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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국화 +9

수레국화 |2007.03.06 15:36
조회 365 |추천 0

 

 

# 선혜‘s

주희는 도저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몇 번이고 물었다.

“정말 연해하자고 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나도 꿈 같아서 안 믿어져. 영화 보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거든.”

“내내? ”

“어. ”

“그럼 뭐야, 꿩 대신 닭인거야? 소개팅하러 나온 남자가 가버리는 바람에 왕자님과 소개팅 해버린거네.”

“그렇지. 아파트 입구에서 작별인사로 이마에 키스해주고 갔다 ”

“니가 왕자한테 단단히 빠졌구나. 입에 한 것도 아닌데. 같이 자면 아주 난리가 나겠구만.”

“야~~~~” 


점심때 즈음 그가 전화했다. 점심을 먹고 눈썰매를 타러 갔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실컷 놀았다.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젖은 옷을 말리면서 난로를 쬐고 있었다. 무심코 입구를 보니 이름이 가물가물한 학교 직원이 가족들과 썰매타러  왔는지 눈을 털면서 매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난감했다. 하지만 그는 태연해 보였다. 그가 먼저 가서 인사했다. 나도 할 수 없이 따라가서 인사를 했다. 예상한 대로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어떻게 두 분이 같이 오셨어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강주사님, 재밌게 놀다 가세요.”

그러자 그 직원은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도 인사를 하고 식구들에게 갔다.

“괜찮으세요?”

“뭐가?”

걱정이 되어 물었더니 그는 도리어 묻는다.

“학교에 소문나면 불편하잖아요.”

“당신은 불편한가보군. 난 아닌데.”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시내로 접어드는 길에 통나무 카페가 있어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저쪽 테이블에서 영석이 다가와 아는체했다.

“어라..이거 어찌된 일입니까? ”

“그렇게 되었습니다.”

“너무한거 아닙니까...난 또 저번에 저 생각해서 출장보내준 줄 알았더니 정선생 기사해주라고 보낸거 아닙니까? 하하 소문내도 되는 거 맞죠?”

“곽선생님, 당분간 비밀 지켜 주십시오.”

밥을 먹는 내내 영석이 우리를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비밀이 지켜지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휘진은 내 접시의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주기도 하고, 와인을 채워주기도 했다. 아마 이런 것도 소문나겠지.


월요일 아침부터 차실장님이 커피 한잔 하자며 나를 밖으로 불렀다. 분명 소문을 듣고 왔을 것이다.

“정선생,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조심 또 조심해요. 여기는 워낙 소문이 무서운 동네니까. 그래도 다행히 과장님이 한달 연수간다니까 다녀오면 소문은 좀 잠잠해질테고.”

연수? 그런 말 없었는데.. 

퇴근을 같이 하면서 그는 연수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영국으로 한달간 시찰 가는 것이오. 한달인데뭐. 왜? 내가 보고 싶어 못살 것 같소?”

캭! 그는 연수보다  크리스마스에 대해 더 흥분해 있었다.

“크리스마스엔 삼일간 연휴니까 우리 여행이라도 갈까? 어때요?”

“여행이요? 글쎄요...”

그와 단 둘이 여행가는 것이 아직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대답이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네비로 이러저리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가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져 가며 여행지를 검색할 동안, 난 엉뚱하게도 그와 여행을 가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둘이 가면 분명 잘 때 어색할 것이고,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민 끝에 금요일이 되었다. 그는 문자를 보내 퇴근 시간 카운트다운까지 해가며 신이 났다.

[퇴근시간 1시간 전. 아~ 속초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평소 점잖은 그와는 달리 귀여웠다. 그는 퇴근시간이 땡하자 어학당앞에 차를 데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들이 볼세라 얼른 차에 타고 아파트로 갔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나오니 그도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와 있었다.

“일단 속초로 갑시다. 우리 부대가 잘 있는지 모르겠군. 팬션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는 속초로 가면서 군대 생활을 이야기해줬다. 휴게소에 들러 황태찜으로 저녁을 먹고 그가 몇 번이나 이야기한 38휴게소에도 들렀다.

속초에 도착하니 11시다. 일단 바닷가 근처 모텔을 찾았다. 황금연휴라 몇 군데를 가도 방이 없었다. 반드시 2개를 잡아서 아무리 그가 유혹해도 같은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했는데 결국은 들어갈 방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는 난처한 듯 방이 비면 연락을 달라고 연락처를 남겨놓고 나왔다.

“피곤하죠? 일단은 찜질방에라도 갈까? ”

나의 응큼한 걱정과는 다르게 아주 건전하게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씻고 중앙홀로 가자 그는 먼저 와서 식혜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네. 그렇죠?”

