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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투데이... 19

송수민 |2003.04.14 22:56
조회 144 |추천 0

"이 채현!"

저 만치 앞을 걸어가고 있는 채현의 모습이 보이자, 현주는 반가워하며 뛰려다가 다리가 땅기자, 그만두고 큰 소리로 불렀다.

뒤돌아 부른 사람이 현주란 걸 확인하자, 채현은 걸음을 멈춰 현주가 걸어오기를 기다리다가 현주가 걸음을 절룩거리자, 채현이 현주에게로 걸어갔다.

"너, 걷는 게 왜 그래?"

 

채현이 현주의 한 쪽 손을 잡으며, 다리를 쳐다봤다.

"어제, 연습 끝나고부터 이러는데,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은 편이야."

현주가 피식 웃었다.

"불편하겠다, 너."

"불편해 하는 거 알면, 가방부터 들어."

 

현주가 슬그머니 무용복 가방을 채현에게 넘겼다.

채현은 어이없이 웃으며, 현주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

"친구가 최고네. 이럴땐."

 

현주가 채현의 팔짱을 끼며 걸었다.

 

"자주보네, 김현주!"

크락션 소리와 함께 들리는 목소리에 현주는 물론 채현도 걸음을 멈추고 차도 쪽을 향해 봤다.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야?"

 

창문으로 머리를 빼며 묻는 준이 현주의 다리를 쳐다봤다.

"밤새고 이제 가시는 거에요?"

 

현주가 준이 임을 확인했다.

채현은 현주가 팔짱 끼었던 팔을 빼며 차도 쪽 블록으로 걸어가자, 그대로 선체 차안의 준을 쳐다보며 섰다.

현주와 준이 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떨어져서 보는 채현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준의 차가 떠나고, 현주가 다시 되 돌아 걸어오자, 표정을 바꾸었다.

"누..구.야?"

 

채현은 모르는 표정으로 현주에게 슬그머니 물었다.

"아, 맞다. 채현아. 민이 오빠 동생인데, 준이오빠라고 우리학교..사.."
"사진과 2학년?"

현주의 말을 자르며, 채현이 먼저 과를 밝혔다.

현주는 희한해 하며 채현을 보았다.

"어떻게 알았냐구? 민이 오빠한테 들었지.. 저, 사람이 바로 그 준이란 동생이였구나."

 

채현은 여전히 숨기며 현주에게 말했다.

"그럼, 같이 가서 인사할걸 그랬다. 난, 또 그 생각은 미쳐 못했네."
"나중에 같이 들 보자고 그랬어, 오빠들이... 그런데, 너 다리 아픈 거 알고 있나봐?"

 

채현이 다시 조심스럽게 현주에게 물었다.

"어. 어제, 난. 연습 끝나구 나오고, 오빤 학교로 들어오는 길에 봤거든.. 고맙게 도 준이 오빠가 어제 집에 데려다 줬어. 참 재밌어, 준이오빠. 민이 오빠하고는 성격이 다른 것 같어."

 

현주가 조금씩 다시 걸으며 말했다.

"쌍둥이라고 성격까지 닮지는 않겠지.. 둘, 생김새도 다르잖아."

채현은 말하면서 편안해 지려고 했지만, 현주가 준을 먼저 알고 친해졌다는 사실이 인정하고 싶지 않고, 기분 나쁘게 만들어 주는 이유가 되어 말투는 그대로일지라도 얼굴 표정은 굳어져 갔다.


 

 

"이제야, 내 아들다운 말을 하는구나."

무현은 사나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표정이 일순간 바뀌며 보는 아버지를 보자, 더 강하게 마음먹은 얼굴을 했다.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 철들이기 위한 반항치고는 시간을 한참 돌아온 거 알고는 있는 거지? 바로 정이사한테 니 자리 마련하라고 지시하마."

무현은 곧게 앉은 자세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니. 아비랑 점심 같이 하면서 이런 저런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그러자."
"아니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나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결정된 사항은 나중에 집에서 듣고 출근하겠습니다."
"그래라, 그럼. 이제부터 개인적인 시간을 내고 그러기 힘들어 질테니깐."

옷매무새를 고치는 무현의 어깨를 토닥이는 아버지에게 무현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어, 정이사 좀 올라오라고 해."

인터폰으로 정이사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무현은 회장실을 나왔다.무현은 비서들의 경례를 무시하고 복도를 걸어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며 다시 한번 회장실 쪽을 주시했다.
도착벨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무현은 목에 메였던 넥타이를 풀었다.


 

차를 주차시키고 내려선 무현은 시야로 들어오는 초록의 캠퍼스를 잠시 그리운 듯한 눈길로 둘러보며 지나간 학창시절의 생각에 잠겨했다.
그리곤 씁쓸한 미소가 입가로 여운을 남기자, 무현은 주차장에서 걸어 나왔다.


 

"뭐? 다시 말해봐."

채현은  레슨실을 나가다가 뒤돌아 섰다.

"다시.. 이야기 해줘? 너, 들었기 때문에 돌아 선거 아니었니?"

너무나도 빈정대는 투의 말에 채현은 화를 참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말이 바른 말이지. 어떻게 1학년이 서울콩쿨에 나가? 너도 친구이길 떠나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란 말이야. 납득이 가니? 그렇다면 한가지밖에 더 있겠어? 촌..지."

