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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털난숭어 |2007.02.10 03:50
조회 90 |추천 0

하얀색의

도화지 같은

모니터

 

 


아무것도 없는 이 공백 속에 나는

무엇인가를 남긴다.

 

 

이렇게 하얀 공백을

까만 글씨들로 체우다 보면

 


잊혀져 가던 내 추억들도 떠오른다.

하나 두울 떠오르던 그 추억들은

 


어느세 내가 매꾸워 가던 이 글 속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

 

 


나는 백수다.

월급이라는 것은 받아 본 것도 무척 오래전 일이라 기억 된다.

 

 


집에선 아무대나 취업을 하라고 하는데

대학을 졸업했다고 자부하는  나의 눈 높이는

나를 허락해 주는 회사와 같지 않나 보다.

 

 


"으이구..."

 


나를 보며 한숨을 쉬는

엄마.

 


나도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어머니' 라고 불러야 할텐데

 


막상 앞에 가면

어찌나 쪽팔리는지...

 

"밥줘 엄마."

 

이내 내 입에선 짧고 무뚝뚝한 말 한마디가 떨어진다.

무감각 해지는 거 같다.

 

친구들과 소줏잔 기울며 엄마의 대한 이야기를 할땐

수백번 수천번 잘해드려야지 잘해드려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깨고 나면

늘 이렇다.

 

 


"그렇게 맨날 방구석에만 있지 말고 어디 운동이라도 다녀"

 

 

엄마의 잔소리

뭐... 나도 운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실천은 계획보다 너무 어렵다.

 

 

 

"으이구..."


말 없이 밥 을 먹는 날 보며

또다시 한숨을 쉬는 엄마

 


미안했다.

 

 

일어 나보니

2시가 넘어가 있다.

 

어제 밤에 컴퓨터로 너무 영화를 오래 본것 같다.

줄여야지...

 

오늘도 계획 하나가 늘어간다.

 

 

밥을 먹고 나면

또 다시 할 일이 없어진다.

 


예전엔 도서관이라도 다녔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게 몇번 낙방 하면서 부터

그곳 마저 발길이 닿지 않는다.

 

담배라도 피워 보고 싶지만

살돈도 없다.

 

 

참 사는거 재미 없다.

 

텔레비젼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랑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뭔가

 

열심히 불태우면서 사는데

 

 

나는

태어날때 부터 잿덩어리 였나 보다.

 


애초부터 타오를수 없는...

 

 

 


-찰칵....찰칵...


내방 창문에 서서

필름 없는 구형 카메라의 셔터를

아무 의미 없이 누르고 있다.

 


그냥 이 감각이 좋았다.

찰칵..찰칵...

 

 

카메라 안에 비춰지는 렌즈속

세상은...

 


고요...하다 라고 해야하나?

평화롭다 라고 해야하나?

 


그냥 뭐..

그렇다는 거다.

 


이짓도 계속 하다 보니

카메라에 계속 잡히는

단골 고객님들도 보인다.

 


이 시간쯤 되면 항상 지나가는

야쿠르트 아줌마

 

방학이라 그런지 학원에 다니는

시끄러운 중고딩들

 


저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찰칵... 찰칵...

 

 

슬슬 카메라 놀이도 지겨워 진다.

카메라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진체

 

감지도 않은 헝클어진 머리를 긁으며

거실로 향한다.

 

 

그냥 내방이 질렸을 뿐이다.

거실로 가서 별 달리 할 것도 없다.

 

 

나갈까...?

주머니 사정은 이미 기아에 굼주려 있는데

나가봐야 뭐 할게 있을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그냥 돌아 다녀보려고 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깐...

 

 

그래도 감기 귀찮은 머리엔

청색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집 현관문을 열었다.


싸늘한 바람이

내 옷속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날씨가 추웠구나...

 

"하아..."


내 입에서 나오는 입김은

날씨가 춥다는것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 준다.

 

 

그냥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돌아 다니면서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 있으면

그거라도 해볼까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돌아다니다가

오랫동안 못보던 친구도 볼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금은 술안주 거리로 전락해 버린

내 첫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날지도...

 


하여튼...

무언가 가능성이 있는거니깐

막연히 기분이 좋았다.

 

 


한참을 걸었을까...


놀이터 앞을 지날때 였다.

 

어린 아이들이

서로 모여 뭐가 재밌는지

큰소리로 웃으면서 달려다닌다.

 

한 아이는 모래를 파고...

어떤 아이는 미끄럼틀을 타고...

저런 꼬마들 마저 저마다 한가지씩 자신의 업무가 있는데

 

 

나는 그저 걷고 있다.

 


그때 한 아이가 보였다.


작은 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작은 아이가

서 있었다.

 

 

 

나는 놀이터 밴치에 앉아

그 작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 보왔다.

 

 

덩치가 작아서 그럴까?

놀이터에 많은 아이들은

그 아이랑 놀아 주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 아이는

꿋꿋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심심할텐데...

 


저 아이한테 말을 걸어 볼까?

 

 

 

-우리 친구 할래?


내가 아주 어릴적에

이사를 자주 다녔다.


이사를 한 그 동네 놀이터에 가보면서

언제나 그렇듯 내가 모르는 낯선 아이들이

서로 놀고 있었다.

