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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타고 대전갔다온 사연

유박사 |2007.01.10 13:26
조회 1,239 |추천 0

20년전  가을..난 당시 안양 관악역앞 아파트에 살았다.


토요일 오후...대학 동창들을 서울 시청앞에서 만나서...
1차 소주집과 2차 맥주집을 오가며 밀린 얘기로 정담을 나누다가...
시간은 11시 30분경  수원행  지하철에 올랐다.

주말 늦은 시간에도 지하철에는 빈 좌석이 없어 중간쯤에 손잡이 붙들어 서 있었다.
취기 때문일가? 내 몸은 건들건들..흔들흔들...
갑자기 용산역을 지나 한강철교를 바라보다가 엄청 졸려 그대로 눈을 감았다.

필름이 끊어진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아차 싶어 눈을 떠보니...어처구니 없었다.
내가 탔던 지하철 내부 구조가 확 바뀌어 있었다.

내 앞에 길게 가로로 있어야할 좌석이... 세로 2인분 짜리로 변신.
꿈이려니 싶어서... 한동안 아무 말도 생각도 없었다.
몇차례 고개를 흔들어 보니 모든게 현실이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텐데...

가까이 승객에게 차량 행선지를 물어보니 어이없게도...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라는데...
벌써 조치원을 지나 대전을 앞두고 있었다.

새벽 3시쯤 대전역에 일단 내려서 시청<->관악역 지하철 승차권을 달랑 내밀었더니..
검표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머니에는 단돈 3000원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돌아갈 생각하니 앞이 아찔한데...
추가 요금을 낼 여력이 없었다.
검표원에게 간밤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읍소형으로 매달렸다.
나의 몰골을 뚫어지게 보던 검표원도 황당했던지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새벽의 대전역 대합실은 정말 을씨년스러웠다.
나무의자에 털석 주저앉아 나의 한심한 신세를 한탄해보았다.
돈이 모자라 공중전화 할 여유도 없었다.
이미 나에겐 취기같은건 없어진 지 오래다.

빨리 돌아가야지 싶어 ... 싼 비둘기호 열차를 알아보니..
1시간내로 있었다. 차표를 끊으려고 보니...
비둘기호조차 새벽엔 안양역에 정차하지 않는다고 한다.
난 하는 수 없이 3000원으로 서울 영등포역까지 올라왔다.

벌써 아침이다.
아직 영등포역에는 합승택시(일명 나라시 택시)가 줄을지어 있다.
난 아무생각없이 택시로 안양 관악까지 달렸다.
아파트에 들어가서 당황스러운 와이프에게 택시비 얻어다가
요금 지불하고...

난 집에 들어갔다.
와이프에게 아무말도 하기 싫었다.
나를 보더니 더이상 말도 걸기 싫어하는 눈치다.

난 거실에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있었다.
잠도 청하기가 싫었다.
간밤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내 나이 아직 30세도 안되었는데...
벌써 나에게 이런 황망한 사건이 닥치는 걸까?

내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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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를 바꿔탄 연유를 추리해 보니... **

기억은 없지만...아마도...
내가 지하철에서 내린건 수원역쯤에서..
사람들이 깨워서 내리지 않았을까?

아마도...
옆 플랫폼에 마침 정차해 있던...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올라타지 않았을까?
기억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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