채현은 동기생의 끝말에 담은 그 비웃음의 표정을 담아내었던 얼굴을 때려 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아내며 한 발작 더 앞으로다가 섰다.

"어느 공동체에서나 너 같은 부류들이 있지.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족속들 말이야. 넌, 서울 콩쿨이 촌지 몇 푼으로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대회라고 생각해? 그럼, 너도 챙겨 보지 그랬어? 아.. 거기 까진 능력이 안 되는구나. 그럼, 내가 대줄까? 난 실력은 안 되두, 돈은 되거든."

채현의 눈빛은 섬뜩하리만큼 무섭게 앞에 있는 동기생을 쏘아보았다.

터진 독에 시멘을 발라 닫아 버리듯 다음 말을 하지 못하게 못 박아 놓은 채현은  부들부들 분을 누르지 못하고 떠는 동기생을 향해 만만치 않은 비웃음으로 맞 대응해주고 걸어가다가 문 쪽에서 다시 뒤를 돌았다.

"너희들도 하나만 알아둬라.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람과 100%로의 노력으로 천재를 따라가려는 사람이 있어. 물론 표면적으로 보면, 언젠간 후자쪽의 사람이 전자를 앞지를 수 있다고들 생각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그 천재가 100%로의 노력을 한다면......?
그 차이는 재능이야. 바로 현주가 재능에 노력까지 더한다는 말이야, 이제 제대로들 알겠어? 노력으로도 따라 갈 수 없는 바로 재능의 유.무야"

채현은 문을 꽝 닫고 나갔다.

아직 문손잡이가 채현의 손에 잡혀 있었다.

레슨실 안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다시 웅성대기 시작하자, 채현은 스르륵 손잡이를 놓으며 문에서 떨어졌다.


 

채현은  걷던 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가만가만히 걸었다. 그리고 문밖의 유리로 안을 들여다봤다.
교수님과 일대일 수업중인 현주의 모습을 보며 채현은 빙그레 웃다가 뒤 걸음 질 치며 레슨실과 멀어졌다.

빈 강의실 창가에 서서 멍하니 밖을 보다가 가방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채현은 가방을 얼른 집었다.

"여보세요."

 

 

건물을 뛰어나오는 채현의 얼굴이 무척이나 환했다.
 달려가다가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채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빠!"

 

채현은 연못을 앞으로 두고 등지고 서 있는 무현을 보자, 크게 불렀다.

 

"정말? 그럼, 이제 오빠.. 아빠 회사 나가는 거야? "

흥분하며 좋아하는 채현을 보고 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채현의 즐거움을 함께 해주었다.

"그렇게 좋아?"
"그럼, 당근이쥐."

 

채현이 활짝 웃었다.

"현주, 언제 끝나는지 확실하지 않은 거네, 그럼?"
"응. 교수님이 끝내주셔야 끝나겠지, 아무래도.. 다다음주부터 우리 시험기간이잖아. 현주가 그렇지 않아도 기말시험하고 병행되어서 울상이었는데.. "
"이쯤이면 한가해졌겠구나 싶어서 왔더니, 더 바쁘네."
"이왕 그렇게 맘먹은 거면.. 현주 기다렸다가 같이 가."

채현은 무현의 다리를 다리로 부딪혔다.


 

2층 복도를 걸어가다가 무심히 내려다보며 걷던 민혁은 1층 로비를 가로지르며 뛰어가는 민의 모습이 보이자, 봉에 매달려 민이 어디로 뛰어가는지를 끝까지 살피기 위해 몸의 전체를 아래로 떨구면서 살폈다.
뛰어가면서 일으키는 바람에 민이 입은 가운의 옷자락이 뒤로 심하게 펄럭거렸다.


 

얼굴전체로 흐르는 땀을 식히며 창가로 서 있던 현주의 뒤로 주민조교가 다가왔다.

"현주야!"
"어머..."
"오늘, 레슨은 여기까지라고 하시네."

주민의 말에 현주는 기쁨의 얼굴이 얼굴에 가득해졌다.

"어휴, 어리긴 어리다. 쉬라는 말이 그렇게도 좋아?"
"네."

현주의 대답에 주민은 귀엽게 웃으며 넘겼다.


 

 

밖으로 나온 현주는 아직도 몸 전체가 더운 기운으로 가득해서인지, 아직은 한 여름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른 6월이지만, 현주에겐 8월의 불볕 더위 아래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 2주 후로 다가온 대회날짜에 대한 강박감이 현주를 더욱 가슴부터 답답하게 만들면서 또 다시 힘겹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활기에 찬 모습들은 드문드문 씩 기말고사를 끝으로 맞이할 여름방학에 대한 기대감에서 오는 넉넉함 때문도 시험이란 긴장감속에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인지 그 모습들이 현주의 눈엔 좋아 보이면서 부럽게 보였다.
일단은 오늘의 연습이 끝났다는 한 마디에 좋아 뛰어 나오긴 했지만, 달리 마음이 편하지 못하자, 현주는 어깨에 메인 가방과 뒤로 보이는 건물을 번갈아 보고 긴 숨을 쉬며 뒤돌아 서서 내려온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다.

"야, 김현주! 어딜 다시 올라가?"
 

뒤에서 들리는 갑작스런 소리에 현주는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다 봤다.
그리고 앞에서 손 흔들어 보이는 채현과 그 뒤로 보이는 무현의 모습에 시선이 멈추자, 현주는 반가움에 얼굴이 전체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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