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올해 28살인 여성입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구요...
정말 속상하고, 황당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일을 겪었습니다.
속상한 마음...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여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습니다. 저보다 2살 많구요. 직업은 운전기사입니다.
왜... 큰 회사 임원이나 간부들... 암튼 높은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고급승용차
운전해 주는 운전기사요...
일한지는 1년 조금 안됐구요... 원래 공장에서 일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다른일을 찾던중, 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남친이 운전병 출신이거든요.
그래도 나름 양복입고 출근한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뭐... 여러분들 생각에는 직업이 조금은 천하다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입니다.
용역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정규직이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그 사람...많이 사랑하고 있구요...
제 남친이 모시고 있는 사람은 무슨 외국계 금융회사 실장이라고 하더군요.
회사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구요...(제가 영어에 약해서...ㅠ.ㅜ) 암튼!
남친 말로는 꽤 젊은 사람이라고...하더군요. 연봉도 8000만원이나 받는다면서
그 실장이란 사람을 매우 치켜세우더군요. 저는 아무리 젊어봤자 30대 중반이나 후반...
그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적어도 그 정도 직함에 그 정도 연봉이면 말이죠...
(그 당시만 해도 이런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저는 남친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한가지 묘책을 생각해 냈습니다.
남친이 모시고 있는 분에게 제가 직접 인사를 드리는 것이죠... 남친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비싸지는 않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도 준비할 생각이었구요...
결혼할 여자가 직접 가서 잘 봐달라고 인사하면, 그래도 조금 더 좋게
대우해 주지 않을까, 앞으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남자니까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은 대우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요....
이 계획을 남친에게 말하자, 남친...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말을 했지만...
그래도 자기 생각해 주는게 고마웠던지...나중에는 결국 허락하더군요...
그리고 얼마 후에, 그 실장이라는 분과 제 남친이 같이 식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실장이라는 분이 제 남친에게 수고하는데 밥이라도 한끼 같이하자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그 자리에 저를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날이 되었습니다. 저녁... 압구정동에 있는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남친과 저는 그 실장이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남친이 저에게 '실장님 오셨어' 라고 말한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남친이 '실장님 오셨습니까?'라고 말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군요.
저도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그 실장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저는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머리속은 텅 비고,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 아시지요...?
아무말도...할 수 없었습니다.....
7년전... 21살때였죠...
지금 남친을 사귀기 전에, 저와 동갑인 남자를 사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다니던 회사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언니가 소개시켜줬어요...
그 언니가 저에게 소개팅 한번 보라고 권했거든요... 자기 사촌동생이라고 하면서,
괜찮은 애니까 한번 만나보라구...... 평소 제가 좋아하고 잘 따르던 회사언니의
사촌동생이라고 하니 조금 신뢰가 갔습니다.... 그리고...저도 그 당시...외로웠구요...;;
소개팅 후, 우리는 서로 마음이 맞았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고 난 후 알게된 사실인데... 그 애는 신촌에있는 Y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수재였습니다.... 어쩐지... 자신이 다니는 학교 이름을 말해주지 않더군요...
그에 비해...저는 실업계 여상나와서 직장생활하는 직장인이었구요...
(햇가리지 않도록 지금남친과 그 애...구분할께요... 어차피 그 애는 동갑이니까...;)
한번은 그 애 하고 데이트를 하는중, 외국인이 저희에게 길을 묻더군요...영어로...
거침없는 영어로 길을 알려주는 그 애를 보고...난 기절하는줄 알았죠...
환경때문에 제 스스로 조금은 위화감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 당시 신분이 그 애는
학생이었고, 저는 3년차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제가 더 여유가 있었죠...
(고3때 실습나간 년도까지 포함하면 3년이 되죠...)
그 애가 과외를 뛰기는 했지만... 직장인만 하겠습니까....?
제가 학벌이나...환경적인 부분에서 위축된다면, 그 애는 금전적인 부분에서 위축되더군요...
그래도... 서로 이해해주면서... 예쁜사랑을 키워나갔구요....
시간이 흐르니까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 지더군요.
그러던 중... 그 애는 군대를 가게 되었구요... 저는 곰신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애를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게 마음먹은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 거짓말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그애 군대보내고 1년 조금 안됐을때였어요... 지금의 남친을 만나게 되었죠...
남친은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 거래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였습니다.
업무상, 제가 그 공장을 자주 왔다갔다하다보니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더군요...
참고로 그 공장은 매우 작은 제조업 공장이구요, 근로자들도 거의 4,50대 아저씨들...
20대는 그 오빠, 지금의 남친밖에 없더군요. 또, 업무상 마주치게 되니 약간의
친분도 생겼구요... 그러던 중 그 거래처와 저희 회사가 같이 회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근...남친도 나왔었구요... 일은 그때 터졌습니다.
그 오빠... 지금의 남친이 저에게 고백했거든요... 물론 저는 안됀다고 했습니다.