그런 것 같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는  식혜를 마시고 자러 가자며 이불을 찾아들고 왔다. 수면실로 갔더니 그나마 홀보다는 한산했다. 그의 옆 매트리스에 누웠다. 팔이 스칠 정도로 가까웠지만 그나마 매트리스라도 각각 누워있으니 다행이다.

그가 같이 자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아무 생각 없는데 나 혼자 벌써 진도는 한참이나 앞서 나가고 있었으니.

아침으로 미역국까지 먹고 찜질방을 나왔다. 하루종일 동해바다를 따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함이 밀려왔다. 그 역시 운전을 하루종일 해서 나보다 더 피곤할 것이다. 자꾸만 눈을 비벼대고 있다.

“피곤하면 제가 운전할까요?”

“아니. 잠깐 어디 쉬었다갑시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는걸.”

그는 모텔이 보이자 서둘러 들어갔다.

“방있습니까?”

안이 보이지 않는 카운터 너머서 아주머니가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는 잠깐 눈 좀 붙인다며 침대에 누웠다.

“피곤하면 선혜씨도 여기 누워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자 그제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방 한 쪽에 있는 테이블에 엎드려서 잠이 들었나보다.

샤워소리가 들려서 눈을 뜨니 침대엔 그가 벗어놓은 옷만 있었다. 그가 먼저 일어났나보다. 샤워소리가 그치고 문여는 소리가 들려서 얼른 다시 테이블에 엎드려 자는 척했다. 옷을 벗어두고 들어갔으니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민망할 것이다.

그는 옷을 입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

“선혜씨, 눈 좀 떠 봐요.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갑시다. 씻고 와서 편하게 누워 자요.”

그가 있는 쪽으로는 돌아보지도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 다 씻고 보니 갈아입을 옷을 안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할 수 없이 큰 타월을 두르고 나갔다. 방안은 티비만 켜져 있어서 어두컴컴한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는 허리에 타월만 두르고 테이블에 앉아서 티비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얼른 침대로 쏙 들어가 벽을 보고 누웠다.

그가 티비를 끄고 침대로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주희 말처럼 요즘은 결혼하기 전에 다 한다니 겁내지 말자.

그는 내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겁내지 말고 나에게로 돌아봐요.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억지로 하지는 않을테니까. 이렇게 팔을 베고 같이 누워 자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잖소.”

남자는 다 늑대라는데도 난 그의 말을 믿고 정말 걱정없이 깊이 잠들었다. 커텐이 쳐져있어서 몇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내가 움직이는 바람에 잠이 깼나보다.

“4시군. 잠을 설쳤더니 ...8시까지만 자고 일어납시다. ”

그는 먼저 일어나려는 나를 얼른 잡았다.

“정선혜씨, 나도 남자란 말입니다. 그렇게 알몸으로 내 눈앞에서 나를 유혹하면 나도 어쩔수가 없어진단 말이지. 지난 밤에도 겨우 자제해서 잠들었었소. 제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어요.”

그의 말에 아래를 보니 지난 밤에 두르고 잤던 타월이 벗겨져있었다. 얼른 이불을 끌어당겨서 덮고 꼼짝도 않고 그의 옆에 누워있었다. 깜깜한 방안은 그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찼다.

“휴~ 잠은 다 잔 것 같군.”

그가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입술과..목과 가슴으로...

그의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그의 손길이 느껴질 때마다 내 몸은 불에 덴 듯 움츠러들었다. 그의 몸무게가 위에서 느껴졌다. 그의 단단한 가슴이 나를 누르고, 나와는 다른 그의 몸이 다리에 닿았다.

“괜찮겠소?”

그가 내 귀에 대고 물었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면 내 순결을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황홀감 대신 찌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의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아픔은 다른 느낌으로 찾아왔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그치고 땀에 젖은 그의 몸은 나를 감싸안고 이마에, 볼에 사정없이 입맞춤을 했다.

“당신......정말 사랑스러워. 그리고 고마워. 27년간 나를 기다려줘서.”

그의 여자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피로 젖은 축축한 시트와 임신이 됐으면 어쩌지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곧 찾아왔다. 그렇지만 그가 너무 사랑스러워하고 만족한 듯 해서 나도 걱정을 접어두고 그의 팔에 안겨있었다.

그가 같이 샤워하자고 끌어당겨서 부끄럽지만 같이 샤워하면서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었다. 처음보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익숙지가 않아서 그의 손길에만 몸을 맡겼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때는 해가 중천에 뜬 후였다.

섹스..라는 것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그것이 대체 어떤 것이길래, 하룻밤 사이에 그와 나는 엄청 가까워진 것 같았다. 손잡는 것 조차 망설이고 어색했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고 어깨를 감싸안고, 피부가 맞닿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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