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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시부모님처럼 살지 않을겁니다..

코알라 |2003.04.12 07:44
조회 1,815 |추천 0

32세의 늦은 나이로 부모 도움 없이 순전히 남편과 나 두사람만의 힘으로

작지만 아담한 집까지 마련해서 결혼한지 벌써 10개월 되었네요...

결혼 준비부터10개월 동안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지요...

더군다나 시댁과 한동네 살다보니...

지금은 처음보다는 덜하지만  (결코 살갑잖은 제성격탓에) 자주 안오고 전화도 없다고 나무라시더니..

점점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지....요근래엔 조용했던것 같아요...

대학커플로 만난 우린 일본에서 3년간 일했어요..우리의 앞날을 위해서였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1남 3녀의 장남인 남편은 장남으로서 짊어질 짐도 있었겠죠.

한국에서 였다면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한번도 해본적없던 식당일을 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용감했었다는 생각뿐이네요...ㅎㅎ

일본을 가겠다는 남편을 극구 반대하다가 결국 남편을 보낸후 8개월만에 저도 현해탄을 건넜습니다..

내가 도우면 더빨리 돌아올수 있을 것 같은 일념하나로.....

고생이라면 고생이었고, 새로운 경험이라면 경험이었겠지만...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남편의 경력에는 전혀 도움이 안될뿐더러, 오히려 오랜시간 머리를쉬어서

귀국한지 1년이 지났건만 취업이 되질 않고 있네요...IT업계 불황까지 겹쳐서...

요즘엔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취업용 프로젝트 준비로 매일 늦게 귀가해서 늦은밤까지 공부하다 잠든 모습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매일 12시간동안 구정물에 습진걸린 손담가 일하고, 크고 작은 꿰맨 상처로 얼룩진 손으로 모은돈....

그런 피같은 돈을 헛돈으로 안쓰려고 가져간 옷으로 3년을 버티고, 귀국하기전에야  겨우 제대로된 옷을 사입을 만큼 알뜰하게 모은 돈, 결혼자금도 최대한 아끼고 아끼어 얼마간 여유돈이 있긴하지만.....

만일의 경우..있어서는 안되겠지만...지금보다 더 나빠질 그때를 위해.....

그리고 뒤로 미뤄둔 우리 2세를 위해.... 없는셈.. 잊기로 합의했답니다.....

 

귀국하자마자 결혼하고,  남편이 취직을 할때까지만이라도 기본적인 생활비라도 벌기위해 7개월간 텔레마케터 일을 했었지요....귀국후 할수 있는 일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일밖에 없더군요..

직장다니는 동안..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잦은 싸움을 유발하고.....

일본에서 고생했던 보상심리때문인지 피해의식만 커져가고.....맘에도 없는 말로 서로 상처주고....

어느날인가 밤새 하얗게 지새운 새벽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작 행복해야할 우리의 결혼생활이 시작부터 흔들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좀더 멀리 보기로

의논한 끝에 직장 그만두고 지금은 그동안 소홀했던 살림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어요...다음달부터 시작하는 창업자를 위한 요리 교실을 시작으로 저 자신한테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지금 당장보다는 먼 미래를 위해 아기 낳기전에 천천히 배워둘수 있는건 모두 배워두려구요...

하지만...요즘에도 가끔씩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안과 초조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고....

하루에도 몇번씩 구인사이트를 들락날락...내가 이러고 있을 여윤 없는데...나가서 돈을 벌어야할텐데...

수입은 전혀 없고, 통장잔고가 점점 줄어들때마다 제살 깍아먹는듯한 아픔을 느낍니다....

제가 처음부터 돈에 환장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린 날부터 지금까지 시부모님 생신과 명절땐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선물이나 용돈을 챙겨드렸습니다.....

친정에서는 제법 손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써야할때는 아주 과감히 썼었던 저였습니다..

며느리도 자식이라는데 결혼후 처음으로 월급 탔을 때도 시부와 시모께 적은액수지만 봉투에 따로 따로 용돈넣어 드렸구요..

 

그러나....

댓가를 바라고 한건 아니었지만서두....

그 몇년동안 제생일 한번 물으신적 없으시다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며칠후 제 생일날엔 남편의 귀뜸으로 겨우알고...