군대간 남친이 있다고... 그러니 그냥 좋은 동료(?)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오빠(지금의 남친)의 구애는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오빠가 나를
감동시킨 한 사건으로 인해... 오빠에게 마음을 뺏겨버렸습니다.
또 그 당시... 그 애가 군대에서... GOP인가요? 거기 들어가서 근무한다고,
휴가도 못나오고 면회도 못갔거든요...6개월동안 그래야 한다구....
그래서 나름 외로움 아닌 외로움도 탔었습니다.... 아무튼 그 당시의 여러가지 상황이
제 마음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오빠와 저는 결국 사귀게 되었지만, 그 애한테는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차마...말을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몇달 후...
그 애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휴가나온다고 하더군요... 두려웠습니다...
만날 용기도 나지 않았고... 그애 휴가나온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피했습니다.
그 애 휴가 마지막날... 만나주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겠다는 반협박에 못이겨 만나주었습니다.
그리고 얘기했습니다... 다른남자 생겼다고... 나 잊으라고 말입니다.
그 애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말하더군요... 미안하다고... 제발 다시 돌아와 달라고...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한게 있으면 용서해 달라고...고치겠다고....
그 자리에서 무릎꿇고 빌더군요... 돌아와 달라고 하면서.... 하지만 전 강하게 뿌리치고
돌아왔습니다... 아주 매정하게요...
복귀한 후에도, 그 애는 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전화하고, 편지보내고...
하지만 전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답장도 쓰지 않았죠...
그리고 다시 몇달 후... 오빠가 저에게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에 결혼하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그리고 저는 그 프로포즈를 받아들였습니다...
(오빠 = 지금남친)
그 당시의 제 나이가 23살... 사실 결혼을 생각하기엔 조금 어린 나이였죠... 하지만,
당시에 오빠가 매우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었고, 모아놓은 돈도 있었구요(2000만원정도)
누구한테 자랑할만한 직업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다 보면 좋아질꺼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빠에 비해, 그 애는 아직 제대도 안했고, 아직 학생인데다가,
취직을 하려면 몇년을 더 기다려야 했죠... 저는 지금 당장의 현실을 선택했습니다.
얼마 후, 그 애는 다시 휴가를 나왔고, 저에게 만나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애를 만난 자리에서...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애는 다시 무릎을 꿇더군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그 남자가 얼마나 잘난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면서...
다시 생각해 달라면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전 매정하게 돌아섰습니다.
그 후... 그 애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만나주면 안돼겠냐고 하면서요...
그 애... 지금 탈영하기 일보직전이라고... 그애한테 돌아가 달라고 하면서 그애 친구들이
계속 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애 사촌언니(그 당시 회사언니)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회사를 옮긴 후라, 오랜만에 본 언니였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그 애 얘기를 하더군요.
다시 만나줄 수 없겠냐고... 많이 힘들어 한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우울증에 시달려서
국군병원에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변하지 않았습니다. 매정하게 돌아섰죠... 그리고 그 후로는 그 애와
그 애 주변인으로부터 오는 연락을 모두 무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자연적으로
연락이 끊기더군요...
그 후 저와 오빠는 결혼을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지금까지 결혼을
미루어 왔고, 오빠는 직장을 옮긴 후, 올해 결혼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옮긴 직장에서 오빠가 모시고 있는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
내가 매정하게 차버린 그 애가... 지금 남친(오빠)이 모시고 있는 실장이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서 있었네요... 황당했습니다... 그 애도 약간 당황하더군요...
하지만 그 애는 바로 여유를 되찾고 나에게 인사를 건네더군요..
'안녕하세요. 이XX입니다.' 라고 말하며 손을 내미는데...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데던 그 모습...그 표정...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 비웃음... 그 애 머리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정말...어떻게 서로 인사했는지 생각도 안나네요... 저녁식사 하는 내내 가시방석이었구요...
그 애 얼굴...쳐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애는 오빠한테 가벼운 높임말(사람을 낮추는 높임이라고 해야하나요?)로 말하는데...
남친은 그 애 앞에서 굽신거리며 '예~실장님, 예~실장님' 이러는데...
눈물 쏟아질뻔 한거...억지로 간신히 참았습니다....
남친은 그 애가 자기보다 두살이나 어리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ㅠ.ㅜ
내가 일부러 남친한테 '오빠' 라고 강조해서 부르니까, 그 애가 남친을 조금
유심히 보더군요... 그러면서 이내...그 비웃음.... 너무 속상하네요...
그 애도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하면서 한 여자를 데려왔더군요...
세련된 옷차림...예쁜 외모...지적인 이미지...교양과 매너도...
뭐 하나 빠지지 않더군요... 저랑 비교도 안될정도로요...
남친은...아직 이 사실을 모릅니다... 아무것도요...
제가 후회한다고 하면... 여러분들은 절 욕하시겠죠...?
속상해요... 눈물이 나요...현실이 싫어요... 미치겠어요...
왜 하필...많고 많은 사람중에.... 왜.... 차라리 내 앞에 나타나지를 말지...
아니... 나타나려면 평범하게 나타나지...왜.... 왜 하필.....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