해서,
꼭 그것이 모두가 다 어리고, 다 미숙하고 어리석고 쉽고 약하다는 생각은 편파적인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금 연애를 즐기고 있는 입장이 아니라,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과 장점과 단점과 주변상황을 알고
너무나도 사랑하며 같이 계획을 짜는 두사람일 뿐입니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하나하나 답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의식적으로라도 친엄마께 더더욱 잘해드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