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결혼 삼년..뭐라 말씀드리기에 조금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저 처음 찾아뵈었던 날 기억하세요?
철없는 여자애 덜렁덜렁 청바지 입고 스티로폼 딸기 상자 하나 달랑 들고 인사드렸죠..히히
옆집 오빠네 집 놀러가듯 찾아가고 싶다고 몇번이나 말씀 드렸는데도 사뭇 놀라시던 모습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아버님 연로하시다며 서두르던 결혼이었는데...
우리 친정 엄마 말씀 안하셔도 첫째딸 그렇게 후다닥 보내기 서운했대요..
지금까지도 아버님은 여느 50대 못지 않는 청춘의 70대를 보내고 계시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결혼 안했으면 한쪽에서 코고는 남편의 소리, 다른 한쪽에서 큰 대자로 누워 허공을 가르는 아들의 발차기 솜씨 아직도 구경 못하고 쓸쓸한 잠자리에 있을거예요..
저 결혼 초기엔 겉으로 웃고 있어도 서운한 것도 무척 많았어요..
다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놔야겠네..히
명절날 힘들었던거,
김장날 추운데 만삭의 몸으로 김치통 들었던거,
의논 안하고 집샀다고 형님께 뭐라 그러셔서 형님께 꾸중 들었던거,
고민하다 사드린 선물 고맙단 말씀 없으신거,
힘들게 드리는 생활비 한 달 걸렀다고 말일 날 달라시던거...생각보다 많군요..^^;
지금은 다 이해하지만 그 땐 너무 서운했어요..
....곰곰히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다 철없었던 것 같구요..
처음엔 아무 것도 안해주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던 시간도 있었어요..
결혼 서두르시면 집도 안 얻어주시고, 저희 친정집에 이바지 음식도 안해주시고..
힘들게 키운 첫째딸 보내는 엄마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며 무척 가슴 아팠어요..
그런데 어머니,
저 그렇게 결혼해서 더 열심히 살아요..
남들보다 한참 뒤쳐진 것 같았는데 사실은 사는게 평균치가 없다는 거 깨닫고 살지요..
그리고 돈이 아닌 가족의 사랑이 많아서 더 행복하다는 거 잘 알게되었구요..
그리고 한참 전에 생각난 건데..
제가 결혼전에 애기아빠한테 약속한거 있었어요..
나중에 나중에 어머님 멀리 보내드리고 나서 어머님 생각 나도록 어머님께 음식 배워서 해주겠노라고..그렇게 열심히 어머님 살림솜씨 배우려고 했는데.. 결혼 삼년이나 지나서 생각나네요..
어머니,
저 그동안 배운게 무척 많아요..
부모님이 주기 싫어서 안주는 게 아니라 주고 싶은데 정말 없어서 못준다는 것..그리고 그게 정말 가슴 아프다는것..
당신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다 자식입에 들어가는 게 더 배부르다는 것..
자존심 강한 나도 엄마 손길이 필요한 아기였다는 것..
그리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어머니,
사랑하는 우리 애기 아빠 건강하게 낳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그 크신 사랑으로 못난 며느리 바람막이 되어주시는 것도 감사드려요..
값진 사랑의 기술..제 아이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줄게요..사랑해요..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