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런분들 많죠?.. 출근길 지하철에서

또만나면대시 |2007.03.06 17:56
조회 558 |추천 0

출근길 지하철에서 - 착각이었데도 즐거웠어^^

 

 또 늦잠... 지각.. 회사에는 또 뭐라고 해야하는거냐...

 대충 대충... 챙겨입고 지하철까지 갔더랬다.
 날씨는 어찌나 추운지... 덜덜덜.. 찬 바람사이로 겨우 지하철까지 도착.

 

 저기 앞에 개찰구.. 빨리 들어가자...라고 걸음에 속도를 붙이려는 순간 개찰구 앞에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뭐 혼자인지가 오래인지라... 아주 자주 있는 현상... 여자라면 뭐 늘 정신 못차리지...^^;

 그녀는 가방에서 지갑이 잘 안빠지는지 끼고 있던 가죽장갑을 기어이 벗고 뒤적뒤적 지갑을 꺼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나도 개찰구에 도착... 삑~ 자연스럽게 동시에 개찰구 함께 통과...

 그 순간 문득... 차디찬 바람사이를 뚫고 오느라 엉망이 되어 있을 내 머리가 생각났다... 젠장...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 기둥에 있는 거울앞을 살짝 스쳐지나가는 그 아주 짧은 시간에 머리정리.. 으쌰샤...

 아침부터 한가롭게 거울앞에서 얼쩡거리는 한심한 남자로 보이긴 싫었다.

 그러나 왠걸... 그녀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양갈래에서 나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기~~~ 뭐 그렇지뭐... 하며 스스로 타독타독.

 

 보통 내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2-3 칸... 근데 뭔가 미련이 남았는지 나도 모르게 그녀가 내려갔던 뒤쪽으로 슬슬슬 몸을 이동...

 근데 확실히 소심하다... 3-1까지 갔다가...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며 걸음을 멈춘다. 휴~~ 바보같은 한숨 한번 크게...

 멍하니 앞을 쳐다보다 무심코 돌아본 저쪽으로... 그녀가 걸어온다... 이런.... 그래 왠지 여기 서 있고 싶더라니... 나도 모르게 비겁한 합리화..

 자연스럽게 그녀와 눈이 마주쳤으나... 의식하지 않는척, 아무것도 못봤다는 척... 다시 앞으로 시선을 향한다. 괜히 핸드폰 만지작 거리기도 필수!

 느릿느릿한 그녀의 걸음은... 괜히 뭔가 고민스러운 걸음이다..라고 혼자 착각하게 만든다.

 

 그녀는 내 앞을 천천히 지나 간다... 역시 내 옆에 서길 바라는건 욕심이겠지?... 그렇게 지나간 그녀... 보통의 경우는 그렇게 쭉 끝 1-1로 가는게 정석이었지.

 핫... 그녀가 걸음을 멈춘 것은 2-4 칸 ! 혼자 생각한다. 이그 소심한 아가씨...ㅋ

 순간 고민한다. 저쪽으로 옮겨갈까... 곧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경고음이 내 머리끝을 타고 온몸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난 한걸음도 옮기지 못했다.

 혼자만의 착각은 그냥 거기까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열차가 들어오고, 그녀는 2-4칸으로.. 난 3-1 칸으로... 그 사이를 가르는 문이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진다.

 빈자리가 보인다. 털썩... 그냥 그렇게 앉고... 오늘 아침의 기분 좋은 착각은 여기까지..하며 스스로를 달랜다...

 하지만 자꾸 저쪽 칸으로 힐끔거리는 내 눈을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에구.. 눈 마주쳤다.. 쳇..... 살짝 발그레해진 내 볼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난 앞을 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저 옆칸.... 

 또 한 정거장에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고 몇몇 내리는 사람들과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이 분주한 그 때...

 에잇.. 한번만 더 보지뭐.. 하고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는 순간... 철컥... 문을 열고 이쪽 칸으로 건너 오는 그녀... 거기다 마주쳐 버린 눈.. 압.....

 부랴부랴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더니... 내 앞쪽에 자리가 하나 비어있고, 그녀가 어떻게 봤는지 그 자리에 앉는다...

