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날씨를 보며 외국생활을 떠올리곤 한다.
일본에서 1년, 호주에서 1년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꼭 날씨를 뚫고 찾아온다.
비오는 날은 어김없이 도쿄가 떠오른다.
도쿄는 정말 비가 많이 온다.
일주일에 3일은 비가 왔던 거 같다.
첨에 그걸 모를 때 비만 보면 센티해지곤 했다.
1년 가까이 살면서 비오는 날이 맑은 날보다 더 평범한 날이란 것을 깨닫고 나서야
그 센티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 같이 선선하고 맑은 날엔 호주의 브리스번이 떠오른다.
하늘은 항상 파랗고, 바람은 늘 한결같고, 햇살도 늘 한결같았다.
그렇게 일년이 비슷하게 유지되는 곳이었다.
봄상품도 반팔, 여름상품도 반팔, 겨울상품도 반팔
그때서야 나는 계절이 날씨가 아니라 3-6, 6-9, 9-11 이런 식으로 그냥 개월수로 끊어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끔찍한 날씨의 기억은 호주의 타즈마니아주의 호바트..이다.
타즈마니아라면 내가 지구에서 내려가 본 가장 남쪽이었을 것이다.
겨울이 꽤 길었던...
그들은 하루에 10계절이 있다는 표현을 쓴다.
밤사이 폭풍우가 불다가도 거짓말처럼 아침이 되면 맑아지곤 했다.
그때 처음 바람소리 때문에 잠을 못잤던 적이 있었다.
그 공포스런 소리에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었다.
영국의 8월 날씨는 우리 나라의 9월 날씨와 비슷했고
스콧랜드의 8월은 우리 나라의 10월 날씨와 비슷했다.
사이판은 한 겨울에 가서 한 여름을 느끼고 올 수 있었고
중국은 매연으로 인해 본래 날씨를 느낄 수 없었고.....
이제 난 LA의 건조한 날씨를 느끼려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