케익하나사들고 오시더이다...(미역국도 없는)며느리 첫생일만큼은  챙겨주었다고 생색내시며.....

(전부터 첫번째 생일만 챙기신다 강조하셨던 일이라..)

 

결혼할때 시부모님한테 받은거라곤 달랑 '시장표 플라스틱 도마와 부엌칼'

아! 과도도 있었네요...이것도 친정엄마가 남편한테 말해서 겨우....(칼은 시모가 해주는 거라고..)

그 흔한 가락지 하나 못받고 우리돈으로 남편과 둘이서 커플링하나씩 나눠낀게 결혼예물의 전부....

그땐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살림도 기본으로 준비한 상태라 예물은 사치라고만 생각했읍죠...

친구들이 그럽니다...너 참 실속없고..바보같다고..

보석?...왜 욕심이 없겠습니까? 저도 여잔데...

 

순진한 남편의 서툰 예단비 흥정과 함 문제로 불려가 호된 꾸지람과 눈물바람하고 나서야 깨달은건...

50대 중반인 젊으신 시부모님은 주머니에서 한푼도 꺼내 쓰실 의향이 없으시다는 거였습니다.

함은 신부쪽에서 예단비 오면 그걸로 준비할거고, 예물도 예단비에서 얼마간 떼어 해준다는 기막힌 계산법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보편적으로 이렇게 하는 줄은 모르겠지만.....조용히 지나갔더라면 그런가부다 했을텐데...시부의 노골적인 말씀한마디 한마디가 상채기를 남기더군요)

결국 예단비로 모든걸 해결하시려는것 같아  함은 생략하기로 했고,

예단비는 양가 부모님과 시누이들  옷값정도만 넣어 드리고 모시이불 한채만 해 드렸지요.

(시부 덕분에...처음 제생각보다는 훨씬 적게 들었으니 감사해야할 일일까요?)

예단비 드리러 간날 마주 앉은자리에서 예단비 세어보시는 시부를 볼땐.....정말이지...

그나마 남아있던 일말의 정도 사라져버리는 듯 했어요...

알아요....도리에 어긋났다는거.....경사스런 결혼 예단비로도 적었다는 것도...

아무리 이해하고  합리적이었다 생각하려 노력해도 그때 입은 상처는 오래 갈것 같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처럼 집살때 보태라고 얼마간 떼어주시는 것까진 못하시더라도...

결혼하면 주시겠다던 (전세줬다가 얼마전에 처분한) 시부명의의 낡은연립을 조건으로 일본에서 1년간 보내드린 남편월급의 출처를 밝히지는 않으시더라도....

(남편보다 먼저 짐작한 사실이었지만,  남편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였다는걸 나중에서야 깨닫더군요

1년이 지난후  남편과 시부의 통화...키워준댓가 운운하며...결혼후 연립은 무슨...4년간 대학등록금과 용돈까지 계산기 두드리시는 시부의 격앙된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해요)

 

7년을 연애하면서 3년동안이나 일본에서 함께 지낸 우리의 기정사실화된 결혼식을 위해...

4년간 일본에서 고생한 하나뿐인 당신 장남 결혼식을 위해.....

어쩌면 준비라는걸 눈꼽만치도 해두시지 않으셨는지.....

자랑스러운 당신아들이 4년내내 입었던 옷보따리 보다는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을지 무척 궁금해 하셨던 시부모님....

결혼식전날까지도 남편 친구들(40명) 축의금마저 욕심을 내시고 얼굴을 붉혀야만 했던 시부와 남편...

축의금 들어오면 공돈아니다..다 빚이다.. 그러니 결혼식은 내가 시켜주는거라고...고맙게 생각하라고...

듣기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매번 반복되는 자식키운 공치사....

(우리 결혼식은 시부모님의 자본없는 장사(?)로 흥행에 성공하셨다지요..)

시부모님께서 놀러다니는거 좋아하시고 외식하기 좋아하시는데..근사한데 한번 모시고 간적 없고, 맛나고 비싼 음식 자주 사드리지는 못했지만..그래도....

참 많이 섭섭하고 속상하더이다....

그때 남편과 결심했답니다...

우리자식들에겐 올바른 정신과 넉넉한 물질을 함께 베풀수 있는 부자아빠,엄마가 되자고.....