 여기서 또 한번 착각 해주시고.... 아가씨, 너무 적극적이잖아...

 

 그 때부터.. 시선처리 난간한 시간이 계속 된다. 고개를 숙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뻔뻔히 앞을 봐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 비스듬히 옆쪽 문을 지긋이 바라봐준다... 뭔가 찾고 있다는 듯... ㅜ.ㅡ

 단어장을 꺼내 단어 공부를 하는 듯.. 그녀의 눈과 손을 바빴다... 근데.. 왠지 자꾸 나를 쳐다보는 듯 한 착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곁눈짓으로 봤을 때.. 분명 그녀의 고개가 나를 향하고 있는... 아... 나보고 어떻하라고...

 나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물론 아주아주 어렸을땐.. 길가다 여자한테 말도 걸어보고 했다. 당연히 성공확률은 거의 제로였더랬다.

 

 근데 고민이 시작된거다. 이따 그녀가 내릴 때 따라 내릴까.. 뭐라고 말을 걸까.. 오늘 명함 가지고 왔던가... 분명히 싫다고 하겠지?.. 어디쯤에서 내릴까... 아 난 이미 지각이지... 등등

 스스로 구멍를 찾으려 애쓴다. 그녀의 얼굴을 본다... 에이 내스타일 아니잖아... 턱이 이상해... 코도 이상해..

 그리고 몸을 타고 내려오며 전체 모습도 본다. 가슴이 작은 것 같애... 너무 말랐잖아... 옷은 또 왜저래... 그렇게 내가 그녀를 따라갈 필요가 없는 이유를 만들기 바빠진거다.

 

 그렇지만.. 그렇게 뜯어보면 볼 수록.... 한가지 생각으로 모아진다. 그녀.. 괜찮다...

 

 나 어떻하냐....

 

 이렇게 된거 최대한 실수 확률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자. 대놓고 관심 표현을 하자. 앞에 앉은 것도 우연이 아닐거다... 계속 쳐다보고 눈 마주쳐주면.. 그녀의 반응을 알 수 있겠지...

 

 한참의 고민 끝에 내린 내 차선책......

 

 헉 그런데....

 

 그녀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덜컥... 어느 정거장에서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탄다. 그리고는 떡하니 그녀와 내 앞에 ... 주위 공간도 넘쳐나는데... 딱..거기 그 한 중간에 서는거다.

 

 안돼~~~ 내가 볼 수 있는건 .. 그녀의 발 밖에 없었다....

 

 소심한 동작으로 이쪽 저쪽 고개를 빼 보았지만.... 전혀 보이질 않는다.... 아.. 어떻해야 하지?... 이러고 있다 그녀가 내리기라도 하면? 무작정 따라갔다 퇴짜라도 맞으면?....

다시 내 머리속은 복잡해진다. 그렇게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더 긴 시간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종로3가.. 그녀가 일어선다.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나에게 눈길을 전혀 주지 않는다.

 그 순간.. 난 모든걸 결정해야 했다. 아마..그녀가 마지막 한번만 더 내게 눈길을 줬다면 다른 생각 않고 바로 나도 따라 일어섰을거다.

 너무나 당당한 그녀의 뒷모습이 느껴지는 순간... 그 모습은 마치... 어때 착각하니 좋아?..라고 말하는 듯 했다...

 

 문이 열리고 난 고개를 떨구었다... 열차가 출발하고 그녀의 가는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한참을 쳐다보다.. 난 우리 사이를 가렸던 그 여인네를 괜히 흘겨본다.

 그렇게 오늘 아침 내 착각의 즐거움은 끝이 났다.

 

 물론 나는 이렇게 합리화한다. 따라 갔었어도 퇴짜 맞았을거야. 나이도 어려보이던데... 나 같은걸 누가 좋아라 하겠어.. 탁월한 결정이었어.. 그리고 인연이라면 또 만나겠지... 괜찮아...

 

 아침 출근길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건 처음이며, 이 정도라면 정말 즐겁게 출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무 외로웠던게야... 오늘도 열심히 일합시다.... 그렇게 난 지하철을 내려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을 회사로 옮겨왔다....

 

 

근데... 정말 나에게 전혀 관심 없었던 거겠죠?..^^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