 

그땐 나도 그 애들 처럼 같이 놀고 싶단 생각에

저 말을 했던 것 같다.

친구 하자고.. 너랑 나랑..

 

 


언젠가 부터

저 말은 쓰기 어려운 말이 되었다.

 

 

....

 

 


작은 아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친구'가 없어서 인건가?

울고 있진 않았지만

 

 

저기 놀다 다쳐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 보다

 


더 슬퍼 보였다.

 

 

다가갔다.

그 작은 아이에게

 

 

작은 아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힌체

그 아이에게 물었다.

 

 


"꼬마야... 친구들이랑 안놀아?"


"...... 재미 없어"

 


"왜... 친구들은 다 재밌게 놀구 있잖아."


"......"

 

 


아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웬지 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형아랑 놀래?"


"... 싫어"

 

 

 


"......"

"......"

 


한참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 아이의 눈이 보였다.

쌍커플 없이 큰 그 아이의

눈...

 

"몇살이니?"

"... 누나가 이상한 사람이랑 얘기 하지 말랬어"


"이...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람...

하긴...

그럴수도...

 


"그렇구나... 형아가 이상한 사람이야 그지?"

"......"

 


한참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 거린다.

 

 

"근데 꼬마야."


"응?"

 


"...형아랑 친구 할래?"


"왜? 형아두 친구 없어?"

 

 


"아니 많아... 형아는 친구 많은데?"

 

 

많긴 많지...

백수 된지 오래되서

이제 연락도 잘 안받아 주지만...

 

 


"그런데 왜 나랑 친구해?"


"글쎄... 친구는 많을 수록 좋잖아."


"그럼... 나랑 시소 탈래?"


"시소?"


"응...왜 싫어?"

 


귀엽다.

작은 아이가 귀여워 보였다.

 


"싫긴.. 친군데 같이 타야지. 자 가자 시소 타러"

 

 

...

 

 

-끼익... 끼익...

 

시소가 삐그덕 거리면서

움직인다.

 

물론 다 내 다리 힘으로 왔다 갔다 하는거지만

저 아이가 참 행복해 보였다.

 


"재밌어?"

"응..."

 


"시소 좋아 하나 보네?"

"아니.. 시소는 혼자 못타니까..."

 

 

"왜 친구들 많이 사겨서 같이 타면 되잖아?"

"나랑 친구 잘 안할려구 해"

 

 

"왜? 애들이 너 친구 하기 싫대?"

"응..."

 

 

"에이... 뭐.. 그러냐 애들 참..."

"............."

 

 


"... 시소 말고 우리 뭐 딴거 탈까?"

"......"

 

 

"저거 어때? 뺑뺑이! 저거 빙글 빙글 도는거"


".......그래"

 

 

 

....

 

 

 

 

 

 

시간이 꽤 흘렀는가 보다.
놀이터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해가 지려고 한다.

 


하긴 일어날때 부터 2시였으니...

시간 참 무지하게 빠르다.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 하나둘

사라져 가고

나와 그 아이와의 이별의 시간도 다가와 갔다.


그세 아이가 나랑 좀 더 친해졌는지

처음 보다 덜 어색하게 대해 주었다.

 


"형아..."


"응?"


"형아.. 내일도 올거야?"


"왜 내일도 우리 같이 놀까?"


"형아는 공부 안해?"


"졸업했어 그런거"


"응? 졸업?"


"그런게 있단다. 꼬마야 이제 해 떨어졌는데 가봐야지."


"누나 올때까지 기다려야 돼..."


"그렇구나..."

 

 

누나가 애지중지 하나 보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도

누나가 이상한 남자 만나지 말라고 그랬댔지?

 

 


어떤 여잔지..

왠지 한번 보고 싶어졌다.

 

 


"무슨 상상해?"

"응?"

"아까 부터 계속 혼자 웃었잖아.... 미친놈 처럼..."

"뭐...뭐? 미친놈? 내가 어..언제 웃었다고 그러냐?"

"어.. 누나다!"

 

 

 

누나?

 

 

 

"지민아~~~"

"누나아!!!"

 

 

 

꼬마의 이름이

지민이 였구나...

 

 

 

 

"잘놀았쪄~우리 지민이~?"

"...혀 짧은 소리내지마."

 

 

 

 

 

풉...

 

 

 

"....이...이새꺄 누나가 잘 놀았냐구 묻자나"

 

 

이..이새꺄?

 


충격적인 어휘선택에도 불구하고

늘상 있는 일인듯 꼬마는 태연했다.

 


"응 누나. 저 형아랑 놀았어."


"응? 형아...?"

 

 

꼬마의 누나가 날 쳐다 보왔다.

웬지.. 모르게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 저... 안녕하세요?"

"아...예... 하하.. 누나...되시..나...봐요?"

 

"네... 하하..."

"하하..."

 

"그..그럼 안녕히히 계세요..."

"하하..네 안녕히 가세요..."

 


아주 어색한 대화가

흘러갔다.

 


언제나 느끼지만

처음 보는 여자는

 

어렵다.

 

 

"형아~~ 안녕~~"

 

 


지민인가...

그 꼬마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해주었다.

 

그러다

또 지민의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하하....아..안녕히 가세요."

"하하.... 예..."

 

 

아... 방금전에

인사 했는데

또 해버렸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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