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정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남자는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의 고개가 내가 앉은 자리 반대 쪽에서부터 서서히 호를 그린다.
마침내 가장 구석자리에 앉은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온 몸이 경직되어 자리에서 채 일어나지도 못한 나를 보자
남자도 멈칫한다.
틀림없이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다.
상대방도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 제자리에서 움직이질 못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상대방 남자도 그 자리에 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굉장히 어려보인다.
아직 스무 살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화 목소리가 앳되긴 했지만 이렇게 어릴 줄이야..................
아이는 연한 하늘빛 바탕에 청색 스트라이프 무늬의 셔츠와
검은 모직 자켓, 베이지 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고등학생처럼 보인다.
길지 않은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헤어스타일이
어려보이는 인상을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키는 아버지만큼 커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키가 더 자랄 나이일 것이다.
아마 몇 년 더 지나면 아버지와 같은 키가 될 수도 있겠지.
지금 학생일까?
대학생? 아님.......설마......고등학생?
무엇보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 모습과
너무나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큰 눈과 곧게 내려오는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콧날, 유려하게 흐르는 턱선.
예전의 그 사람과 모든 것이 닮았다.
가슴이 메어온다.
이 아이는 자신이 젊은 날의 아버지와 얼마나 많이 닮았는가를 알까?
한 때 내 사랑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남자가
잠시 나를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들른 게 아닐까?
갑자기 내 눈물 주머니를 누군가가 세게 쥐어짜는 듯하다.
눈물을 막기 위해 일부러 두 눈을 억지로 크게 떴다.
아이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