우리 시부모님처럼은 살지 말자고....

 

같은해 가을 시누이가 결혼 할때 그쪽 시댁에서 전세얻을 돈을 넉넉히 안해줘서 시누이가 돈을 보탰다는데  시모가 그랬다는군요....남편한테..

'넌 집도 장만해서 OO(시누이 신랑)보다 훨씬 조건이 좋으니까 00(나)는 할도리 다해야 한다'고....

그 말씀에 남편도 펄쩍 뛰었다지만....헉...할도리(?) 안한게 모있지?

"일본에서 당신 아들 일할때 난 놀러다녔었나요"라고 당장 묻고 싶어지더군요

집살때 내돈도 들어간걸 꼭 말로 해야 아시는지...(굳이 네돈,내돈 가를 필요성을 못느꼈을 뿐인데..)

결혼도 하기전에 3년동안이나 친정부모님 가슴에 못 박고,  하루빨리 귀국해서 안정되게 살기위한 일념하나로 타국에서 거지처럼 살았건만....시부모님은 당신아들이 일본에서 대단한 성공이라도 하고 돌아온양...만나는 사람마다 일본에서 돈벌어와서 집샀다는 자랑뿐...당신 아들 맘속에서 폭발하는 상실감과 좌절의 비애는 읽지 못하시는지....

왜 취직안하고 그러고 있는냐는 닥달...내지는.. 당신아들이 얼마간의 여유돈을 갖고 있을거라는 터무니 없는 넘겨짚기...내 부모님이라면 차라리 모질고 아픈소리도 하련만.....순둥이 남편은 냉가슴만 앓고...

시부모님의 넘겨짚기에 서너번 황당한 사건(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유치해서)을 겪은 후론  남편이 시댁 출입을 자제하는것 같습니다....순둥이 남편이 변했다는 사실을 시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시는 눈치...

아신다면 저를 책망하겠죠....

그리고...제가 직장 그만둔지 두달짼데 아직 시댁과 친정에 말 못했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시댁에는 안한거고, 친정에는 못한거죠....걱정하실까봐....서로다른 이유로....

 

 

3주전에 결혼후 처음 맞는 시부 생신이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좋은 선물과 용돈도 넉넉히드리고 싶었지만...그렇게 못했고, 안했습니다.

저희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시부의 성정을 파악한 이후론 처음부터 너무 잘하면 기대치는 점점 커질것을 알기에....잦은 외식을 즐기는 시댁식구들을 집으로 모셔 아주 번듯한 생신상만 차려냈지요...그게 도리일것도 같고....저렴하고 장남으로서의 생색도 날것 같아서..(10개월만에 잔머리 도사되다!!)

물론 시부는 감격해 하시더군요.....직장다니면서 애쓴다고..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고 생신상 차리느라 고생했다고...하시더이다...(이대목에서 좀 찔리긴 했지만)

저희 시부모님 가끔은 기본상식이 통하시는 좋은 분들이십니다....

다만, 자식에게도 베풀어야 할때 베풀줄 모르시는 인색함과  베푸시고도 생색도 안나는 작은손과, 받으실땐 거절의미덕도 모르시는게 문제일뿐....

 

 

오늘 저녁엔 시모 생신때문에 모입니다....

이미 결정된 고기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마음은 불편하네요...

부모님 다음의 손윗사람이고 장남이니까 시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근사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지만.....그저 답답하네요....남편도 싫은 내색을 비춥니다....부담스러워서....

시부모님께 속마음을 뒤집어 보여드리고 싶어도 그 상황에선 이해하신다 하시곤 돌아 앉으면 나름대로의 추측과 오해를 키워서 넘겨짚기를 하시는게 겁나기에 남편도 당분간은 거짓말을 유지하자 하네요...

우리가 잘못  하는 건가요?

조금있다가 어머님께 드릴 생일케익을 만들겁니다(밥통으로 케익을 만들수 있다기에)

어른 생신에 (시부모님 좋아하시는) 성의는 표시 해야겠기에....다른 선물은 준비를 못했어요...

작년엔 화장품셋트를 해드렸는데 ...올핸 그냥....맛사지크림이라도 하나 살까?

내미는 손이 부끄럽지 않을런지.....우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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